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앞서 반긴다. 수백 살은 들어 보인다. 나무 그늘엔 모정이 들어앉아 있다. 오괴정(五槐亭)이다. 다섯 그루의 느티나무 아래 정자다. 살랑이는 봄바람을 만끽하기에 좋다. 여름날엔 무더위를 식혀주는 쉼터로 맞춤이다. 농사일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느티나무 다섯 그루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두 그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이 나무 아래에 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냈어요.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당산제를 지내고, 건강과 행복을 빌었습니다. 그때가 좋았어요. 맛있는 ...
2023.04.13 14:37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을 두고 우리가 난민과 자발적 이주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서 어떻게 그려야 하는 가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현재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은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기에 인권에 근거하여 난민에 대한 규범적 권리를 가져야 하는 더 넓은 범주의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실존적 위협 때문에 탈출하였지만, 국내 구제책이나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는 출신 국가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국경을 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
2023.04.13 13:44오키나와 여행하면 일반적으로 추라우미 수족관, 만좌모 등을 떠올린다. 그 만큼 풍광이 좋다고 하는데, 걸어서 오키나와 한 바퀴를 돌려고 작정한 나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나하 시에서 나고 시에 있는 숙소로 가는 길에 보았던 만좌모를 향해 나고 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그 시간이 오후 4시 16분이었다. 120번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만좌모(Manza mo, 万座毛)는 18세기 초 류큐 왕이 방문했을 때 만 명도 앉을 수 있는 초원이라고 말한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2023.04.13 12:52누가 나에게 ‘너의 안태 고향이 어디냐?’ 라고 물으면 전남 진도군 지산면 개골 마을이오 하고 대답한다. 안태는 ‘태(胎)’의 남도말이다. 행정명으로는 길은리(吉隱里), 자연마을 이름은 고길리(古吉里)이다. 소포만(灣) 들머리 원둑(堤防)이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곳, 1970년대만 해도 골짜기 안쪽까지 모두 천일염 염전이었다. 개골이라는 마을 이름은 갯골(개의 골짜기)이라는 말에서 왔다. 그래서 내 어머니 댁호가 ‘개골네’이다. 잔등(고개) 너머가 ‘용골(龍洞里, 용골짜기)’이고 그 건너편 마을이 ‘원창개(水門, 漕運倉)’와 ‘개들...
2023.04.13 12:51이번주 제 14회 광주비엔날레 공식 개막으로 광주의 많은 전시 공간들이 분주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해외 문화기관들이 참여하는 위성전시라고 불리는 ‘파빌리온’ 국가관 전시는 역대 9개국(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중국, 이스라엘, 폴란드, 네덜란드, 우크라이나)의 대표 현대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 2023년 대한민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주한 캐나다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캐나다 국가관은 ‘West Baffin Eskimo Cooperative(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쿠어퍼레이티브)’와 광주시 남구 ...
2023.04.03 12:26목포에 양동(陽洞)이 있다. 서양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양리’ ‘양동’으로 불렸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목포부 양동이 됐다. 2007년에 대성동과 목원동으로 나뉘었다. 목포시의 여러 법정동(法定洞) 가운데 하나다. 양동의 상징이 양동교회다. 선교사 유진벨이 1897년에 세웠다. 반도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목포는 뭍과 섬을 오가며 선교활동을 하기에 좋았다. 때맞춰 목포항도 열렸다. 교회는 양동의 언덕에 천막을 치고 시작됐다. 목포는 물론 전남 개신교의 시작이었다. 자연스레 개신교 선교의 근거지가 됐다. 양동교회는...
2023.03.30 15:54바실홀(Basil Hall)의 조도(鳥島) 정박과 만조해(萬鳥海) “그 외에 우리가 본 네발짐승이라고는 개뿐이었다. 비둘기, 매, 독수리는 있었으나 작은 새들은 거의 없었다. 이곳의 까마귀는 세계 어느 곳보다 많았다. 우리는 아침을 먹기 위해 돌아왔다가 우리가 있는 곳에서 남동쪽으로 몇 리그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은 섬으로 소풍을 갔다. 상륙하려는 길에 인공으로 된 수평선과 함께 태양의 자오 고도를 보았다. 우리는 그곳의 고도가 북위 34도 22분 39초라는 것을 확인했고, 두 개의 정밀 계기로 측량한 결과 그곳은 동경 126도...
2023.03.30 15:26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1969년에 신중현이 작사 작곡하고 박인수가 부른 노래다. 십수 곡에 이르는 봄비 노래들이 있지만 그중 으뜸이다. 이희우 작사 김희갑 작곡 봄비를 부른 이은하가 서운해하려나. 그래도 근자에 떠오르는 선율은 KBS 불후의 명곡에서 알리가 불렀던 봄비다. 낯설게 말...
2023.03.30 14:28우크라이나 전쟁은 엄청난 규모의 아동 보호 위기를 초래했다. 2022년 2월 24일에 발생한 전쟁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그동안의 다른 모든 난민 위기를 압도한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이 대다수 거주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외국국적동포 국내 거소신고자가 2022년 12월 31일 기준 4,538명이다. 연령별로는 0-4세 9명, 5세-9세 76명, 10세-14세 100명, 15-19세 141명으로 총 326명이다. 남아는 총 179명, 여아는 147명이다. 이 중 광주광역...
2023.03.30 13:22산들의 정상은 거의가 천왕봉이라 부른다 무등산 또한 그러하고 가까이 지왕봉, 인왕봉도 있다. 천(天), 지(地), 인(人)은 곧 삼태극(三太極)이니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기운 찬 곳이 바로 이곳이던가 정상을 향하다 올려다 본 풍경이다 입석들이 줄을 짓고 있어 저기가 정상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정상에 조금 못 미치는 곳이었다. 꼭 정상에 올라야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에 나섰으면 정상에 발을 딛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니까 조만간 정상이 개방되면 찾는 이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2023.03.30 13:12지리적으로 보면 규슈(九州)의 남쪽 끝에서 대만 방향으로 약 1,300Km에 이르는 해상에 활처럼 연결된 섬이 200개나 있다. 지질학에서는 류큐호(琉球弧) 내지는 류큐열도(琉球列島)라고 부른다. ‘오키나와’라는 말은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먼저, 오키나와섬(본도)을 말하며 다음으로는 오키나와섬 주변의 섬들(오키나와 제도)를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미야코 군도, 야에야마 군도를 포함한 오키나와 현 형정구역 전체를 말한다. 오키나와의 행정구역에는 40개의 유인도가 있고 그 안에 41개의 시정촌(市町村)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2023.03.23 15:04문학에서 비극적 결말을 품은 작품 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한다. 이러한 비극적 사랑의 원인은 내부적 요인보다는 신분 차이나 정략적 희생으로 인한 아픔, 빈곤, 그리고 사회의 이중적 윤리관 등이 이유가 된다. 소설 ‘삼총사’로 유명했던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 1824~1895)는 사교계의 매력적인 여인, 실존 인물 마리 뒤플레스(Marie Duplessis)의 이야기로 통렬하게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 소설 ‘춘희-La Dame aux c...
2023.03.23 13:48빈 수레가 요란하고, 속에 든 것 없는 사람이 거드름을 부린다. 아는 것 많은 사람은 결코 남 앞에서 자랑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속이 꽉 찬 사람은 부러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어디서나 빛이 나는 법이다. 지역도 매한가지다. 인지상정이다. 장흥 만수마을은 속이 꽉 찬 마을이다.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알려진 마을이 아니다. 70년 가까이 안중근 의사를 모시는 제사를 지내면서 결코 요란을 떨지 않았다. 알아달라고 티를 내지도 않았다. 내 식구 밥그릇도 챙기기 버거운 시절부터 지금껏 말 한마디 없이 해왔다. 소리?소문 없이 우...
2023.03.16 17:26알몸으로 밭에 나가 쟁기질하는 풍속을 나경(裸耕)이라 한다. 주로 입춘에 행하던 풍속이기에 ‘입춘나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정보를 말할 때는 으레 미암 유희춘의 문집 기록이나 농경문 청동기를 인용한다. 제주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입춘굿도 인용한다. 중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목우희(木牛戱)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규태도 여러 지면을 통해 나경 풍속을 언급하였다. 진도지역에도 관련 의례가 있다. 경향신문 이기환 기자가 나경 풍속을 다루면서 진도지역을 언급하였다. 진도에서도 추석 전에 어린이들이 벌거벗고 나이 수대로 밭고랑을 가는...
2023.03.16 16:47우크라이나 난민 전체의 90% 이상은 어린이와 여성이다. 2022년 4월 12일 기준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난민 여성의 평균 연령은 40세이며 여성의 60%가 30-49세이었다. 여성은 가족 분리와 제한된 재정 자원으로 인해 가중되는 막대한 육아 책임을 지고 있다. 약 83%의 여성이 18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 이상과 이동을 했으며, 대다수는 한 명(44%) 또는 두 명(34%)을 두고 있었다. ...
2023.03.16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