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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전쟁은 1945년 6월 23일에 종식되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인 1945년 3월말부터 6월 23일까지 3개월 남짓 전투에서 전사자만 20여만 명에 달했다. 일본은 본토 사수의 마지막 거점으로 오키나와를 방어했고, 미국은 일본 본토 공격의 교두보로 오키나와를 점령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그리 녹록하지 않은 듯했다. 오키나와 전투는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 조그마한 섬에서 1만 명 이상을 잃었다. 본토에서 옥쇄투쟁을 벌일 경우 수십만, 수백만의 자국민이 피를 ...
편집에디터 2023.01.26 16:20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도상거리 800km를 걸은 지 31일 만에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한 달 이상 걸었을 때 제일 낯설게 다가온 것은 내 외모였다. 집에서 입고 온 옷도 한 치수 정도 커졌다. 한 달 내내 빨고 입고 빨고 입어서 보풀이 일었다. 햇볕 아래에서 걷다 보니 피부가 나도 몰라보게 새까맣게 탔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면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낯선 나와 조우했다. 새까맣게 그을리고 볼이 홀쭉해졌지만 눈동자만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순례길을 걸으면 외...
<다음 회부터는 오키나와에 관한 여행기를 7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2023.01.12 14:44스페인 산타아고로 가는 프랑스 첫 순례길 첫 시작점은 생장피드포르(Sanit-Jean-Pied-de-port)이다. 파리에서 5시간 정도 테제베를 타고 바욘에 도착해서 또 완행열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피레네 산맥 아래 조그마한 마을이다. 불어를 못하는 내게 시골 한적한 역사 자동발매기는 승차권 발권용이 아니었다. 그저 낯선 기계일 뿐이었다. 해가 질 무렵 겨우 생장에 도착해서 낯선 이들과 한 방에 짐을 풀었을 때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여권을 만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
편집에디터 2022.12.29 15:53왜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할까? 겨울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방학 계획을 물으면 대부분 자격증 공부 아니면 여행이라고 말한다. 정년을 앞 둔 직장인들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한 1년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도전이면서도 휴식이며 자유가 된다. 힘든 여행을 했어도 지내놓고 보면 추억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강연을 하거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를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능하면 '일찍', '혼자', '그곳'을 '경험'하라고 ...
편집에디터2022.12.15 15:2111월 28일 밤이었다.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을 끼고 논문을 읽고 있는 내 귀에도 환호성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옆 연구실인지 맞은편이지 아니면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전 층인지 그 소리는 멀면서도 가까웠고 갑작스럽다가도 잠잠했다. 직접 경기를 보고 있지 않던 나는 인터넷에서 현재까지의 경기 내용을 검색했다. 초반에 두 골을 내주고는 후반전에서 동점골(2:2)을 만들어 낸 직후였다. 급격히 기온이 떨어졌던 월요일 밤, 낮 동안 간간이 내리던 비가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 굵기를 더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팀은 ...
편집에디터2022.12.01 15:47오래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의도치 않게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오후 늦게 시작된 눈발이 점점 굵어져서 마침내 온 대지를 점령해버린 날이었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멈춰버렸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 정거장으로 향할 때였다. 종아리까지 푹푹 들어가는 눈을 밟으며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야 했던 그 밤 나는 Pink Floyd를 알게 되었다. 그 뒤 앨범을 통째로 영화화한 앨런 파커(Alan Parker)의 〈핑크 플로이드의 벽(Pink Floyd- The Wall)〉을 비디오로 보게 되었고 CD를 소유하게 ...
편집에디터2022.11.17 16:56록웰이 그린 인근 마을 그림.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의 제노포비아는 중국인 이민자들이 처음 미국에 도착한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인 노예를 대체할 값싼 노동력으로 유입된 이들은 나중에는 금광에서 금을 캐는 일을 했다. 미국 백인들은 이 중국인 노동자들이 백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해 위협으로 여겼다. 중국인을 역병, 해충이라고 부르며 비하했다. 결국 1882년 연방정부는 중국인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는 중국인 배척법을 통과시켰으며, 나중에는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이민을 금지시켰다. 이민금지법을 폐지하는 '1965년 이민국적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유럽 백인이민자들만 받아들여졌을 뿐만 아니라 이미 이민 온 아시아인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의 희생자로 살아야 했다. 그런 미국이 1965년 아시아인뿐만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이민자들에게 문을 열었다. ...
편집에디터2022.11.03 16:14브루클린 다리 1866년 뉴욕에 유독 혹독한 추위가 닥쳐왔다. 이스트 리버가 얼어붙을 정도였다. 당시 뉴욕과 브루클린은 독립적인 도시였다. 유일하게 페리가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운송) 수단이었는데 강이 얼어버려서 운항이 중단되었다. 다리 건설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뉴욕 동쪽의 이스트 리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구상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독일 이민 출신 토목공학자인 존 뢰블링이었다. 뢰블링은 강 속에 케이슨을 이용하여 거대한 석재 주탑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을 사용한 현수교를 상상하고 있었다. 새로운 강철 제련법을 이용할 참이었다. 마침내 뢰블링은 이러한 모든 신기술을 이용하여 다리 공사를 착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순간, 그의 가족에게 저주가 찾아왔다. 브루클린 다리 저주의 시작은 1869년 6월, 설계를 마친 뢰블링에게 먼저 왔다....
편집에디터2022.10.20 15:14달랏 야시장 풍경. 차노휘 베트남은 위도 8도 30분~23도 22분 사이에 위치한다. 기후 특징은 위도상의 차이보다는 고도상의 차이로 남부는 열대몬순기후에, 북부는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이 때문에 남부는 건기(11~4월)와 우기(5~10월)로 나뉘어져 연중 여름인 반면 북부에는 4계절이 있다. 여름은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해양풍으로 고온 다습하며, 북부의 겨울은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대륙풍으로 춥고 다습하다. 이로 인해 북부에는 겨울과 봄에 자주 가랑비가 오며 특히 습도가 높아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달랏 야시장 풍경. 차노휘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북부는 엄연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통의 도시였다. 중국 운남성에서 시작해서 베트남을 관통하는(전체 길이는 1,200km, 베트남 내에서는 475km) 홍강이 있어서였다. 홍강 주변은 곡창지대일 뿐만 아니라 수산, 건설,...
편집에디터2022.10.06 16:06바오다이의 여름별장 외관. 차노휘 유럽의 집과 건물을 자세히 보면 창 모양이 다르다. 한국의 창문 형태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다면 유럽은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길다. 창 하나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건축 면적에 비해 창문 개수도 적다. 유럽은 건축 자재가 돌과 벽돌이 주재료이다. 이 단단한 벽이 지붕을 떠받치는 형태이다. 벽 중심의 건축물은 가로로 널찍하게 창을 내면 벽돌의 하중을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창의 가로 폭을 줄이고 대신 세로로 길쭉한 창을 내게 된다. 뿐만 이런 형태의 창문 모양은 세금 때문이기도 했다. 그 당시 영국은 세금을 걷기 위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그 중 하나가 '창문세'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앙숙인 영국이 창문세를 거둬 국가 재정을 충당하는 게 꽤나 부러웠다. 그는 창문세를 도입하되 창문의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영국과 달리 창문 ...
편집에디터2022.09.22 16:29죽림사원. 차노휘 베트남 사람들 70%가 불교신자이다. 그 뒤를 가톨릭(20%), 까오다이교(5%) 그리고 민간 토속신앙이 잇는다. 다소 생소한 까오다이교는 20세기 초에 생긴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신생종교이다.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듯 불교, 가톨릭, 도교, 유교, 이슬람 다섯 신을 모신다. '높은 곳을 보게 되(높은 곳을 가게 되)면 진리를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까오다이(高台)' 또한 '높은 곳'이라는 의미로 신이 있는 곳 즉, '천국'을 가리킨다. 인류구원의 날에 천안이 나타난다고 믿는데 '천안(天眼)'은 지구본처럼 생긴 둥근 '눈'이며 이 종교의 심벌마크이다. 불교 또한 지난한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수난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틱꽝득(석광덕, 1897~1963)' 스님의 소신공양을 들 수 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부처에게 공양...
편집에디터2022.09.01 16:32랑비앙 라다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차노휘 달랏 시내에서 12km 떨어진 곳에 달랏의 지붕이라고 하는 산 두 개가 있다. 두 산은 락즈엉현에 위치한 두옹산(Núi Ông)과 바산(Núi Bà)이다. 바산은 해발 2,167m, 옹산은 해발 2,124m이다. 달랏시 중심에서 바라본 바산은 왼쪽에 있고, 옹산은 오른쪽에 있다. 이 두 산을 묶어 사람들은 랑비앙( Langbiang)이라고 부른다. 랑비앙은 꼬호족의 전설에서 끄랑(K'lang)과 호비앙(H'biang)의 이야기에 나오는 두 사람의 이름을 합성한 것이다. 랑비앙 입구 매표소 그리고 지프. 차노휘 옛날 이 산악지대는 소수민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 중 라트족(tộc Lát) 족장에게 '끄랑'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두옹산으로 사냥을 갔고 그곳에서 열...
편집에디터2022.08.18 15:43호텔에서 바라본 달랏 시 풍경. 차노휘 여행이라는 길 여행(旅行)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꼭,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만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일 것이고 설렁 자의가 아니더라도 '떠남'으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는 여정이기도 할 것이다. 차마고도에서 오체투지로 6,000km를 가는 여정이 있는가 하면, 전세기를 타고 미리 꽉 짜놓은 일정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해치우고 오는 여행도 있을 것이다. 극과 극의 여행 방법이지만 이 둘의 공통점은 익숙한 장소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익숙한 장소는 '일상을 영위하는 곳'이며 '이 세상'에서 '베이스캠프' 삼아 살고 있는 곳일 것이다. 천상병은 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편집에디터2022.08.04 17:09〈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 '빅버드'. 차노휘 미국 영화 영화(영상 작품)는 제작과정에 창조적 요소와 기계·기술적 요소 그리고 경제적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을 책임지는 제작자와 스튜디오·카메라·녹음·현상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하며 작품을 감독하는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배우·촬영기사·미술가·음악가·편집자가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관객과 연결시키려면 배급처와 영화관이 필요하다. 광고가 따라야 하고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도 있어야 한다.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에야 대중전달의 기능이 발휘되고 거기에서 상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 관객에게 심리적 영향을 줌으로써 예술적 또는 오락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자본'이 ...
편집에디터2022.07.21 15:35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시티. 차노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간의 문화적, 예술적, 오락적 활동은 그 사회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의 지식인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으로써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1933년 개봉된 이후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고전 영화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 그 중 한 작품이다. 현대까지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킹콩과 대조적인 상징성을 띠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출현시킴으로써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보다 2년 앞서 세상에 태어났다. 1929년 공사를 시작하여 1931년 완공된 그 빌딩은 높이 381m, 그 당시 세계 최초의 마천루였지만 세계무역센터가 지어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 2001년에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진 이후로는 다시 뉴욕에서 가...
편집에디터2022.07.07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