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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핵심 사상 가운데 하나가 공(空)이다. 지구상의 모든 만물이 찰나에 불과한 인연에 따라 존재할 뿐,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재물이나 명예는 물론 생각이나 관념 또한 스스로의 집착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이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다. ‘모든 존재는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원효의 화엄사상도 본질은 ‘공’이다. 그렇다고 허무는 아니다. 어떤 가치 판단이나 개념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불교의 참 뜻이다...
2023.05.26 10:23강원도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열일곱살 소년·소녀의 애정을 토속적인 언어와 해학으로 그린 김유정의 대표작 ‘동백꽃’은 중학생들의 필독서다. 작품속 주인공인 ‘나’는 순박하다 못해 어수룩한 소년으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점순은 활달한 성격의 말괄량이 소녀다. 소년에게 관심이 있는 점순은 “너, 봄 감자가 맛있단다.” 라며 구운 감자를 주면서 접근한다. 먹을거리가 흔한 세상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감자는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특히 봄에 심어 초여름부터 수확하는 감자는 가을·겨울감자보다 맛있다. 봄 감자의 70%를 차지하는 품종은...
2023.05.24 17:54“과도한 자신감을 가져라, 독창적으로 생각하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라.” 지난 201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한 31세의 샘 알트만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함께 ‘오픈AI’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해 인류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 목표였다. 자신들의 특허와 연구를 일반인에 공개하는 것도 그들의 꿈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챗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광범위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주어진 질문에 대답하는 대화형 언어모델이있다. 챗GPT의 파괴력...
2023.05.23 17:311990년대 일본이 전자·정보기술(IT) 산업 분야에서 세계 경제를 호령 했지만 내수시장에만 안주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고립됐다. 일본 전자기업은 1980년대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 전자계산기, LCD TV, 1990년대엔 휴대전화 등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자국 중심의 독자적인 산업이 발전하면서 2000년대 세계시장에서 도태됐다. 끝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우위를 넘겨주고 말았다. 대외시장 보다 내수에만 주력하며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시장 요구와 국제 표준을 맞추지...
2023.05.22 15:4519세기 스위스 아동문학가 요한나 슈피리가 지은 소설 ‘하이디’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다섯살 소녀 하이디가 주인공이다. 우리에겐 ‘알프스 소녀 하이디’로 잘 알려져 있다. 아들을 잃고 세상을 등지며 살아가던 할아버지가 말괄량이 손녀 하이디 덕분에 마음을 열게 된다는 이야기가 알프스의 높고 뾰족하게 솟은 산, 푸른 초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알프스는 ‘하얗게 빛나는 유럽의 지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웅장한 산세와 초원, 호수 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여행지다. 산림...
2023.05.21 15:20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났다. 본디 5월 행사는 27일인 부활제까지 이어지지만 심리적으로는 18일을 기점으로 광주지역 언론사 사회부는 한숨을 돌리기 마련이다. 올해 전남일보 사회부의 5월 키워드는 ‘미래’였다. 1980년 당시 희생당한 수많은 광주·전남 사람들 중 학생들의 수가 상당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과연 희생자의 후배들은 모교 선배들의 희생을 알고 있을까?란 처음의 질문은 곧바로 전수조사로 이어졌고, 잘하는 곳보다 아예 무관심한 곳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조선대 부속중학교나 ...
2023.05.18 16:12진혼(鎭魂)은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 고이 잠들게 함’이란 뜻이다. 진혼의 의미에 더해 곡조를 붙인 진혼곡은 레퀴엠(Requiem)이라 하여 죽은 이들을 위령하는 장례미사곡을 말한다. 모차르트 레퀴엠, 베르디 레퀴엠, 드보르자크 레퀴엠 등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혼곡들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곡은 우리나라에서 ‘밤하늘의 트럼펫’으로 소개된 ll Silenzio(Silence)이다. 이 노래는 우수에 찬 눈빛의 미남 배우로 195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전쟁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
2023.05.17 16:20“국가의 자주 독립을 고수·발전시키고 인류 평화 건설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 1962년 한국전력이 서울 마포에 2년제인 수도공업초급대학을 설립했다. 한국전력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기를 공급하던 경성전기와 대구에서 태동된 남선합동전기,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조선전업 등 3개로 나눠져 있던 전력 3사를 통합시켜 만든 공공기업. 사업규모와 조직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고등학교(현 수도공고)만으로는 전문인력 공급에 한계를 체감해서 였다. 2년 뒤인 1964년에는 4년제인 수도공과대학으로 개편했다. 60년대 수도공대는 그야...
2023.05.16 18:111980년 5월 24일. 광주 남구 송암동에선 무고한 시민 10여 명이 사망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학살’이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건 바로 군인들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은 1980년 6월 11일 미국방정보국(DIA)의 2급 비밀전문에 “광주는 한국판 미라이 사건(My Lai Massacr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참혹했다고 전한다. 이같은 내용은 다수의 피해자 증언과 계엄군들의 추가 증언을 통...
2023.05.15 16:36서로 대립하거나 경쟁(선의의 경쟁 포함)하는 관계를 일컬어 ‘라이벌(Rival)’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경쟁자’이다. 라이벌의 어원은 stream, 즉 시내, 개천이고, 강을 의미하는 river의 어원은 bank of a river이란 뜻인 ripa이다. 좁은 시내, 개천의 자원과 통행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형성된 단어로 보인다. 승부의 세계에서 라이벌이 생기면 피곤하고 상대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훌륭한 라이벌은 단순한 ‘적’으로 남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최...
2023.05.14 18:17육종학자 우장춘은 대한민국의 빈곤과 기근을 물리친 영웅이었다. 일본에서 육종학을 공부한 우장춘은 1950년 귀국한 이후 우리나라 풍토에 맞고 병에 강한 무와 배추의 새 품종을 만들었다.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됐던 강원도 감자의 품종을 개량해 맛 좋고 튼튼한 무병 감자도 생산했다. 기후가 온화한 제주도에 감귤과 유채를 처음 재배한 것도 그였다. ‘씨 없는 수박’도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내 연구의 원동력은 전 인류의 복지.”라는 게 신품종을 열망했던 우장춘의 철학이었다. 얼마 전까지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자연계...
2023.05.11 17:23프랑스어에 ‘므슈(Monsieur)’라는 단어가 있다. 남성에 대한 높임말이다. 한국어의 선생, 영어의 미스터에 해당한다. 므슈는 귀족이나 왕족을 가르키는 말이다. ‘므슈 000’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존경하는 분을 만나면 이름 뒤에 ‘선생님’을 붙이는 식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선생님을 은어로 ‘꼰대’라고 부른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우리도 학교 다닐적에, “꼰대 같다”, “꼰대가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을 입에 자주 달고 다녔다. 요즘에는 꼰대라는 말이 ‘라떼는(나때는...
2023.05.10 12:45학교 폭력의 현실은 알고 있던 것에 비해 훨씬 잔혹했다. 이유 없이 폭행을 가하고 수시로 잔심부름을 시켰다. 인격을 모욕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가해자가 자신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100여 차례에 걸쳐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학생, 3학년 언니가 돈을 달라기에 친구의 돈을 빼앗아 건넨 학생도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해 학생 상당수가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면 자신이 제물이 되는 학교폭력 안에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2023.05.09 18:30외식비와 기름값, 공공요금 등 오르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기 위한 SNS 오픈 채팅방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거지방’으로, 서로의 지출내역과 절약팁을 공유하는 채팅방이다. 거지방에서는 자신의 닉네임에 한 달의 지출 목표를 정해 놓고, 소비 계획이나 내역을 낱낱이 공유한다. 행여 택시를 탔다거나 프랜차이즈 커피를 사서 마시는 등 호사스런(?) 소비라도 했을 땐 모진 질책을 받고, 소비를 조장하거나 돈 자랑하는 글과 사진을 올릴 때에는 ‘강퇴’ 당하기도 한다. 흡사 보릿고개 시절,...
2023.05.08 13:06‘감염병의 대명사’ 페스트는 고대부터 일정한 주기로 수차례 지구를 휩쓸었다. 페스트로 인한 팬데믹은 6세기, 14세기, 19세기 등 세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특히 페스트가 맹위를 떨쳤던 시대는 14세기였다. 당시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제국의 군사·정치·경제적 활동은 페스트를 전파시키는데 촉매제로 작용해 전례없는 팬데믹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유럽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인구의 1/4에서 많게는 1/3에 이르는 수가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의 서문에는 1348년 닥친 페스트의 공포가 잘...
2023.05.07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