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샅길이 조붓하다.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담장 벽화도 정겹다. 농악놀이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 활기가 묻어난다. 나도 모르게 발끝에 힘이 실린다. 달 상징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월하(月下)마을이다. 입간판엔 ‘달 아래 첫 동네’라고 적혀 있다.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이다. 나도 모르게 노래 한 소절이 흥얼거려진다. 하춘화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한 ‘영암아리랑’이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6.19 17:43장성군은 올해 ‘장성방문의 해’를 맞아 역사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3월 첫 선정 인물은 춘원 임종국(1913~1987) 선생이었다. 선생은 민둥산이던 축령산에 나무를 심으며 숲을 가꿔 ‘조림왕’이 됐다. 4월 인물엔 만암스님(1876~1957)이 선정됐다. 스님은 백양사에 고불총림을 설립하는 등 인재 양성과 왜색불교 척결에 앞장서며 한국불교의 기틀을 다졌다. 5월 역사 인물에는 김동수(1958~1980) 열사가 선정됐다. 열사는 1980년 5·18 때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켰다.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민원동 2층에서 공수...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29 17:58친일은 반성해야 마땅하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한다. 친일잔재 청산은 이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것이 정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안도 사람은 예우 대상이다. 우리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섬, 완도 소안도다. 소안도는 완도에서 남쪽으로 10여㎞ 떨어져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를 옆에 두고 있다. 배는 화흥포항에서 탄다. 여객선 이름도 ‘대한민국만세’에서 따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로 붙여져 있다. 화흥포를 출발한 배는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소안도까지 50분 만에 데려다준다. 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15 15:11땅이 넓고, 집은 크다. 정자를 품은 땅이 1300㎡ 남짓, 그 안의 건축물이 엔간한 집터만 하다. 단층 팔작지붕에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기품 있다. 널빤지를 끼운 우물 정(井)자 모양의 우물마루에 방을 한 칸 뒀다. 기둥과 도리, 처마가 돋보인다. 나무 형태를 그대로 살린 들보도 자연스럽다. 지붕 네 귀에 세운 활주도 유려하다. 현판 글씨에선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한석봉의 글씨로 전해진다. 정자 앞에는 노거수 몇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소나무다. 노거수와 어우러진 연못이 있고, 연못가엔 연...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5.01 15:54“어른들은 목욕재계하고, 옷도 이쁘게 차려입고, 동네잔치였어. 먹을 것도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많이 얻어 먹었는디… 근디 이제, 다 옛날 일이여. 지금은 제사 안 지내.” 정병호 어르신이 들려준 서작마을의 정월대보름 당산제 이야기다. 서작마을은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에 속한다. 어르신은 서작마을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다. 당산나무 쉼터에서 만난 몇몇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당산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당산제는 해마다 지냈다. 마을회의를 통해 화주와 제관을 뽑았다. 화주와 제관으로 뽑힌 사람은 가려야 할 것이 많았다. 궂은일은...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4.17 17:56‘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되뇌며 들길을 하늘거린다. 길섶에 봄까치꽃, 광대나물꽃, 별꽃, 냉이꽃, 남산제비꽃이 지천이다. 동백숲도 반긴다. 동백꽃을 자세히 본다. 꽃잎 새빨갛고, 꽃술은 샛노랗다. 이파리는 진녹색이다. 색깔의 대비가 선명하다. 왕성한 생명력이 묻어난다. ‘누구보다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꽃말처럼 정열적이다. 대중가요 한 소절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4.03 16:19‘우리 마을에 이불 빨래방 맹그러 줘서 참말로 고맙소잉. 다들 복 많이 받을 것이오. 나도 여러분님들 덕택에 얼마 안 남았지만 편히 살다가 가겠소. 징하게 감사허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편지글의 일부분이다. 편지는 곡성군의 ‘마을 빨래방’ 사업에 지정 기부를 한 기부자가 공개했다. 편지를 읽은 누리꾼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기부자가 좋은 일 했다는 칭찬에서부터 ‘어르신,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편지만 읽었는데 눈시울을 적신다. 진한 사투리에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는...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3.20 10:16버스커버스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수밤바다’를 흥얼거리며 여수로 간다. 그렇다고 목적지가 ‘여수밤바다’는 아니다. 화려한 밤바다의 조명 속에 들어앉은 여수 당머리다. 당머리는 전라남도 여수시 대교동(大橋洞)에 속한다. 대교동은 오래전 남산동과 봉산동이 합해졌다. 남산동은 예암산의 다른 이름인 ‘남산’ 아래에 자리한다고 이름 붙었다. 남산은 전라좌수영성 남쪽 산을 가리킨다. 봉산동은 구봉산에서 구(九)를 버리고 ‘봉산’만 취했다. 당머리는 돌산대교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 4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대부...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3.06 18:00겨울이 탄핵될 분위기다. 새봄을 인용하려는 듯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고로쇠 수액이 떠오른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많이 머금은 수액이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수액 한 사발을 그리며 백운산 자락 추산마을로 간다. 광양 백운산은 고로쇠 수액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입구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수액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20 17:33‘대나무 고을’ 담양 별미 가운데 하나가 국수다. 비빔국수도, 멸치국수도 맛있다. 국수와 벌을 이루는 삶은 달걀도 입맛을 돋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국숫집은 담양천변 시장 부근에 모여 있다. 국수 한 그릇과 삶은 달걀이 주는 포만감을 안고 천변 둔치에 섰다. 관방제림으로 이어지는 천변 풍경이 넉넉하다. 천변을 따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어르신들 파크골프장도 저만치 보인다. 천변은 영산강 상류 관방천이다. 담양읍내를 가로질러 ‘담양천’으로도 불린다. 둔치가 관방제(官防...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06 17:15설날을 앞둔 이맘때면 유난히 옛 생각이 난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골목과 돌담 풍경은 그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때 그 시절 골목과 돌담은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한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마을사람들도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골목에는 그때 그 시절의 정취와 애환, 정겨움이 배어있다. ‘남도답사일번지’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한골목이다. 길게 이어진 돌담이지만, 여느 마을과 다르다. 층층이 엇갈려 지그재그로 쌓은 것이 별나다. 담장도 높다. 우리 전통이라기보다, 네덜란드식 담쌓기라고 전해진다. 돌담에는 수백 년 이어온 이야기가 새겨져...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23 17:52앙상한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하나둘 달려 있다.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다. 열매는 땅에도 떨어져 있다. 여름 햇볕과 가을바람을 머금은 향이 짙다. 매혹적이다. 나무도 굵고 크다. 나무 자체로 풍경이 되는 모과나무다. 열매 하나 주워 자동차 안에 둘까? 잠깐 생각한다. 큰 분재처럼 다듬어진 팽나무도 멋스럽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산골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낸 나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당산나무여서 더 정겹다. 이야깃거리 많고 전설까지 간직한 팽나무다. 여름날 풍성한 초록 열매는 새들이 좋아한다.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09 17:07구심점(求心點). 가운데로 쏠려 모이는 점(點)을 가리킨다.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구심점은 규모가 크든 작든 다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정당은 물론 읍면동, 마을에도 있다. 최근 윤석열 탄핵과 구속,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도 ‘촛불행동’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심점이 되는 노래도 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촛불집회에선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2024.12.26 17:02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1년 동안 한 사람당 평균 512잔을 마셨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통계다. 커피 관련(카페, 원두 구매 등) 지출도 성인 1인당 월평균 10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결과다. 커피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커피 전문점만 2만8000여곳에 이른다. 크기도 갈수록 대형화 추세다. 지난해 커피 관련 매출이 11조원을 넘었다는 보도도 있다. 가히 커피 전성시대다. ‘대나무 고을’ 담양에도 커피 전문점이 많다. 현재 300...
2024.12.12 18:08침계정(枕溪亭). 계곡을 베개 삼다, 멋스럽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간결하고 소박하다. 뒷면 칸막이가 별나다. 정자는 사방으로 트인 게 일반적인데, 뒷면을 약간 높여 막았다. 정자 뒤쪽이 하천이다. 오호! 사생활 보호다. 정자에서 하천이 보이지 않게 한 것이다. 하천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도 정자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를 배려한 칸막이다. 여름날 정자에서 쉬는 어른과 물놀이하는 어린이를 생각해 본다.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배려심 묻어나는 침계정은 1936년 처음 지었다. 주변에...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1.28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