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 이야기>봄기운과 함께 활력 불어넣어 주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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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 이야기>봄기운과 함께 활력 불어넣어 주는 산골
●광양 추산마을
백운산 자락 ‘고로쇠 수액’의 본고장
옥룡사지 등 ‘도선국사’ 숨결 머물러
7만㎡ 부지 동백숲 천연기념물 지정
삼나무·편백·소나무 어우러진 휴양림
  • 입력 : 2025. 02.20(목) 17:33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광양 추산마을 전경. 남도의 명산 백운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겨울이 탄핵될 분위기다. 새봄을 인용하려는 듯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고로쇠 수액이 떠오른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많이 머금은 수액이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수액 한 사발을 그리며 백운산 자락 추산마을로 간다. 광양 백운산은 고로쇠 수액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입구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수액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마시고 기운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마을에 사는 화가 김정국의 솜씨다.

추산(秋山)마을은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백운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양산, 외산, 추동 등 3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집집마다 가시 달린 엄나무가 심어져 눈길을 끈다.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추산마을은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에 속한다. ‘도선국사마을’로도 불린다.

도선국사(827∼898)는 승려이면서 풍수지리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도선선차’도 즐겨 마셨다고 전한다. 도선국사는 산자락에 동백나무와 차나무를 많이 심었다. 야생차가 추산마을 특산이다. 백운산 계곡의 맑은 물과 풍부한 햇볕 덕분에 맛과 향이 빼어나다.

동백나무로 둘러싸인 옥룡사지. 옥룡사지는 1996년 순천대학교 박물관의 지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옥룡사지도 멋스럽다. 백운산(1218m) 지맥인 백계산(505m) 남쪽에 있다. 옥룡사는 신라 말기 864년 도선에 의해 지어졌다. 도선은 여기에서 35년 동안 머물렀다.

전설도 재밌다. 절터에는 9마리 용이 살고 있었다. 용은 시도 때도 없이 마을주민을 괴롭혔다. 보다 못한 도선이 용을 몰아내고 연못을 메워버렸다. 그 자리에 세운 절집이 옥룡사다. 절집을 세우면서 약한 땅의 기운을 보완하려고 심은 게 동백나무다. 100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뿌리를 깊이 내리고 풍성해졌다.

도선의 명성을 전해 들은 수백 명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도선은 부근에 도선사, 운암사 등 4개 절집을 지었다. 헌강왕도 도선을 궁궐로 불러 법문을 들었다고 한다.

도선이 입적하자 효공왕은 ‘요공선사(了空禪師)’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을 세웠다. 고려 숙종은 ‘대선사(大禪師)’로, 인종은 ‘선각국사’로 추봉했다.

옥룡사는 1878년 불에 타 없어졌다. 1996년 순천대학교 박물관의 지표조사를 통해 절터였음이 확인됐다. 글이 새겨진 비석 조각 90여점도 발굴했다. 도선과 통진대사의 승탑과 탑비도 사료를 통해 찾아냈다. 광양시가 출토 유물을 토대로 도선의 승탑을 복원했다.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가 됐다.

옥룡사지 동백꽃. 노랫말처럼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들었다.
승탑 주변에 동백나무가 울창하다. 동백나무는 7만㎡에 1만여 그루가 흩어져 있다. 옥룡사의 오랜 역사를 증거하는 나무다. 동백꽃도 하나씩 피어나고 있다. 그리움에 지쳐, 울다 지쳐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잎이 눈에 선하다.

동백꽃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후두둑’ 소리를 내며 꽃잎 떨군다. 낙화 풍경도 상상해 본다.

옥룡사지 동백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픈 천년의 숲’으로 선정됐다.

추산마을 샘물도 예부터 깨끗하고 맛이 좋다고 소문나 있다. 원님이 식수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름도 ‘사또약수’로 붙여져 있다. 광양은 물론 순천·여수사람들도 찾아와 받아간다.

농한기에는 약수터 주변에 농산물 장터가 들어선다. 마을 어르신들이 백운산 자락에서 얻은 고사리, 더덕, 도라지 등 산나물을 펼쳐 놓는다. 철 따라 매실, 밤, 감 등도 갖고 나온다.

약수터 뒤로 전통의 손두부 집도 있다. 뭉툭하게 썰어놓은 손두부에다 동동주 한 잔을 그리는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든다. 다 먹고 돌아갈 땐 손두부를 따로 사 간다.

백운산 자연휴양림도 추산마을에 속한다. 삼나무와 편백,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숲이다. 맑은 바람에 실려 오는 나무 냄새가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숲 사이로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 숲에서 서성거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보약 같은 숲이다.

휴양림의 숙박 시설도 으뜸이다. 통나무로 지은 원룸형 숲속의 집이 많다. 복층 캐빈 하우스도 있다. 카라반이 있고, 오토 캠핑장도 오붓하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 데크도 넉넉하다.

백계산 운암사의 청동약사여래불. 불상이 국내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운암사 청동약사여래불도 압권이다. 키가 무려 40m에 달한다. 운암사는 도선국사가 865년 창건했다. 1878년 화재로 사라진 뒤, 다시 세웠다. 도선국사 승탑이 대웅전 바로 뒤편에 서 있다.

추산마을은 고산 윤선도와도 엮인다. 고산은 1665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여기서 유배 생활을 했다. 고산은 1671년 완도 보길도에서 생을 마쳤다.

의사 정성련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3·1운동 기념비도 마을에서 만난다. 정성련은 1919년 3월 27일 광양장터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쳤다. 주민들이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어 그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있다.

참 좋은, 산자락에서 하늘거리는 것만으로도 금세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산골이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