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 관내 어르신들이 1일 오전 오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버뷰티 추억만들기’에 참여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정승우 기자

“오랜만에 예쁘게 화장하고 한복까지 갖춰입으니 소싯적 소녀 시절이 떠올라 괜히 가슴이 설레구먼.”

1일 오전 찾은 오치종합사회복지관.광주 북구와 (사)대한미용사회 광주북구지회가 협력해 북구 관내 어르신을 대상으로 문화·정서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실버뷰티 추억만들기’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 내내 ‘장수 사진 찰영’과 이를 위해 ‘미용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의 웃음꽃으로 시끌벅적했다.

복지관 2층 복도는 꽃단장을 받기 위한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대기실에서는 설레는 표정으로 본인의 순서를 기다렸고 이름이 불리면 차례대로 입장했다. 그 모습은 마치 소년·소녀 같아 보였다.

행사는 헤어·메이크업·한복 대여·사진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멋있어진 모습에 애써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는 어르신, 자신의 모습이 궁금한지 재촉하는 어르신, 서로의 모습을 칭찬하는 어르신 등 헤어·메이크업이 이뤄지는 행사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거울에 비친 낯선 모습이 맘에 드는지 한참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소녀처럼 다소곳이 앉아 메이크업을 받는 어르신들은 짧은 순간이지만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박인선(86)씨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화장을 받고 머리도 드라이로 세팅하니 시집가는 것 같다”며 “봉사자들이 친절하게 말도 많이 건네주고 이런 호강을 누릴 수 있어 기분이 너무 좋다”고 웃었다.

박춘순(85)씨도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서비스를 받아 그저 기쁘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며 “머리도 맘에 들고 사진도 이쁘게 나온 것 같다. 집에 가서 자식들에게 자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1일 광주 오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실버뷰티 추억만들기’에 참여한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한 어르신은 한복을 입은 아내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나계수(80)씨는 “며느리가 신청해 복지관에 아내와 함께 왔다. 며칠 전에 팔순이었지만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웠는데 오늘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한복을 입은 아내 모습이 아름다워 보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사)대한미용사회 광주북구지회 전문 미용사 40여명이 참여해 관내 어르신들의 추억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미용 봉사자들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오랜 시간 어르신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용사 김도현(63)씨는 “메이크업을 받은 어르신들의 ‘설렌다’, ‘고맙소’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며 “평소 어두운 표정이 아닌 소녀같은 해맑은 얼굴을 볼 수 있어 기쁘고 어르신의 모습이 한 명의 여성으로 느껴져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버뷰티 추억만들기’는 북구가 구비 1000만원을 투입해 올해 처음 추진했다.

‘미용 서비스’는 관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헤어 커트 및 염색을 진행했다. ‘장수 사진 촬영’은 사전에 추천받은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헤어(커트 및 드라이), 메이크업, 한복 대여, 장수 사진 촬영, 액자 제작을 무료로 제공했다.

어르신 18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0일과 이날 두 차례에 걸쳐 각각 90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했다.

북구 관계자는 “소외 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생계지원 복지를 넘어 뷰티 서비스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현재의 모습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