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우경보가 발효된 17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 상가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반복되는 피해에 주민들은 “비만 오면 물바다”라며 수해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광주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심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비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직 없지만, 시간당 최대 80㎜에 달하는 폭우가 이어지며 저지대 중심으로 상가와 도로, 주택이 물에 잠겼다.
남구 백운광장 인근은 폭우가 쏟아지자 하수가 도로로 역류하며 상가 내부까지 빗물이 유입됐다. 배수가 원활하지 못해 지하와 지상 공간 구분 없이 물이 차오르면서 영업 중이던 상인들은 물건을 급히 들어 올리는 등 분주하게 대처해야 했다.
북구 문흥동성당 인근 주택가와 골목길도 예외가 아니었다. 도로로 몰려든 빗물에 차량 바퀴 절반이 잠길 정도로 수위가 상승했고, 인도와 차도 경계가 흙탕물에 덮여 보이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통행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들 지역은 2020년 8월에도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문흥동에는 차량 수십 대가 거의 전부 잠겼고, 백운광장은 하수가 역류해 인근 상가가 초토화됐다. 이에 따라 각 자치구는 이후 수해 예방책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시설 보강에 나섰다.
남구는 빗물받이 설치, 배수로 정비 등의 조치를 진행했고, 북구는 총 199억원을 투입해 우수저류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현재도 공사 중이며, 완공 예정 시점은 2026년 말로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침수 원인으로는 배수구 주변에 쌓인 낙엽과 쓰레기가 물길을 막아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실제 남구 측이 설치한 빗물받이 주변에는 빗물 흐름을 막는 이물질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입은 상인들과 주민들은 지자체의 수해 대책이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백운광장에서 10년째 상점을 운영 중인 김모(35) 씨는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대책이라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와 자치구는 침수 피해 현장을 긴급 점검하고 추가적인 피해 방지를 위해 현장 대응 인력을 증원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저류시설 사업의 속도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호우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각 지점별 침수 원인을 따져 재발 방지를 위한 보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