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
겨울바다를 실감케 한다
해변에 거대한 바위가 있다
생김새에 따라 ‘코끼리 바위’라 부른다
여기는 서해바다 고군산도의 몽돌해변이다
여름철에는 제법 인기가 있겠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어 물결소리만 들려오는 숨어있는 분위기다
싸늘함이 옷깃을 더욱 여밀게 하고
먼 곳에 혼자 떨어져 와 있는 듯한 쓸쓸함이 밀려들지만
이 분위기가 싫지 않다
아무도 없는 몽돌밭을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시선이 꽂히는 것이라도 있으면 집어도 보고.
그러다가 뜻밖의 것을 보았다
그 텅빈 몽돌들 위에 놓인 빨간 사과 하나...!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처음에는 누군가가 제(祭)를 지내고 난 흔적인가 했다
그것도 아니면 갈매기가 ......
가슴이 쿵쿵거렸다
그건 내게 내린 계시였다
내가 여기에 온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고,
지금의 내 마음을 들키고 만 셈이다
세상은 찰라이기는 하지만
마음은 이렇게 가없는 우주를 넘나든다
마음의 보석을 만나 경배하는 마음으로
몽돌밭에 엎드렸다
수미산에서 만난 순례자들의 오체투지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