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전남의 한 양식어가에서 고수온으로 인해 폐사한 물고기들을 그물로 건져내고 있다. 전남도 제공 |
재해보험이 1년짜리 소멸성인데다 특약 가입비와 보험료 할증 등 추가 비용 발생으로 어업인들의 부담이 큰 탓에 보험 가입률이 저조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5일 해양수산부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9시 기준 함평만·도암만·득량만·여자만·가막만 등 전남 연안 5개 해역에 올해 첫 고수온 예비특보가 발령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6일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같은날 기준 남해안의 수온은 20.5도에서 최대 24.9도, 서해안은 21.1도에서 최대 30.7도까지 상승하는 등 평년 대비 1도 내외의 높은 수온을 기록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짧은 장마와 강한 폭염,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마난류의 유입 증가로 연안 수온이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7~8월에는 평년 수준, 또는 약한 규모의 진도냉수대 영향으로 고수온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남지역 고수온 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다.
전남해역은 지난해 역대급 고수온 피해를 봤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장기간 이어진 고수온의 영향으로 여수·고흥 등 10개 시·군 990개 양식 어가에서 조피볼락, 광어, 우럭, 전복 등 어패류 21종 총 2582만4000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57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에도 57일간의 고수온으로 여수·고흥·장흥·완도·신안 등 5개 시·군 376어가에서 218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해를 거듭할 수록 고수온 기간이 늘어나면서 피해액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양식 어가의 재해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은 태풍, 호우, 적조 등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해 어가의 신속한 경영안정과 경제적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다. 전남도는 어업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함께 보험료의 90%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지역 재해보험 가입률은 올해 기준 40.3%에 그치고 있다. 어종별로는 전복(75%), 넙치(78%)가 비교적 높은 가입률을 보이고 있으나, 조피볼락 등 고수온에 취약한 주요 양식 어종의 가입률은 22%에 머물고 있다.
어업인들은 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원인으로 구조적인 제약을 꼽고 있다.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은 기본적으로 1년짜리 소멸성 보험으로, 고수온 피해 보장을 위해서는 별도의 특약을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료는 2배 이상으로 상승하고, 일정 기준 이상 보험금을 청구한 뒤 다음 해에 다시 피해가 발생하면 할증이 부과된다.
보험 가입비 또한 정부가 50%, 전남도가 40%를 지원하고 있으나 지방비 한도가 1000만원에 불과해 대형 어가의 경우 수천만원의 보험료를 자부담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해보험에 대한 지방비 지원 비율이 2021년 30%에서 2022년 40%로 확대되고, 지원 한도 역시 어가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그해 보험 가입률이 상승했다”며 “도 차원에서도 자기부담률 완화 및 고수온·재해 취약 품종 추가 등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남도는 고수온 주의보 발령과 동시에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피해 취약지역 17개소에 현장 대응반을 배치했다. 전남도는 특보 해제 시까지 먹이공급 중단, 액화산소 공급 등 양식어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장 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피해 위험 분산을 위한 긴급 방류와 조기출하 정책 추진을 위해 해양수산부, 생산자단체, 유통업계와 공동으로 구성한 ‘조기출하 상생협의체’도 출범했다. 오는 9월까지 15억원 규모의 소비촉진 행사를 열고, 긴급 방류에 참여한 어가에는 최대 5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상 수온에 대비한 출하·방류 대상은 9632만 마리, 5902톤에 달한다.
전창우 전남도 친환경수산과장은 “지난해 큰 피해를 겪은 만큼, 올해는 철저한 사전 대비를 통해 고수온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먹이 공급 중단, 조기출하 등 양식장 관리 요령을 준수해 피해 예방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