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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딱지(플라스틱)치기도 한다. 나무 둥치를 타고 오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연둣빛 웃음을 지어 보인다. 문득, 초등학교 다닐 때가 떠올랐다. 독후감 발표회를 여기에서 했다. 운동회 날이면 장기자랑 무대였다. 졸업앨범 사진도 나무를 배경으로 찍었다. 중학생 때도 매한가지였다. 사람들 눈을 피해 다른 동네 여학생을 만난 곳도 나무 아래였다. 그날 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친 달빛이 황홀했다. 나무 그늘은 마을 어르신의 쉼터였다. 마을 대소사도 여기에서 이야기됐다. ...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5.30 17:34“산곡(山谷)에 금수를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말을 기르는 곳을 이름하여 거(阹)라고 한다.” 에 나오는 내용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소나 말, 양 따위를 놓아 기르던 곳’이라고 풀이해두었다. 이 목장을 국가에서 관리하면 국영 목장, 개인이 관리하면 사영 목장이라 한다. 우리역사넷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시대 목장은 고려시대부터 전하는 목장을 재건하는 한편으로 수초가 좋은 곳에 발달했다. 사육되는 목축류도 말, 소를 비롯해 양, 돼지, 염소, 노루, 고라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그 가운데 말 ...
2024.05.30 16:08흑해는 군사 작전의 중요한 무대였지만 그동안 서방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제 이 지역은 무력 충돌을 비롯한 긴장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곳은 군사적,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흑해 통제를 위한 투쟁은 군사적 결과뿐만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장과 세계 식량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흑해는 무역 정책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흑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곡창지대 중 하나로 간주된다. 전쟁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60%, 밀 수출의 거의...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5.30 16:08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라하라 작업실 벽면으로 김승유의 민화작품들이 걸려있다. 4월 하순 TSOM 한국민화학교(교장 정병모)와 소류아트가 합작하여 만든 민화 전문가 과정이 여기서 진행되었다. 소류아트는 김승유(미국 이름 소피아김)의 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이의 여러 그림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호피장막도(虎皮帳幕圖)다. 호랑이 가죽으로 장막을 쳤다는 뜻, 그런데 그림의 절반 가까이 한글 시가 쓰여있다. 이것도 민화의 한 형태일까? 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8폭 병풍이 대표적이다. 5~6면의 장막을 걷어 올린...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4.05.26 15:24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지정학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리전을 2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나토(NATO) 지도자들은 장기 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셸 호프만 벨기에군 사령관은 러시아가 몇 년 안에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발트해 연안국이나 몰도바에 ‘제2 전선’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소규모 공격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에스컬레이션, 즉 단계적 확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에스컬레이션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5.23 17:45‘새로운 계급사회의 도래’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인 작금의 시대에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거실의 안방극장에서는 민중의 삶과 이반되는 재벌의 삶이 미화돼 드라마로 방영되고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는 돈이 인생의 성공 기준인 양 떠들어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거스른 삶을 사는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며 ‘언더 독’으로 치부하는 세상이 됐다. 멋진 펜트하우스와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과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됐고, 세상의 지혜는 재화를 증식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고용하며...
2024.05.23 16:44위 두 작품은 1503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와 1978년,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두 작가 모두 당대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작가는 자신 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임이 틀림없다. 패르난도 보태로(Fernando Botero Angulo, 1932~2023, 콜롬비아 출생)의 작품은, 모두가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작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화려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인해 ‘남미의 피카소’...
2024.05.19 18:18익숙한 멜로디인 듯 낯선 멜로디인 듯 일련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떤 물체가 안개 속으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풍경이다. 대칭의 음들이 서로를 휘감아 짓이긴다. 음들의 교접이 괴기스럽다. 국악 장단으로 치면 음양의 균열이 심하다. 이른바 ‘물리는 장단’, ‘물리는 선율’, 허튼 선율이다. 선명하지 못한 선율들이 드러내는 것은 불안, 초조, 압박의 감정이다. 아니 분노의 감정이다. 혹은 슬픔의 감정이다. 파동들이 알갱이로 바뀌어 내 머리를 친다. 아니 어쩌면 윌리암텔의 활이 아들의 머리에 올려놓은 사과를 겨냥하고 있는 풍경이다. 메...
2024.05.16 17:44싱그러운 봄날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온통 연녹색이다. 차밭도 떠오른다. 발길이 보성으로 향한다. 인지상정이다. 보성은 차의 주산지다. 보성에 대규모 차밭이 조성된 건 일제강점 때다. 활성산 일대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덕분이다. 바다와도 가까워 새벽안개가 자주 끼는 것도 한몫했다. 수분 공급이 잘 되기 때문이다. 보성의 차 재배면적이 1000㏊ 넘는다. 녹차 생산량은 전국의 40%에 이른다. ‘차밭하면 보성, 보성하면 차밭’이 연상되는 이유다. 보성차밭은 가장 인기 있는 남도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이 됐다. 누구라도,...
2024.05.16 17:42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7개월 후 2022년 9월에 발트해의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이 폭파되었다. 러시아는 노르트 스트림-1(Nord Stream-1)과 노르트 스트림-2(Nord Stream-2) 가스관의 폭발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등이 조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요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사실상 테러 행위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세이모어 허쉬(Seymour Hersh)는 탐사보도에서 2022년 9월 26일에 발트해 덴마크 섬인 보른홀름 해안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1,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5.16 16:29반사경 같은 거울이 서 있다. 무슨 용도로 그 자리를 지키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절로 그 거울을 올려다보게 된다. 낯설게 느껴지는 내 모습이 그 안에 있으면서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고 묻는 듯. 괸시리 쑥스러워지고 말지만 내 뒤에 비치는 세상 모습에 탈출구를 찾는다.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니다. 일그러진 자화상인가 싶었는데 일그러진 세상이 용용하게 거기 있다. 요즘 세상이 날로 지저분해져 홧김에 염불한다고 했나! 아니면 ...
2024.05.16 10:37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러시아와 서방 관계는 실질적으로 단절되었고, 발트해 지역은 점점 커지는 대결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드러났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보고 나토(NATO)와 그 파트너들은 통합되고 있다. 냉전 이후 국제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오늘날 발트해 지역은 러시아와 NATO 사이의 가장 복잡한 상호작용 영역 중 하나이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는 동맹국으로서 동부 이웃과 직접 접촉하는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발트해 연안 국가로 나...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5.09 18:11울리는 꽹과리와 자바라의 굉음이 온몸을 휘갈겨 내리는 소리에 섞인다. 아니 자바라의 굉음이 곤봉 소리인 모양이다.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굉음 사이를 뚫고 재빠르게 달아난다. 쓰러지고 또 쓰러지는 이미지들이 허공 중으로 흩어진다.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밥만 했어요. 때리지만 마세요~” 다시 곤봉인지 채찍인지 무자비한 굉음이 어지럽게 허공을 후빈다. 변미화, 1921년 2월 10일생, 전남방직에서 근무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극장을 울린다. “언니가 안 들어 왔어요. 언니 찾으러 금남로에 갔어요. 총소...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4.05.09 18:1118세기 이전까지 여전히 오페라는 영웅을 찬미하거나 신화의 내용을 중심으로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곤 했다. 오페라의 제작은 당시 사회 규모에 비해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고 이러한 이유로 왕족과 귀족 등 지배계급의 전유물로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공연이 제작되었다. 결혼식 등 기념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본 일반 민중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공연 무대예술에 환호하였으며, 이 광경을 지켜본 일부 재력가들은 극장을 건립하고 오페라를 상업화하기 시작했다. 17세기 중반에 베네치아에 ...
2024.05.09 13:07김성우 관장이 내게 묻는다. 무슨 글자인지 맞춰 보세요. 일종의 문자 찾기 수수께끼이다. 직선과 곡선이 서로 엉키며 독특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겹치고 나눠진 원들이 떼굴떼굴 굴러 네모진 칸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이내 직사각형의 긴 상자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어떤 도형 안에는 새들이 앉아있기도 하고 넓은 면으로 초승달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로 그은듯한 직선들이 교직되는가 하면 붓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 삐뚤삐뚤 흐트러지기도 한다. 점과 선과 면들이 마치 씨실 날실의 베틀처럼 직조되는 공간마다 빨갛고 파랗고 혹은 희고 검은...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4.05.06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