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어 발트해로 눈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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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어 발트해로 눈 돌리나
<41>발트해 지역의 하이브리드 전쟁
발트해 3개국 대사 "나토 전략적 대비" 촉구
러 벨라루스 통한 수바우키 회랑 침공설도
"러시아 추가전쟁 충분한 자원과 능력부족"
  • 입력 : 2024. 05.23(목) 17:45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러시아 우랄 스베르들로프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S-400 트라이엄프 지대공 미사일이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러시아가 육해공 군사 훈련을 시행해 러시아 남서부에서 자동화 보병과 포병부대가 실탄 사격 훈련을,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전투기들이 훈련했으며 흑해와 북극해에는 수십 척의 전함이 출동했고 전투기와 낙하산 부대원들은 합동 훈련을 위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뉴시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지정학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리전을 2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나토(NATO) 지도자들은 장기 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셸 호프만 벨기에군 사령관은 러시아가 몇 년 안에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발트해 연안국이나 몰도바에 ‘제2 전선’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소규모 공격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에스컬레이션, 즉 단계적 확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에스컬레이션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 대교를 공격하자, 러시아는 오데사 항 보복공습을 가하면서 흑해 곡물협정을 종료시켰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하는 등 양측의 교전이 격화하였다. 러시아는 가장 전투 준비가 잘된 용병 바그너그룹을 전략적으로 최적의 위치인 벨라루스로 이동시키고 최근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재배치했다.

이미 2023년 7월 14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NATO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3000명의 예비군을 유럽의 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행정 명령을 승인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국경에 1000명의 병력과 200대의 군용차량을 확대 배치했다. 독일도 리투아니아에 4000명의 병력을 증파하기로 했다.

2023년 7월 23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이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와 국경도시 제슈프 등 폴란드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는 바그너 용병이 벨라루스 국경 넘어 폴란드 침공하기를 원한다는 말을 했다.

특히 2024년 3월 30일 영국 주재 발트 3개국 대사들은 NATO 가입 2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올린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발트해 국가로 눈을 돌릴 수 있다”라며 NATO가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폴란드를 비롯한 어느 곳도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약속을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대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발트해 연안 국가를 점령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발트국가들의 이러한 행동은 역사적 트라우마로 인해 악화된 편집증과 유사하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경고는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보내려는 홍보 캠페인의 일부처럼 보인다고 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인이 발트해 연안 3개국 모두에 남아 있었으며, 2008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수는 특히 에스토니아에 많다. 전체 인구의 약 25%가 러시아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트국가들은 러시아인들이 이전에 가졌던 일부 권리, 예를 들어 언어 분야에서 박탈했으며, 이 과정은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러시아가 곧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발트해 연안 국가들의 경고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이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매우 큰 러시아 소수 민족의 존재이다. 이들에 대한 압력은 조만간 복수를 당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08년 조지아 전쟁에서 러시아가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라는 두 영토의 분리를 했던 것을 발트해 연안 지역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곳에는 조지아의 압력을 받는 대규모 러시아 소수 민족이 살고 있었다. 당시 친서방 대통령 미하일 사카슈빌리가 집권했다. 물론 러시아는 조지아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을 막고 싶었고 실제로 막았다.

그러나 NATO 가입 20주년을 맞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가 ‘새로운 러시아 침공’이 있을 것이라고 하며 공개적으로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는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위에는 NATO 보호 우산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발트 3개국 대사들은 “NATO에 가입하여 우리 국가가 역대 가장 강력한 집단 안보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큰 위협에 직면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더 큰 위협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배경으로는 발트 3개국은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그들 자신이 다음 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깊이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점점 더 많은 무기를 보내고 NATO와 유럽연합 회원국이 국방비를 늘리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진언을 여러 번 반복하여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시민들에게 편집증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발트해 국가에서 러시아 혐오증(Russophobia)의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언젠가 러시아가 실제로 복수를 할 수도 있다는 말들도 반복하고 있다.

한편, 서방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사례로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한 수바우키 회랑 침공설 또는 하이브리드 전쟁 등이 있다. 다수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러시아가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권리 보호의 기회로 사용할 것이라고 보았다. 전 NATO 안보 문제 고문이었던 프랭크 반 카펜(Frank van Kappen)은 현대 하이브리드 전쟁을 가정하였다. 어떤 경우에도 러시아 군인들은 탱크를 몰고 발트해 연안 국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왜냐하면 푸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NATO에 전쟁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NATO 조약 제5조는 하나의 NATO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신 지금까지 관찰된 것과 동일한 러시아 측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러시아인이 사는 에스토니아의 나르바(Narva) 도시의 상황을 확대해 볼 수 있다. 나르바는 에스토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인구는 83,000명이다. 여기에는 2022년 기준 에스토니아인이 4%, 러시아 여권을 가진 사람이 36% 거주하고 있다. 나르바만큼 러시아 시민의 비율이 높은 NATO 도시는 없다. 이 도시는 러시아와 NATO 간의 군사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 군대의 첫 번째 경로가 될 수 있다.

만약 푸틴이 하이브리드 전쟁을 한다면 NATO는 제5조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나르바가 독립을 선언한다. 또한 러시아는 네오나치로부터 나르바의 러시아어 사용자를 보호할 의무를 선언한다. 이어 단순히 새로운 나르바 인민 공화국이 선포될 것이다. 나르바는 러시아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크렘린이 발트해 국가에서 돈바스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따르려고 시도하면 상당한 한계와 결함이 있을 것이다. NATO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반격 조치를 주의 깊게 연구했으며, 필요할 경우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에 대응할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군사적 개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인지 이다. 명백한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이 없다면, 분리주의자는 그들의 성공에 필수적인 러시아와 발트해 연안 국가의 국경 부분을 통제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적 지원은 필연적으로 NATO와의 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갑작스러운 침략은 의심할 여지 없이 공격을 받은 국가와 NATO를 놀라게 할 것이며, 러시아는 동맹의 취약성과 전체 영토를 방어할 수 있는 무능력을 보여주고 서방 진영의 정치적 분열을 촉발하기 위해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명백한 공격은 자동적으로 NATO 제5조에 따라 전쟁 행위로 간주될 것이며, 이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대규모 군사 훈련 ‘자파드’(Zapad), 벨라루스와 함께하는 연합군사훈련(Union Shield)뿐만 아니라 대규모 전투 통제 훈련을 수행해 오고 있다.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2008년 8월 조지아를 공격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같은 시나리오를 면밀히 따랐다고 했다. 이처럼 발트국가에서도 진행되면 NATO와 EU에 훨씬 더 큰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며, 이것이 만약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발트해 지역에서 경쟁의 여지가 없는 전략적 군사적 이점을 얻게 될 것이며 아마도 칼리닌그라드 고립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벨라루스 영토를 거쳐 100km 폭의 수바우키 회랑(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영토)을 통해 칼리닌그라드 주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과 레닌그라드 및 프스코프 주에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 대한 작전을 결합하여 수행하면 NATO는 공중 및 해상 봉쇄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벨라루스의 영토 허용에 대한 합의를 받았다. 이에 폴란드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며 유럽을 공격하려는 러시아 계획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래서 서방은 러시아가 NATO의 아킬레스건인 수바우키 회랑(Suwałki Gap)을 위협할 수 있다고 수없이 주장했다. 수바우키 회랑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상통로로, 수바우키 회랑이 러시아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발트 3국과 NATO는 사실상 분리된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칼리닌그라드를 오가는 러시아 상품의 철도 운송을 부분적으로 폐쇄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 함대를 포함하여 중요한 러시아 군대의 본거지이다. 그래서 러시아에 소위 수바우키 회랑은 소련 해체 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 세계의 화약고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서방은 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하이브리드 전쟁은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의 저항 징후가 사실상 전혀 없다. 그동안 국경 지역 주민들은 요새 근처에 폭발물을 저장하거나 대인 지뢰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오타와 조약(대인 지뢰 금지 협약)으로 인해 안심해 왔다.

하지만 2024년 1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은 발틱 방어선(Baltic Defense Line)이라는 공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시아,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따라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요새를 건설하려는 욕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유럽 관리들은 러시아의 맹렬한 재무장이 무기 생산을 늘리려는 유럽의 노력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발트해 지도자들은 러시아군의 사소한 진격도 자국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서 러시아에 의한 새로운 에스컬레이션인 전쟁의 단계적 확대는 가능하지도 않다. 러시아로서는 그러할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발트 3국은 NATO 동맹국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원하지 않더라도 NATO와의 정치적 차이와 발트해 지역의 소지역적 약점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할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