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랄 스베르들로프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S-400 트라이엄프 지대공 미사일이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러시아가 육해공 군사 훈련을 시행해 러시아 남서부에서 자동화 보병과 포병부대가 실탄 사격 훈련을,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전투기들이 훈련했으며 흑해와 북극해에는 수십 척의 전함이 출동했고 전투기와 낙하산 부대원들은 합동 훈련을 위해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뉴시스 |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NATO 관계에 깊고 체계적인 안보위기를 가져왔다. 현재 러시아와 NATO의 관계는 냉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안정되었다. 안보 딜레마의 개념은 러시아와 NATO 사이의 관계 시스템을 가장 잘 특징짓는다. 안보 딜레마에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이 수반된다. 러시아에게 NATO 확장은 장기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이미 매우 심각한 세력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위기는 러시아와 NATO, EU, 미국 간의 거의 모든 협력 메커니즘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안보 딜레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군비 경쟁의 확대와 억제 능력의 강화이다. 또한 NATO와 러시아의 군사 활동은 안보 딜레마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NATO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첫째는 2022년 9월 26일에 발트해 덴마크 섬인 보른홀름 해안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1, 2 수중 가스관이 폭파됐다. 2023년 10월 말 라트비아 대통령 에드가르스 린케비치는 이 가스관 손상에 러시아가 연루된 것이 확인되면 러시아 선박의 발트해 통과 폐쇄에 대해 NATO와 논의하겠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외무부 장관은 발트해가 이제 NATO 호수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에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우리는 일부 정치인과 NATO 전략가들이 발트해를 NATO 내부 호수로 바꾸려는 오랫동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트해에서의 대결은 지속될 수 있다.
둘째는 NATO와 러시아의 발트해에서의 군사 훈련이다. 2024년 1월 말에 NATO의 가장 큰 훈련인 ‘확고한 방어자(Steadfast Defender) 2024’가 시작되어 5월까지 진행되었다. 이 작전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NATO 훈련이었다. 여기에는 NATO의 31개 회원국과 2024년 3월 7일에 NATO의 32번째 회원국이 된 스웨덴 병력 약 9만 명이 참여하였다. 독일, 폴란드 및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작전이 이루어졌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NATO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하려는 시도를 연습하는 것이었다.
2023년 11월 22일 핀란드 해군의 후원으로 발트해에서 30척의 군함과 4,0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한 NATO 훈련 ‘얼어붙는 바람(Freezing Winds) 23’이 진행되었다. 이 작전은 러시아 국경에서 20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었며 핀란드 남부 해안, 올란드 제도, 핀란드 만 서부 지역을 포괄하였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훈련 시나리오는 공격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 그룹에는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프랑스의 전투함과 보조함 30척이 포함되었다. 항공 그룹에는 20대 이상의 항공기와 헬리콥터가 포함되었다.
이러한 나토의 훈련은 2023년 9월에도 발트해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목적은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하기 위해서였다. 2주간 진행되는 ‘북부해안(North Coast)’ 훈련에는 발트해 지역의 모든 NATO 국가에서 온 약 30척의 함정과 3000명 이상의 병력은 물론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및 당시 비 NATO 스웨덴의 해군 부대도 참여하였다. 기동 중에는 상륙작전과 해상에서의 육상 공격도 수행되었다.
그리고 2023년 8월 2일에는 30척 이상의 러시아 함대와 6000명의 군인이 발트해에서 ‘오션 실드(Ocean Shield) 2023’ 해상 훈련이 있었다. 러시아 해군은 해상 통신 보호, 병력 및 군용 화물 수송, 해안 방어를 위한 무기의 실제 사용을 포함하여 발트해에서는 200회 이상의 전투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유럽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실시되었다.
셋째는 지금까지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는 2022년 NATO에 가입했고, 이어 스웨덴의 NATO 가입이 이루어졌다. 이는 나토가 동진뿐만 아니라 북유럽으로도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국가의 NATO 가입은 발트해 지역의 세력 균형을 바꾸는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발트해 지역의 안보 체제는 오랫동안 핀란드와 스웨덴의 중립 정책의 지원을 받아왔다. NATO 가입은 핀란드와 스웨덴에게 오랜 군사적 비동맹 전통을 포기하게 했다.
이들 국가가 NATO에 가입하면서 이 지역의 세력 균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NATO는 발트해 연안의 95%를 통제하고 러시아와의 육지 국경을 두 배로 확장하게 되었다. 이는 북서쪽 전략 방향에서 러시아에게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또한 NATO는 상당히 잘 발달된 스웨덴 및 핀란드 군산복합체의 도움으로 군사 무기고를 보충할 것이며 이들 국가에서 러시아와의 국경 간 협력 경험이 있는 운영상 호환 가능한 동맹국을 확보할 것이다.
발트해 자체의 경우 칼리닌그라드에서 스톡홀름까지 직선으로 300km가 조금 넘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까지 약 400km이다. 이제 이 지역은 점점 더 나은 장비를 갖춘 군대로 가득 찬 무장 요새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칼리닌그라드 지역에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한 것에 대해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서방에 분명히 밝혔다. 러시아는 킨잘(Kinzhal) 극초음속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고고도 전투 요격기 MiG-31K도 그곳에 정착했다. 2023년 6월 벨라루스에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었다.
반면에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는 앞으로 러시아에게 훨씬 더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핀란드의 NATO 가입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군사 계획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다. NATO가 도시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충돌 시나리오는 없지만, 적어도 들어오는 선박을 감시하기 위해 핀란드 만을 봉쇄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핀란드만은 러시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전략적 항로이자 분쟁 중인 배타적 경제 수역(EEZ) 작전을 위한 전략 지역이다. 그동안 에너지 수출의 약 40%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 이루어졌다.
넷째는 현재 러시아는 발트해 지역에서 고립되어 있기에 이로 인해 관련된 모든 당사자는 점점 커지는 안보 딜레마에 빠지게 될 수 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의심할 여지 없이 NATO의 전략적 아킬레스건을 대표했다. 발트 3국은 남동쪽의 벨라루스와 서쪽의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의 좁은 수바우키 회랑을 통해서만 나머지 동맹국과 연결되어 있다.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 통로는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될 수 있으며 발트해 연안 국가는 다른 NATO 동맹국과 차단될 수 있다. 그러면 NATO도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운송 및 물류는 별도의 보안 문제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특히 심각해졌다. 예를 들어, 2021년에 화물의 50%가 철도로 칼리닌그라드주로 이동했고, 40%는 해상으로, 10%는 도로와 항공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18일 리투아니아는 칼리닌그라드까지의 철도 운송을 중단했다.
NATO의 관점에서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폭이 약 100km인 수발키 회랑을 통해 폴란드와 연결했다. 반면, 핀란드와 스웨덴의 NATO 가입하면서 현재 칼리닌그라드는 고립 지역이 되었다. 러시아가 NATO의 단결성과 방어 준비 태세를 어딘가에서 테스트하고 싶다면 여기 발트해 국가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발트해가 NATO 내해가 된 이후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이제 러시아는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대신 간접적인 접근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가 발트해 연안 국가의 침공이나 수바우키 회랑에서의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다수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많은 러시아인이 사는 에스토니아의 나르바(Narva) 마을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의 나토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명시한 NATO 조약 제5조에 의지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전쟁일 것이라고 한다.
한편, 역사적으로 발트해 지역은 유럽의 전형적인 지역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에 수많은 국가가 위치하고 있다. 발트해 지역 국가들은 평화로운 상호작용의 길에서 종종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냉전 시대에는 발트해 지역이 소련과 그 동맹국(동독과 폴란드), NATO 회원국(서독과 덴마크), 중립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나누어졌었다. 소위 ‘북부 균형’이다. 이러한 구성은 북유럽의 안정을 보장하고 해당 지역에서 소련과 NATO의 이해관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이 지역은 지리적,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발트해는 점점 더 NATO의 내해로 바뀌었다. 2014년 3월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된 이후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경제 제재가 시작되고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NATO 군사 훈련이 증가했으며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NATO의 존재가 커졌다. 2024년 현재 NATO 회원국은 32개국이 되었다.
현재 러시아는 발트해 전역에서 군사적 우위의 지위를 재건할 수 없을 것이며 심지어 이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NATO와 대략적인 세력 균형을 설정할 수도 없다.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한 핵무기에만 더 큰 의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트해 지역에서 급격한 지정학적 재구성과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나토 간의 세력 불균형 및 전략적 현실은 러시아도 안보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발트해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이후 가장 긴장이 고조될 위험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와 발트해 국가 및 발트해 지역 및 NATO 간의 관계가 쉽사리 개선되지 않으리라 보이기에 지역 안정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려스러운 상태다.
따라서 러시아는 서방과의 군사적 대결 경로를 완화하거나 협력 패턴을 복원할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NATO와 러시아는 냉전 기간에도 ‘발트해는 우정의 바다’라는 슬로건을 따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