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 랩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
흑해는 나토(NATO) 3개 회원국(튀르키예, 루마니아, 불가리아)과 러시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6개국이 접근할 수 있다. 이 지역은 러시아와 서방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 단계에서 핵심적이고 전략적 영토가 크림반도라고 할 수 있다. 크림반도를 가진 국가는 본질적으로 흑해와 아조프해의 입구를 통제하게 된다. 흑해에 대한 통제는 러시아의 명백한 군사 목표 중 하나이며,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유 중 하나이다. 2022년 2월 러시아 특수군사작전이 시작하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를 장악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해군을 무력화시키고, 우크라이나 통제하에 있는 항구의 선박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흑해에서 영향력 확대는 불안정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2008년 조지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있었고, 역사적으로 흑해에서는 가장 악명 높은 전투로 1853~1856년의 크림 전쟁과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의 전투가 있었다.
흑해의 크림반도에는 흑해 함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이 함대의 주요 해군 기지는 세바스토폴에 위치해 있다. 세바스토폴 항구는 1783년 러시아-터키 전쟁 중 예카테리나 여제가 크림반도를 러시아 제국에 합병하면서 창설된 이래 흑해 함대의 본거지였다. 흑해 함대는 러시아의 발칸 반도 접근과 보스포루스 해협 봉쇄를 통해 적의 선박이 흑해로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세바스토폴 항구와 함께 크림반도는 러시아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남아 있다. 1954년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최고위원회의 법령에 따라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 합병되었다. 이는 국민투표가 아닌 행정적 결정의 결과였다. 2014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점령한 직후 국민투표가 실시됐고, 그 결과 러시아 연방에 행정적 합병을 위한 공식적인 기반이 마련됐다.
우크라이나 법은 자국 영토에 외국 군사 시설의 존재를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 흑해 함대에는 일시적인 예외가 적용되었다. 2010년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은 2017년 만료된 세바스토폴 항만 사업권을 25년, 즉 2042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야누코비치 정권이 전복되고 러시아로 도피한 후,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와의 세바스토폴 양보 협정을 비난했다. 이는 현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를 보호한다는 슬로건 아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기 위한 강력한 구실이 되었다.
2014년 러시아 연방에 합병된 크림반도는 러시아에게 매우 중요하다. 결국 그곳은 겨울에도 군사용으로 적합한 결빙 없는 심해 항구이기 때문이다. 국제법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는 흑해 연안의 약 10%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이제 러시아는 해안선의 약 3분의 1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2008년 러시아는 조지아에 군대를 파견한 후 국제법의 관점에서 인정되지 않지만 러시아가 통제하는 두 공화국, 즉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가 형성되었다. 압하지야는 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감행한 뒤 크림 남부의 다른 지역도 점령했다. 러시아는 2014년 전략적 크림반도 합병으로 흑해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고 세바스토폴 항구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한 것이다. 이후 러시아는 흑해에서 해군력을 꾸준히 늘려왔고, 2016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흑해가 거의 러시아의 호수로 변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흑해 지역의 다문화적 기억이 파괴되고 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서방은 흑해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이에 대응하고 있다. NATO는 정기적으로 흑해에서 정찰 비행을 하고 미국과 영국은 전함을 파견하지만 국제 협약에서는 21일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 서방은 발트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흑해를 또 다른 ‘NATO 호수’로 만들고 싶어한다. 크림반도에 대한 통제는 새로운 무역 및 상업 경로를 위한 막대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며, 현재 후티 반군이 활동하고 있는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경로에 대한 의존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러시아 기지, 흑해 함대, 케르치 교량의 노출된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해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으며 원할 때 언제든지 무역로를 폐쇄할 수 있다. 흑해가 NATO로 보면 특히 취약한 지점이다. 그 예로 흑해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드론과 러시아 전투기의 충돌은 오랫동안 모스크바와 서방 간 경쟁의 중심이었던 흑해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드론을 격추했다. 드론의 격추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와 미국 간의 첫 번째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었다.
이제 미국과 러시아 군대 사이의 잠재적인 충돌 지역으로는 아마도 흑해가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유럽의 남동쪽 측면에 있는 이 거대한 수역은 오랫동안 미국, 유럽 동맹국, 러시아의 영향권 사이의 국제적 경쟁의 현장이었으며, 이러한 역동성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더욱 심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흑해 지역에서 NATO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미국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흑해 지역의 지정학적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흑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해 왔다.
그러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흑해에는 무엇 일이 있었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심이 이제 흑해로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서방의 다음 단계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크림 대교 공격을 돕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제 크림반도와 흑해가 우크라이나군 관심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 육상 대반격에서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지만, 해상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우크라이나는 해군 드론과 영국제 스톰 섀도우 순항 미사일을 활용한 지속적인 해상 및 공중 공격으로 러시아 흑해 함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흑해 함대의 20%를 잃었다고 했다.
다른 목표는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 군대를 지원하는 러시아 군수 라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의 병참 생명선을 방해하는 열쇠 중 하나는 케르치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이것은 길이가 19km에 달한다. 그 파괴는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군대에 재보급하는 모스크바의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그들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케르치 다리를 두 차례 공격했으며 2022년 7월에는 해군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가 다리의 도로와 철도 교통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교량을 파괴할 수 있도록 사거리 480km의 독일 타우루스 순항 미사일을 키이우에 제공해 주기를 서방에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와 미국 행정부는 전쟁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
크림 다리 공격에는 영국 정보국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비밀문서에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공격을 위해 우크라이나 파괴 공작원을 훈련시키기 위해 투입된 그룹이 언급되어 있다.
흑해에서 가장 핵심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 흑해 함대와의 싸움이다.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는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시작하여 흑해에서 육상으로 상륙을 계획하고, 특히 오데사로의 돌파, 해안 작전 및 전진하는 군대의 측면 확보를 계획했다. 이를 위해 발트해와 북부 함대에서 4척의 대형 상륙정과 카스피해와 발트해의 해병대 대대가 이동되었다. 러시아는 오데사의 포격, 우크라이나 해안 근처의 레이더 순찰, 칼리버 순항미사일, 베르댠스크 항구의 신속한 점령 및 우크라이나 작전 센터에 대한 대형 순항 미사일 공격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인들과의 전투는 쉽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차세대 첨단 해군 드론의 혜택을 받고 있다. 1년도 채 안 되어 무인 보트는 더 많은 폭발물을 운반할 수 있는 더 크고 빠른 스텔스 해상 드론으로 진화했다. 우크라이나 해군 무인 항공기는 물 표면을 스치듯 지나가며 들키지 않고 러시아 선박과 항구를 향해 폭발물을 운반하며 우크라이나 무기고에서 매우 위협적인 무기가 되었다. NATO와 연합군 정찰기 및 드론이 공해 상공을 비행하며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가 선박과 주요 건물에 대한 반복적인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한 이후 러시아 함대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기지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2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의 넵튠 미사일 한 쌍이 러시아 해군 주력부대인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 호를 공격하여 강력한 화재가 나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2년 7월 31일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 있는 러시아 흑해 함대 본부를 드론으로 타격했다. 2022년 10월 29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의 군사 작전 시작 이후 가장 대규모로 흑해 함대와 민간 선박을 공격하였다. 2023년 4월 세바스토폴의 최대 규모의 석유 저장 시설이 파괴되기도 했다. 2023년 8월 4일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이 러시아 흑해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있는 러시아 함대 상륙함인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를 공격해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우크라이나가 2023년 9월 22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러시아 해군 기지에 있는 흑해 함대 본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2023년 12월 26일 밤, 우크라이나군은 페오도시야 항구에 주둔 중인 노보체르카스크 대형 상륙함을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했다. 2024년 2월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자폭 무인정(드론 보트)이 러시아 흑해 함대인 이바노베츠호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함대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자부심이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대형 상륙함 체사르 쿠니코프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되면서 그동안 러시아가 잃은 함대의 수가 3척, 대형 선박 7척으로 늘어났지만, 흑해에는 10척이 더 남아 있다. 러시아는 세바스토폴에서 호위함 2척, 공격 잠수함 3척, 대형 상륙함 5척, 순찰선 1척, 소형 미사일 선박을 철수해야 했다. 그들은 동쪽의 더 안전한 러시아 항구인 노보로시스크로 옮겨졌다. 다른 그룹은 세바스토폴에서 크림반도 동부 해안의 항구인 페오도시야로 이동했다.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갖고 있는 군사적 우월성의 전통적인 상징을 치명적인 취약성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해 수많은 선박과 잠수함을 표적으로 삼는 등 러시아 흑해 함대에 대해 일련의 ‘비대칭’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