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재가 충격적인 것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중환자나 노약자 등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병원에서의 화재는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조선대병원은 수술실이 비어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수술 중이었다면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병원은 또 수많은 전기 장비와 산소공급 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어 화재 발생 시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진다. 건물 규모가 크고 복잡한 조선대병원의 외부 환경도 화재에 큰 취약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일어난 밀양 세종병원 화재나 2014년 발생한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등은 안전불감증이 빚은 국가적 참사였다.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도 마비된다. 당장 조선대병원의 경우 화재로 인해 15개 수술실이 전면 중단되면서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으로까지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암센터 등 14개 전문특성화센터와 25개 진료과 817병상을 운영중인 조선대병원의 기능 마비는 지역 전체 의료 서비스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미 건강 문제로 불안한 환자와 보호자가 화재로 또 다시 불안과 공포를 겪는다는 것도 문제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의 화재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수많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당국은 화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항구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병원 등 지역 다중이용시설도 이번 조선대병원의 화재를 계기로 화재 예방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고령화시대, 안전을 위한 기본 인프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