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준 기자 |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고려인 동포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광산구의회는 오는 16일 제298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민생소비쿠폰 정책에서 배제된 고려인들을 위해 성명서 혹은 건의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광산구의회의 이번 조치는 본보 10일자 1면<“우린 한국인 아닌가요” 소비쿠폰 제외된 고려인 눈물>과 12일자 6면<“고려인도 한민족…소비쿠폰 없어도 되지만 서글퍼”>에 각각 보도되면서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고려인 소비쿠폰 제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김명수 광산구의회 의장은 “우리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겠지만, 지역구 의원들이 신경 써서 해내야 할 일이고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고려인들의 소비쿠폰 제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구의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주민등록상 내국인을 기준으로 15만~52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난민 인정자 등 일부 외국인은 예외적으로 포함됐지만,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와 단기체류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재정 여건과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들며, 모든 외국인을 포함할 때 행정 혼선과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광산구 고려인마을 거주자 4800여명(동포 비자 37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소비쿠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들 대부분은 제조업·농장·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성실히 세금을 내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입국한 고려인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전국적으로 거주 중인 고려인은 약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이웃사촌’인 상당수의 고려인이 소비쿠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은 안타깝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이연경(44)씨는 “고려인마을 주민들도 세금을 똑같이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그들도 한국에서 생활하는 한민족이라 생각하고 공평한 정책이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지민(28)씨도 “입장을 바꿔 내가 소비쿠폰을 받지 못한다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사용하는 언어와 외모 등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이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인 만큼 고려인들도 제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동포들도 세금을 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정책에서는 언제나 뒤로 밀린다”며 “한민족이라는 말이 실제 정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고려인 동포들이 쿠폰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그동안 우리 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엔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본보 보도로 소비쿠폰 지원 대상에서 고려인이 제외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려인마을에는 지자체, 경찰, 시민단체 등에서 지원 의사를 밝히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내용은 대통령실까지 전달된 상황이다.
실제 대한고려인협회는 지난 11일 대통령실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정부의 민생소비쿠폰 정책에서 재외동포 소지자를 제외한 조치는 “반복되는 차별”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협회는 “고려인 동포들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만큼,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단순한 혜택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통합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14일 협회에 “심도있는 논의 후 재회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