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화장실" 무등산 토끼등 화장실 철거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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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엉터리 화장실" 무등산 토끼등 화장실 철거 요구 확산
시민들 “경관 저해·바람길 막아”
강 시장, 국립공원공단에 항의
광주시와 협의 없이 일방 조성
장불재 새 화장실도 우려 제기
공원측 “오수관로 문제로 불가피”
  • 입력 : 2025. 07.14(월) 17:54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무등산 등산로에 토끼등 화장실을 지적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강기정 광주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국립공원공단이 최근 광주광역시 무등산에 새롭게 조성한 화장실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악취와 벌레 민원을 해소하고자 설치된 토끼등 화장실이 오히려 주변 경관을 저해하고 바람길을 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강기정 시장은 지난 주말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해 무등산 토끼등 화장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광주시는 강 시장의 명의로 무등산 등산로에 ‘국립공원공단 이사장님! 화장실! 이것은 아니지요’라고 적힌 항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앞서 강 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무등산 토끼등 화장실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강 시장은 게시글을 통해 “무등산 산행 중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저를 보면서 ‘토끼등에 만들어진 화장실’을 두고 제게 불만을 토로해 직접 가보니, 바람길을 막고 풍경을 해치는 화장실을 보며 등산객들이 철거를 요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이 사랑하며 쉬어가는 무등산에 광주시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엉터리로 화장실을 지어놓았다”며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게 즉각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시민분들께 다시 보고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23년부터 무등산 내의 원효광장, 문빈정사, 토끼등, 장불재 화장실 정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토끼등 화장실은 기존 운영 중인 간이 화장실에 대한 악취·위생 등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 초 4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무등산 토끼등에 높이 6m, 연면적 80.34㎡ 규모의 화장실을 준공해 개방했다.

그러나 화장실 외관이 공개된 이후 건물이 지나치게 클 뿐만 아니라 무등산의 자연환경과 이질적으로 조성됐고, 바람길을 막고 있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누리집 ‘고객의 소리’ 게시글에 올라온 무등산토끼등 화장실 전경. 국립공원공단 누리집 갈무리
지난 13일 국립공원공단 누리집 ‘고객의 소리’에는 시민 김모씨가 ‘무등산 토끼등 화장실 철거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모씨는 “토끼등은 접근성도 용이하고 여름엔 그늘과 바람이 좋아서 수많은 광주시민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쉼터인데, 광장에 초대형 화장실을 지어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지고 바람을 막아서 답답하다”며 “규모에 비해 화장실 내부 시설이 부실하다. 하루빨리 철거해서 소중한 휴식 공간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장불재 화장실 역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보통 저지대에 있는 일반 건축물 화장실은 광주시에 있는 공공 오수 관로가 연결돼 있지만 기존 토끼등 화장실의 경우 산 위에 있다 보니 오수 관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재래식 화장실만 마련된 상태였다”며 “쾌적한 화장실을 조성하기 위해 무방류 순환 시스템 등 정화 장치를 설치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화장실 크기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탐방객들이 쾌적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