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53> 예술, 우리 삶의 오아시스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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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53> 예술, 우리 삶의 오아시스가 되어라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 입력 : 2024. 05.19(일) 18:18
왼쪽부터 패르난도 보태로 작 모나리자(1978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모나리자(1503년). 이선 제공
위 두 <모나리자 Monalisa>작품은 1503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와 1978년,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두 작가 모두 당대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작가는 자신 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임이 틀림없다.

패르난도 보태로(Fernando Botero Angulo, 1932~2023, 콜롬비아 출생)의 <모나리자> 작품은, 모두가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작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화려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인해 ‘남미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콜롬비아 국민들이 사랑하는 국민화가, 페르난도 보테로는 조각가이자 화가로 알려져 있다. 눈에 띄는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와 더불어 관능적이고 풍만함이 느껴지는 곡선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보태로의 <모자리자>는 기존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가지고 있는 날렵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과감하게 가까이 확대해 놓은 모습이고, 원작과는 다르게 풍만하게 표현된 모나리자의 얼굴에서는 온화하고 행복한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보테로가 추구하는 방식대로 모나리자의 시선 처리는 표정에 집중하지 않기 위해서 다소 무표정하지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하다. <모나리자> 작품은 보태로의 대표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청소년들의 미술 교과서에도 자주 소개되는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을 기존 인물화들의 비율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표현했다. 부풀려지고 독특한 양감이 드러나는 정물과 인물의 표현은 등을 통해 특유의 유머감각과 남미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과장된 인체 비례와 뚱뚱한 모습으로 묘사된 인물 그림으로 유명하며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뚱뚱한 모나리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가 인물들을 뚱뚱하게 그리는 것은, 단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거장들의 색과 형태에서 나만의 새로운 유형이 시작되었다. 나는 단지 뚱보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가 아닌 형태와 색에 초점을 맞추고 작품 속에서 그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림을 그릴 때, 색을 미리 계획해 놓지 않고, 자신이 붓을 집었을 때 순간적인 상상과 직감에 따라 색을 정한다고 한다. 그림 속 모든 색상은 그의 원초적 감각과 예술정신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기도 한다.

패르난도 보태로 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1997년.
그가 미국에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을 때 아주 부드러운 색을 썼다. 르네상스 분위기에 심취해있었기에 당시 그림들에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실험의 흔적이 보테로만의 색과 형태, 선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나는 나만의 내 길을 간다.” 포부로 가득 찬 보테로가 걸어가는 길에 긍정적인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각적인 색을 통해 감정을 너무 단순하게 전달한다는 혹평이 따르기도 했고, 대중의 사랑을 받으려면, 작품에 대한 논란이 오가는 것도 예술가 스스로 수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보테로는 자신의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 말했다. 미술사의 명작들에 부여된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고선 거장들에 대한 ‘경의’라고 표현했다. 2023년 91세의 나이에 작고했던 작가는 7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만의 독자적 예술의 경지를 개척해왔고, 재평가되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그의 고향인 콜롬비아 보고타는 2022년을 ‘보테로의 해’로 지정했다.) 예술은 지역적(Local)이었지만, 주제는 보편적(Universial)이었다. 보테로는 콜롬비아 메디인(Local)에 세계 평화라는 인류 보편(Universial)의 감정을 심어준다.

패르난도 보태로 작 바를 잡고 있는 무용수, 캔버스에 유채, 2001년.
패르난도 보태로 작 춤을 추고 있는 연인, 캔버스에 유채, 1987년.
그는 예술이 결국 “우리 삶 속의 오아시스, 삶의 고단함에서 곧 피난처가 되어야한다”라고 굳게 믿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불온전한 세상에서 꽤나 재미있고, 유쾌한 휴식을 주는 따뜻한 연민의 마음을 작품에 담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