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란 여행을 마치고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루트를 따라 튀르키예로의 국경을 넘다가 이란의 국경마을 ‘바자르간’에서 이른 아침에 나는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예기치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 속에서 또렷한 원추형의 만년설산이 코앞에 덩그렁. 순간적으로 자력에 끌리듯 그 산을 향해 무작정 올랐지 뭔가. 알 수 없는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고 무장한 국경수비대가 들이닥쳤다. 그제야 제 정신이 들어 조사를 마치고 풀려났지만 난감한 순간이었다. ...
2023.08.03 13:50“우리는 봄과 여름의 축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리할 수 있다. 우리 미개한 선조들은 식물이 지닌 힘을 남성과 여성으로 인격화하고, 동종 주술 또는 모방 주술의 원리에 따라 숲의 신들의 결혼은 오월절의 왕과 여왕, 또는 성령강림절의 신랑과 신부 따위로 의인화하여 표현함으로써 나무와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그런 표현들은 단순히 시골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거나 가르치기 위해 만든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드라마나 목가적 연극이 아니었다. 그것은 숲이 푸르게 자라게 하고, 싱싱한 풀이 돋게 하고, 밀이 싹트게 하고 꽃이 피어...
2023.07.27 14:03예술은 인류가 살아온 모든 발자취에 특별함을 담는 보물이다. 예술은 인간이 창조한 모든 것에 정신을 부여한 행위의 산물이며 그것은 우리가 이룬 문화중 가장 으뜸으로, 인류를 발전하게 만드는 창조의 아이템이 됐다. 삶 속 전 분야의 정신이며 가장 중심이 되는 동력인 예술은 인류가 만든 사회 안에서 규칙과 법을 제정하고 사회구조를 만드는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이미지 정치가 대세를 이루며, 국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은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된다. TV 생중계로 만나는 유력 정치인들은 매...
2023.07.27 09:57산으로 간다. 울창한 숲그늘이 한 올의 햇볕도 허락하지 않는 지리산이다. 그 중에서도 무더위를 피하기에 좋은 피아골이다. 장쾌한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곳이다. 귓속은 물론 뼛속까지 서늘하게 해준다. 피아골은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이 품고 있다. 임걸령에서 시작된 물이 지리산 골골을 거쳐 섬진강과 만난다. 장장 15㎞가 넘는 길고 깊은 계곡이다.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연못, 집채만한 바위와 어우러진 풍치도 빼어나다. 녹음 우거진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봄과 가을?겨울 언제라도 좋은 골이다. 피아골은 ...
2023.07.20 14:36“옛날 고군산 선유도에 나주 임씨(林氏) 부부가 살았다. 아이를 얻지 못하다가 나이가 든 후에야 딸 하나를 얻었다.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왼손을 꼭 쥐고 태어나 한 번도 펴질 않았다. 아이가 장성하여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다. 어느 날 혼처를 구하여 혼인 날짜를 받았는데 혼인 전날 밤 처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망주봉 오룡당 안에서 죽어있는 처녀를 찾았다. 펴진 왼손바닥에 왕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룡묘 뒤에 당집을 짓고 임씨 처녀를 위해 해마다 제사를 모시게 되었다.” 고군산 선유도에 있는 오룡당(五龍堂...
2023.07.20 14:18우크라이나 드네프르 강이 흐르는 헤르손 지역의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이 붕괴되었다. 드네프르 강은 러시아 서부의 발다이 구릉 남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벨라루스를 거쳐 우크라이나에서는 남북으로 가로질러 흑해로 흘러들어 가는 길이 2,290km의 강이다. 발다이 언덕의 늪지대 남쪽 끝 강물이 흘러나오는 곳에는 푸틴 대통령의 관저 중 하나가 있다. 카호우카 저수지는 식수와 관개, 산업용으로 중요하게 사용되어 왔다. 댐에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운하가 건설되어 산업용수 및 식수를 공급했다. 특히 자포리자 원...
2023.07.20 14:04타클라마칸 사막 가장자리를 돌아 파미르를 향하고 있었다. 불같은 사막 속의 또 다른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예로부터 대상들이나 구법승들이 오가던 길이지만 정벌의 꿈을 안고 원정을 나선 고선지 장군도 이 길을 갔다. 또 혜초 스님도 천축국에서 넘어와 이 길을 지나면서 중국 사신을 만나 오언시를 남겼다. 그대는 서쪽 이역이 먼 것을 한탄하고 나는 동방으로 가는 길이 먼 것을 애달파한다. 길은 거칠고 산에는 눈이 쌓였으며 험한 골짜기에는 도적도 많다. 새도 놀라 뾰족...
2023.07.20 12:37자신의 죽음을 예정해두고 장차 묘지에 묻을 말을 스스로 쓰니 자찬묘지명(自銘)이다. 고려시대 김훤(1258~1305)의 글이 가장 오래되었다 하고,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의 글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좁은 의미에서는 한문 글쓰기의 형식에 제한하여 논하지만, 더욱 확대해 말할 수 있다. 지(誌)와 명(銘)을 합하니 묘지명이다. 전통적으로 지는 산문이고 명은 운문(詩文)이다. 이 장르로 다룰 수 있는 것들이 자일시(自挽詩), 자제문(自祭文),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자서전(自敍傳) 등인데, 화상자찬(畵像自撰) 즉 그림을 그려 자신의...
2023.07.13 12:42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자신을 스스로 ‘극장을 위해 신의 명을 받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흥행사로서 감각이 뛰어났다. 푸치니의 음악은 수려한 선율과 분위기를 주도하는 화성을 기막힐 정도로 조화롭게 만들었다. 그는 흥행사로서 관객을 압도하는 음악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소재, 대본 작업부터 연출, 캐스팅까지 오페라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이로 인해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무대에 세우며 관객의 찬사를 받았지...
2023.07.13 09:42마을 어르신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마을회관 앞으로 깔린 레드카펫을 걷는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길지 않는 레드카펫을 돌고, 또 돈다. 한복을 입은 어르신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웃으며 즐거워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산골이 왁자지껄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지난 6월 중순, 곡성군 오산면 관음마을에서 열린 ‘한복 입고 이팔청춘 마을 패션쇼’에서다. 패션쇼에는 서울에서 유학 온 학생의 학부모와 청년 활동가들이 도우미로 참...
2023.07.06 16:34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내가 자라면서 늘 접하던 풍경이다. 누군가 돌아가신 상황, 상가(喪家)판이 왁자지껄하다. 마당에는 차일(遮日)을 둘렀다. 굵고 진한 글씨로 장식된 병풍이 오칸접집을 가리기라도 할 듯 둘러쳐진다. 그 아래 갖가지 제사 음식들이 즐비하다. 일군의 당골들이 씻김굿을 한다. 수려한 무가와 갖은 악기의 반주들이 마당을 가득 채운다. 일군의 사람들이 중간중간에 마당으로 나와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재담을 한다. 등이나 배꼽에 박바가지를 넣고 곱사춤이나 배둥이춤을 춘다. 굿판의 주역이 아니지만, 초대 없이도 마땅히 참...
2023.07.06 15:40장마가 시작되어서 날이 후덥지근하다 금년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올 거라고 하는걸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이다. 그냥 그대로의 자연현상인가 아니면 인간들이 저지른 죄 값인가 가뜩이나 짜증나는 소식만 들려오는 세상에 기대하는 것은 없다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죄 없는 술잔만 기울이고 있을 것인가 얼마 전 찾아 간 캄차카 풍경으로 달래본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기도 하면서 누구나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들...
2023.07.06 15:17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 지원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민간단체(NGO)의 의미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동포애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빠져 있고 민간단체만 참여하고 있다. 국내의 민족 통합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까지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식민지를 겪은 한민족에게는 역사 구원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국내외 외국국적동포 지원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바람직하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이 한국으로 입국한 것은 역사적 모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
2023.07.06 11:21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고도성장과 급 변화 된 사회·문화적 정책에 따른 중앙과 지역의 알 수 없는 경계와 균열들은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정착하여 살아가는 많은 도시 사람들의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흐릿하게 만들었다. 1980년대 이후 국외 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 성장이 급물살을 이루고 수출 규모가 계속 확대되었지만, 반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게 되었다. 1990년대 말, 좋지 못한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 심각한 IMF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맞으며 정부와 기업, 그리고 온 국민들은 어려워진 한국 경제를 회...
2023.07.02 14:40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동물과 달리 순수 실천 이성을 소유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자유’의 힘이라 역설했다. 역사에 등장하는 독재 세력의 항거 역시 말도 않되는 불합리를 인정하고 순응함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처럼, 저항 역시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의지’의 가장 강한 표출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르다노(Umberto Giordano, 1867∼1948)의 사실주의 오페라 는 프랑스의 위대한 시인으로 칭송된 실존 인물의 이름으로,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의 이상을 지지했으나 ...
2023.06.29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