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전쟁 동원령에 러시아 두 번의 큰 이주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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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전쟁 동원령에 러시아 두 번의 큰 이주 물결
<26>우크라 전쟁과 러시아인의 이주 : 떠나는 자들과 돌아오는 자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연말까지
최소 50만 명 러시아인 고국 떠나
약 10만 명의 IT 전문가들 유출
2023년 한국의 난민 인정 신청자
약 30%는 러시아인 ‘역대 최대
  • 입력 : 2024. 01.11(목) 14:31
2022년 9월 28일 전쟁 동원령 발표 후 러시아-조지아 국경에 있는 검문소 대기 줄의 모습. (사진출처: 발레리 샤리풀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에서 두 번의 큰 이주 물결을 가져왔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큰 러시아로부터의 이주였으며, 모국을 떠나는 러시아인들에게는 패닉적인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2022년 3월 국경이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서둘러 나라를 떠났다. 이때 떠났던 많은 사람들은 국내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21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부분 동원령을 발표했다. 이 후 러시아인들은 다시 피신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가격보다 훨씬 상승한 항공권 구매 외에도 공항과 육지 국경에서는 수 킬로미터의 줄이 생겼었다.

벨(The Bell) 미디어의 추정치에 따르면, 2022년 전쟁 발발이후 그해 말까지 최소 512,421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고국을 떠났다고 하였다. 전쟁 부분 동원령 시작 후 이주한 러시아인의 수는 국가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조지아 112,000명, 카자흐스탄 100,000명, 투르키예 78,074명, 세르비아 50,000명, 아르메니아 40,000명, 이스라엘 38,000명, 유럽연합 36,282명, 키르기스스탄 34,000명, 미국은 25,000명이었다. 그러나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약 700,000명이 떠났다고 했다.

또한 2023년 한국에 난민 인정 신청을 하는 러시아인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으로 입국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전쟁 때문이다. 대한민국 법무부 ‘2023년 10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1∼10월 동안에만 러시아인의 난민 신청은 4,542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난민 신청(15,254건)의 약 29.8%였다. 난민 신청 사유로는 정치적 의견(3,644건)이 가장 많았다.

특이한 점은 두 번의 이주 과정에서 약 10만 명의 IT 전문가가 러시아를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숫자는 러시아 IT 회사 직원의 총 약 10%에 해당한다. 러시아에서는 정보기술(IT) 전문가나 전문직 종사자가 대부분이어서 두뇌유출(Brain Drain)로 불린다. 이는 러시아에 꽤 큰 경제적·인구학적·심리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주자들이 러시아 회사를 떠나려는 욕구는 원격 근무 제한, 비거주자에 대한 세금 인상, 러시아 계좌에서 외국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데 어려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전쟁 발발 후 EU와 미국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그 후 가장 인기 있는 결제 시스템 비자(Visa) 및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러시아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러시아에서 발급된 은행 카드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많은 국가의 은행에서 러시아 결제 시스템 미르(Мир)의 카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어 2022년 9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은 러시아에서 부분 동원을 발표했다.

전쟁 초기에 유럽 국가는 점차 러시아 항공사에 대한 영공을 폐쇄했다. 러시아에서 항공편이 취소되었고, 취소되지 않은 항공편의 가격이 인상되었다. 육로로도 떠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조지아, 카자흐스탄, 투르키예, 세르비아, 아르메니아 등으로 이주를 선호하고 있다.

먼저, 발트해 연안 국가, 폴란드, 이후 핀란드는 솅겐 비자로 러시아인의 입국을 막았다. 그동안 이 국가들을 통해 러시아인들은 보통 육로로 유럽으로 여행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EU으로 가는 것이 어려워졌다. 8월에 유럽연합은 비자발급 간소화 협정을 중단했다. 이제 솅겐 비자는 더 비싸고 길고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경우 특정 날짜에 비자가 발급된다.

구체적으로 2022년 가을 발트 3국 정부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영토에서 솅겐 비자를 가진 러시아인의 입국을 제한했다. 9월 동원령이 내려진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러시아인의 유입은 공공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되었다. 핀란드는 3월에 러시아와의 철도 통신을 중단했고, 9월 말에는 국경을 폐쇄했다. 체코는 또한 동원령을 피해 탈출하는 러시아 시민에게 인도주의적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러시아 남성은 비자 면제 국가로 여행했다. 2022년 9월 21일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동원이 시작된 후 수십만 명의 러시아인이 러시아와 국경이 있고 엄격한 비자 제한이 없는 국가인 조지아, 카자흐스탄,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몰려들었다. 이들 국가로 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했고(비록 이미 소환장을 받은 남성 중 일부는 출국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합법화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종종 러시아인들은 이들 국가에서 라틴 아메리카와 같이 살기 쉬운 곳으로 더 멀리 여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이 기회의 창이 닫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인이 비자와 거주 허가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규칙이 자주 빠르고 예기치 않게 변경되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항공으로 이동해야 하는 점이다. 영국 국방부도 2023년 5월 이후 러시아를 떠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130만 명으로 추산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떠난 사람들을 해외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국을 버린 사람들로 선전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 관리들은 분명히 전쟁과 동원으로 인해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에 대해 통합된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연방의회의 하원 의장인 뱌체슬라프 볼로딘은 국가에 대한 배신,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나쁜 괴물이자 사회의 적이라고 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사람들의 대량 탈출은 바로 그 인적자본의 손실이며 이들은 실제로 모든 경제시스템의 기초라고 하였다. 그는 이주가 기업 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거시 경제 수준의 노동 시장에서 보면 알 수 있다며, 그들이 러시아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기록적인 낮은 실업률이 계속되고 있다. 2022년 말 노동 시장에서는 기록적인 구직자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따라서 4분기에는 모든 실업자당 2.5개의 공석이 있었다.

한편, 무엇보다 푸틴 집권 하에서의 국외 이주는 소련 붕괴 전후로 발생한 엑서더스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러시아인들은 정치적 동기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적 동기의 이주였다. 이에 비해 2000년대부터 이뤄진 이주는 주로 경제적 동기와 정치적 동기도 적지 않았다.

2022년 3월과 9월에 이주의 첫 번째 흐름과 두 번째 흐름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이주 물결은 군사 침공이 시작된 직후인 2022년 2월과 3월에 발생했다. 이주는 크렘린의 정책에 대한 많은 러시아인의 의견 불일치와 강화된 정치적 억압으로 인해 발생했다. 두 번째 이민의 물결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인을 동원한다고 발표한 2022년 9월에 시작되었다. 군인 연령의 남성이 가족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기 시작했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는 러시아 이민의 빈번한 목적지가 되었다.

전자는 경제적, 정치적 이주자에 가깝다. 전쟁이 시작된 후 떠난 사람들은 종종 러시아 당국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그 당시 인권 운동가, 비영리 단체 직원, 언론인 등 정치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국가를 떠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사회적 또는 정치적 행동주의 경향이 있다. 이들 중에는 해외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조직하거나 지역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종종 그들은 소셜 네트워크에 정치적 게시물을 게시하고 청원서에 서명하거나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후자의 사람들은 난민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난민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9월 동원령 후에 떠난 이들의 이주자 유형은 전자보다 다양하다. 이주 후 이민자들의 경제 상황은 악화되었다. 이것은 주로 러시아 회사에서 일한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해외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일부는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러시아인 이주자들은 주로 교육받고 관대하며 친서방적인 젊은이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이민자의 연령과 교육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의 평균 인구보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다. 떠난 5명 중 4명은 대부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출신이다. 설문 조사(March OK Russians)에 따르면, 25세~34세는 49%였고 35~44세는 29%였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부유하고 교육을 받았다. 떠난 사람들의 80%는 고등 교육을 받았다. 떠난 사람들의 약 절반이 IT 산업에 고용되어 있고 대다수가 영어를 구사한다. 젊은 이주자 대부분은 중산층이다. 중산층은 일반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고소득을 받고 그에 따라 많은 돈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측면에서다. 동원 초기부터 떠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동원·기준을 충족한 젊은이들이었다.

이주자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에 남아있는 동료 시민들보다 더 자유롭고 관용적인 견해가 다르다. 이주 환경의 세대 간 차이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더 많은 정치화의 가능성이 있다. 수평적 구조에 대한 선호와 새로운 이주 커뮤니티의 초국적성 때문에 그들을 하나로 묶는 하나의 리더나 하나의 조직보다는 네트워크화 되고 분산된 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더 크다. 이민자의 거의 50%가 러시아에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친척 및 친구와 대화한다.

2023년 5월 조사에 의하면, 동원으로 떠난 사람들의 3분의 1이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떠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또는 정신적 도움을 구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는 직업 전망, 재정적 어려움으로 삶의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자국으로 돌아가는 러시아인은 줄어들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