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거대함을 화폭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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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자연의 거대함을 화폭에 담다
은암미술관 김25 기획초대전
7월 27일까지 조우하다-방주
깨알 글자로 파도의 물결 묘사
대작 ‘노아의 방주’ 70여점 등
  • 입력 : 2023. 07.18(화) 16:32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지역 중견화가 김25 작가가 오는 27일까지 광주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기획초대전을 여는 가운데 자신의 작품 ‘노아의 방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재난에 직면한 인류. 구원을 바라는 글씨들.”

바다 시리즈를 통해 자연의 거대함을 화폭에 담아온 지역 중견화가 김25(김이오) 작가가 오는 27일까지 광주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기획초대전 ‘Meet of each other-Ark(조우하다-방주)’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의 대표작인 바다 시리즈를 비롯해 토네이도 현상을 형상화한 용오름 그림 등 7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김25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바다’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깨알 같은 텍스트를 통해 물결, 물 비침의 명암 등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김 작가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특히 아무 알파벳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어린 왕자, 모비 딕, 노인과 바다 같은 문학작품과 랭보, 칼릴 지브란, 메리 올리버 등의 시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촘촘히 써 내려 간다. 글씨를 적고 또 적어내는 작업은 마치 수행의 시간과도 같다.

김 작가는 “이 글씨들은 전체 바다 그림에서 파도의 물결을 그려내고 있다. 글씨는 파도와의 조우를 통해 우리 삶의 희망, 절망, 안정과 불안, 생성과 소멸 등을 담아낸다”며 “텍스트가 가진 함축적이고 심미적인 표현이 투영된 파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성경의 ‘노아의 방주’ 부분과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가 모티브가 됐다. 작품에서 발췌한 구절을 적어내 깊고 심오한 바다, 산을 넘어가는 사람들의 피난 행렬, 물이 번진 길 등을 화폭에 담았다. 무엇보다 인류의 구원을 상징하는 ‘노아의 방주’와 트로이 전쟁 후 온갖 역경들을 헤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기후위기, 인간 소외, 전쟁 등에 직면한 현시대와 겹쳐진다.

고요한 가운데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면, 그러나 광풍이 몰아칠 때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위협하는 심연의 바다 이미지는 생동감 넘친다. 압도적인 파도의 힘 앞에 선 인간은 한없이 작고 유한하다.

김 작가는 “최근 계속된 장마로 인해 한반도는 수마가 할퀴고 간 모양을 하고 있다. 어쩌면 하늘의 형벌일 수도 있다”며 “방주는 구원을 의미한다. 노아의 방주를 옮겨 적으면서 그림 속 문자 이미지를 완성했고 인류 구원의 희망도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과 관련된 회화뿐 아니라, 김 작가의 새로운 작업도 감상할 수 있다. 순간적인 붓놀림을 통해 용틀임의 형태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종은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원은 “회화의 실천적 방법을 탐색해 온 김25 작가는 자신의 문학적 감성과 직관을 통해 시적 울림을 보여주고 있다”며 “무더위 속 은암미술관을 찾아 하늘과 바다, 파도의 몸짓에 지친 마음을 실어 보내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