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과 색의 사유…광주 현대수묵 거목 김대원 화백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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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묵과 색의 사유…광주 현대수묵 거목 김대원 화백 개인전
내달 11일까지 수하갤러리 소장전
80~90년대 초기작품 20여점 선봬
실경산수에 천착한 수묵담채 화풍
이후 비구상적 현대수묵화로 변모
  • 입력 : 2024. 07.09(화) 17:48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의 원로 화백 지암 김대원 작가가 오는 8월 11일까지 수하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도선인 기자
수묵과 채색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구상적 현대수묵화의 지평을 연 광주의 원로 화백 지암 김대원. 그의 클래식한 초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개인전이 열린다. 동양화가로서 성실하게 그려낸 수묵담채의 전통 산수화다. 세월만큼 더해진 깊은 묵향이 고요한 사색을 이끈다.

동구 동명동에 있는 수하갤러리는 김대원 화백의 초기작을 내건 소장전 시리즈1를 오는 8월 11일까지 연다. 신작이 아닌 옛 작품을 내건 소규모 갤러리 전시이긴 하나, 김 화백 이름을 내걸고 열리는 3년 만의 전시다.

특히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김 화백의 화풍이 다이내믹하게 변모한 데다, 클래식한 수묵 필치로 당대 미술계 주목을 한눈에 받으며 젊은 시절 인기화가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덕에 현재 작가 수중에 남은 그의 초기작이 몇 없다. 그 몇 안 되는 초기작 20여점을 추렸다.

시기적으로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제작된 작품이다. 김 화백은 이때 신예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전통 수묵담채 화풍으로 실경산수를 그려냈다. 대작들에는 나주 불회사, 동해바다, 무등산, 장백폭포 등의 절경이 펼쳐져 있다. 인도, 중국, 백두산 여행에서 본 풍경을 그린 작은 작품들도 걸렸다. 일상에서 아내를 그린 작품도 눈에 띈다.

김 화백의 초기 수묵작품은 빼어난 세필로 대상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실경산수를 취한다. 동양화가의 투철한 신념이 엿보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감히 사용한 먹 이외의 강렬한 색감에서 앞으로 작업 방향이 색을 강조한 현대수묵화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듯 하다.

김 화백은 “조선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다 보니, 퇴임 전에는 개인전을 자주 열 수 없었다. 그래도 3~4년에 한 번씩 전시를 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며 “작업이 크게 3개 시기로 나눠진다. 화풍이 변모하면서 근래 전시에서는 주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고 채색을 강조한 비구상적 수묵 추상화을 주로 선보였는데, 아주 오랜만에 초기 작품을 내걸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클래식한 동양화풍을 완성하면서 붓이 종이에 닿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낙필성화’ 경지에 오른 그에게 화풍 변화는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김 화백은 “미대 교수로 교단에 선 입장에서 제자들에게 예술가의 철학과 가치관을 강조하기 위해 모범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컸다. 대중적으로 똑같은 화풍의 작업만 할 수 없었다”며 “이미 완성된 화풍을 버리고 새로움을 추구하며 인물화, 채색화 등의 분야도 끊임없이 탐구했던 것이 나만의 ‘소리 없는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가 열리는 수하갤러리는 김 화백이 지난 2013년 개인 작업실과 함께 마련한 공간으로 지난 3월 아내 장하경(전 광주대 교수) 씨가 대표직을 맡으면서 재개관한 동명동의 새 갤러리다. 김대원 개인전이 마무리되면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뉴질랜드 파빌리온 전시가 이어진다. 내년부터 김대원 화백의 화풍 2기를 조망한 소장전 시리즈2가 이어진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