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펼쳐진 정원 세계…‘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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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시장에 펼쳐진 정원 세계…‘행복한 하루’
‘정원 화가’ 이존립 기회초대전
내달 10일까지 김냇과 갤러리
원근감 뒤집어 ‘꽃과 잎’ 강조
화폭 속 싱그런 여름풍경 눈길
  • 입력 : 2024. 06.19(수) 16:4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정원 화가’ 이존립 작가가 광주 동구 김냇과에서 오는 7월 10일까지 기획초대전 ‘행복한 하루’를 연다. 도선인 기자
조금 이른 여름. 숲으로 피서를 떠나는 맘으로 광주 동구 김냇과 갤러리를 방문했다. ‘정원 화가’ 이존립 작가의 기획초대전 ‘행복한 하루’가 진행 중인 전시장 안은 싱그러운 풍경이 가득하다. 이존립 작가의 정원 30곳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오는 7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가까운 여수에 ‘이존립 아뜰리에’라는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는 이 작가가 2005년 이후 오랜만에 광주에서 진행하는 개인전이다.

이 작가가 ‘정원’에 천착한지도 20여년이 넘었다. 그동안 선보인 전시회 제목 ‘파라다이스’, ‘시크릿 가든’, ‘정원애’, ‘정원에서 꿈꾸다’, ‘푸른-숨’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정원에 미친자’이다. 화폭에는 여유로운 소녀와 반려견, 휴식의 도구인 소파와 커피, 책, 자전거 탄 풍경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전시는 지친 날씨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 고르기에 충분하다.

그의 정원 속 세상은 실재할 것 같으나, 실재하지 않은 것 같은 감상을 준다. 그가 사랑한 꽃과 잎을 인물보다 크게 그리는 등 원근감을 뒤집어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든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빛과 그림자를 세밀하게 연출하는 식으로 화풍에 포인트를 줬다. 정원에 뇌리 쬐는 빛과 그림자 때문일까? 멀리서 볼 때 화려한 꽃과 정원으로 꽉 찬 화폭은 몇 걸음 다가가니 고요한 여백이 눈에 들어왔고 관람객들의 사색과 휴식을 이끈다.

82학번 조선대 미술대학 출신인 그의 세상이 마냥 싱그러웠던 것은 아니다. 엄혹한 군사정권과 IMF사태 등 어두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그의 작업 초기 분위기는 지금과 반대였다. ‘야상곡’을 주제로 샐러리맨의 어둡고 슬픈 자화상이 그의 세계였다. 이 같은 화풍은 이 작가가 1996년 전남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단숨에 중견화가의 경지로 올라섰다.

다만, 2000년대를 앞두고 화풍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이 작가는 “초반 화풍은 굉장히 어두웠다. 시대가 그랬다”며 “밀레니엄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막연한 기대감과 호기심, 두려움을 느꼈고 나만의 가치관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 이후부터 자연에서 나만의 낙원 메타포를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개인전 일정은 김냇과 갤러리 이후 서울 청담동 훈갤러리와 종로구 돈화문개럴리, 대구에서 이어진다. ‘정원’이라는 동일한 주제로 한 해에 여러 개인전 일정을 소화하는 만큼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전시를 앞두고 항상 맘을 다잡는다. 모든 전시가 항상 긴장되고 새롭다. 작업시간도 오전 9시부터 규칙적으로 유지한다.

이 작가는 “한정된 시기에 개인전을 여러 번 하더라도, 새로운 신작을 선보이려 한다”며 “이전 개인전과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전시회 이력도 빼버린다. 익숙하고 고착화된 미술인생을 가장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강진아트홀 초대전, 서울 숲갤러리 초대전 등 64회의 개인전과 300여회의 단체전, 그리고 다수의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또한, 전라남도 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다. 김냇과 갤러리는 동구 대인동에 있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