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히 빛나는 서정의 풍토 ‘자연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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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찬연히 빛나는 서정의 풍토 ‘자연의 소리’
무안 오승우미술관 박광진 화백 기증전
오승우 화백과 막역한 절친 사이
지난해 무안군에 200여점 기증
초기 풍경화 → 반추상으로 변주
자연의 수평·수직…조화된 음조
  • 입력 : 2024. 06.02(일) 17:32
박광진 작 청평호. 무안 오승우미술관 제공
한국 근대미술의 아카데미즘 시대를 연 1세대 화백 박광진(90)은 지난해 평생 그려온 작품 200여점을 무안군에 기증했다. 평소 예향의 고장 호남에 작품을 기증하고 싶다는 뜻이 있었고, 자신의 절친이었던 고 오승우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무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유였다.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은 박광진 화백 기증전 ‘자연의 소리’를 오는 7월 28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증 이후 박광진 화백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해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박광진 화백은 오승우 화백 생전 절친한 사이였다. 그는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서 평생 후학양성에 힘썼으며, 탁월한 예술적 업적으로 보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오지호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 대한민국에 100명뿐인 예술원의 회원으로 입회하며 한국미술의 대가로 등극했다.

박광진 화백의 그림들은 한국 근대미술의 아카데미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화면의 구성도, 필법도, 색채도, 회화적 표현의 자유로움과 즉흥을 발산하기보다 대상을 임의로 크게 비틀지 않는 차분한 사실묘법이 주가 된다. 화폭에 펼쳐진 한국적 풍토와 빛을 담은 서정적 풍경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박광진 화백이 평생 제작한 작품들을 초기 풍경화와 1970~1980년대 풍경화 그리고 점차 반추상으로 변주된 최근의 작품까지 시기별로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된다. 또한 박 화백의 연보와 관련 사진, 기록물 등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전시하여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박광진 화백은 한국의 산과 계곡, 항구의 배, 시골 풍경 등을 즐겨 화폭에 담아 왔다. 197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려졌던 그의 풍경은 시간과 계절 그리고 지역의 풍토와 빛의 분위기에 둘러싸인 시각적 환경을 묘사하는 오지호 계열의 인상파 화풍에 영향을 받았으나, 그보다는 좀 더 사실주의적이고 아카데믹한 풍경화로 분류할 수 있다. 제주 윗새오름, 사기동 설경, 설악 단풍, 설악의 눈, 무등산 겨울 등이 대표작이다.

풍광을 주로 그리던 박광진 화백은 1980년대에 이르러 화산의 폭발로 인해 형성되어 독특한 생태를 이루고 있는 제주의 풍경에 매료된다. 1987년에 박 화백은 한라산을 배경으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노형동(老衡洞)에 그의 작업실을 마련하였으며, 이후 원시림과 검은 흙, 돌담, 유채꽃과 갈대군락을 이루고 있는 제주 풍광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제주지역의 자연적 생태와 사실적 풍경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재해석하고 변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박광진 작 유채들2. 무안 오승우미술관 제공
박광진 화백의 풍경은 점차 아주 가깝거나 매우 먼 원근적 세계로 변주됐다. 바위, 계곡, 갈대숲 등 자연의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드러내는 구상적 작업과 대지와 생명의 관계를 나타내는 추상적 작업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추상적 작업의 변주는 점차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두드러진다. 제주의 풍광과 빛에 대한 추상화 작업은 드넓은 평원을 상징하는 수평의 색면과 자연의 질서와 생명의 음조를 반복하는 수직의 줄무늬 선으로 나타났다. 제주 풍경에 대한 추상적 변주다.

오선희 무안군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전시는 자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박 화백의 오랜 성찰이 수평의 색면과 수직의 줄무늬가 상응하여 조화로운 음조를 이루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전시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문의는 무안군오승우미술관(061-450-5482)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