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속 심연의 수중세계 ‘푸른바다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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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렌즈 속 심연의 수중세계 ‘푸른바다 은하수’
40년 경력 정우성 사진작가 개인전
내달 13일까지 예술의거리 달정원
필리핀 해안에서 다이빙 사진 작업
물고기 떼 그림같이 신비로운 감상
  • 입력 : 2024. 10.16(수) 17:43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정우성 사진작가가 개인전 ‘푸른바다 은하수’를 오는 11월 13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에 있는 달정원에서 선보인다. 도선인 기자.
사진일까? 그림일까? 푸른 심연의 풍경이 신비로운 감상을 이끈다. 쨍할 정도로 파란 색감의 바닷속에서 물고기 떼들이 검은 별처럼 빛나고 물결은 붓의 결처럼 일렁인다. 40년 경력의 아마추어 사진가 정우성 작가가 렌즈를 통해 바라본 수중세계다.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에 있는 갤러리카페 달정원에서 제3회 정우성 사진전 ‘푸른바다 은하수’가 오는 11월 13일까지 이어진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푸른바다의 심상을 담아낸 사진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그가 필리핀 보홀 발리카삭 섬, 민도르 섬 등에서 다이빙을 하며 작업한 것들이다. 그는 2015년 오십 중반을 넘어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동안 굽이진 고개가 넘어가는 함평 밀재의 풍경을 수려하면서도 고요한 빛과 함께 렌즈에 담아온 그의 작업세계가 더 넓어진 순간이다.

정 작가는 매년 필리핀으로 향해 다이빙 스폿을 찾아 유영했다. 낯선 풍경들이 마음에 들어왔고, 처음에는 똑딱이 소형 방수 카메라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몸이 바다에 익숙해지자 수중 하우징(기계의 부품이나 기구를 싸서 보호하는 틀)에 풀 프레임 카메라를 장착하고 촬영을 시도했다. 물고기들의 군무를 감상하고 도도한 바다거북이와 눈을 마주치며 찍은 사진들이 어느새 수천 장 쌓였다.

중년의 몸으로 깊은 바다의 수압을 견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 작가는 “수압 때문에 만성 중이염에 시달리곤 했다. 한번 들어가면 50분 정도 바다에 머물 수 있는데, 사람의 몸이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며 “나이 한계 때문에 앞으로 다이빙 사진 작업을 더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남아있는 사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냥 다이빙도 위험한 작업인데, 정 작가의 경우 7kg에 육박하는 사진 장비들을 얹고 들어가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진작가 눈 앞에 펼쳐진 신비로운 세계는 외면할 수 없는 유혹과 같았다. 그는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끝이 어딘지 모를 우주를 만났고, 그런 점에서 이번 사진전의 제목도 ‘푸른바다 은하수’로 지었다.

이 사진들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연은 하나 더 있다. 정 작가가 가장 최근에 진행한 다이빙 사진 작업은 지난 8월이었는데, 필리핀 현지에서 댕기열에 감염된 것이다. 심한 고통을 느꼈고 급히 한국으로 귀국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여러 치료와 검사를 받던 중 병원에서 암의 일종인 림프종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전한 것이다.

이후 정 작가는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그는 심란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동안 미뤄왔던 사진 정리를 시작했다. 내가 남긴 삶의 흔적들을 슬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진이 얼추 추려지자, 어쩌면 생의 마지막 전시 기회일지도 몰라 바닷속 풍경 위주로 전시를 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정밀검사 결과 ‘정상’이었다. 댕기열 감염으로 인한 일시적인 이상교란이었던 것. 정 작가는 “한마디로 죽다 살아난 느낌이었다. 새생명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며 “사진 하나하나가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이번 전시가 나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파킨슨 환우들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다. 그는 “올해 광주사진동호회 회장을 맡게 됐다.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진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며 “회원들과 함께 광주에서 눈길이 닿지 않은 오래된 곳을 기록하는 등 재능기부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