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느는데 사후 관리자는 '계약직'…처우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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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자살 느는데 사후 관리자는 '계약직'…처우 개선 시급
광주·전남 위기대응센터 각각 2곳
자살 재시도 방지 등 중요한 업무
예산 부족 탓 인력 충원 등 어려움
평균 재직 22.5개월 전문성 부족
"지속성 위한 사회 복지적 지원을"
  • 입력 : 2024. 10.16(수) 18:48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16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8동 10층에 자리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서 자살사례관리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박찬 기자
매년 광주·전남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자살시도자 사후관리를 위한 ‘자살사례관리자’의 근무 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대응센터 등 관련 기관이 예산을 줄이기 위해 관리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업무 연속성과 일관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고의적 자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광주 244명, 전남 311명으로 조사됐다.

광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자는 △2020년 326명 △2021년 380명 △2022년 358명 △2023년 377명, 전남은 △2020년 526명 △2021년 554명 △2022년 485명 △2023년 514명으로 매년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국의 자살 사후관리 사업 수행기관은 지난 2019년 63개소에서 현재는 87개소까지 늘어났지만, 광주와 전남은 각각 2개소(△광주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전남 목포중앙병원·성가롤로병원)에 불과하다.

자살 사후관리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진행하고 있으며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가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사례관리팀으로 구성돼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심리적 상담과 신체·정신적 치료를 통해 자살 재시도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한다.

광주에선 지난 2014년 2인 기관으로 시작한 전남대학교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가 2020년 3인 기관으로 확대된 데 이어 지난해 24시간 확대 운영기관(5인)으로 전환됐지만 조선대학교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현재 통상근무(주 5일·하루 8시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전남의 부실한 자살 사후관리 대응이 자살 시도 증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관과 응급의학과 및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업해 진행되고 있는 사후관리 사업 관련 인력에 대한 열악한 지원이 질적으로 낮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기대응센터의 사례관리자는 응급처치가 끝난 자살시도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자살예방센터에 연계하기 전 최초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중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례관리자의 평균 재직기간은 22.5개월에 그쳐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춘 일관성 있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시행 중인 일선 센터는 저연차 사례관리자가 대부분을 차지해 역량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필상 전남대학교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장은 “경험 많은 사례관리자의 부재로 적절한 피드백이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며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을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살시도자의 55%가 해당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거나 중도탈락자인 것으로 나타나 제도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살시도자에 대한 지속적인 입원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법정 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 센터장은 “지역 내 위기관리 체계 구축 강화가 필요하다. 자살시도자들이 향후 자살예방에 필요한 정신건강서비스에 접근하지도 못한 채 응급 진료를 마치는 것은 자살 재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방치하는 것이다”며 “자살시도자를 상대로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 전문적인 사례관리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충분한 예산 확충을 통해 사업수행을 위한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향상과 인력 확충이 있어야 응급실 자살 고위험군(자살시도자) 발견 및 대상자 접근을 높여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사례관리자의 고용 불안정성이 자살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 전문성을 높이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며 응급실이라는 장소의 특수성, 자살시도자라는 대상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기관과의 연계 역량이 배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은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는 “피제공자와 안정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자살시도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정서적 피로감을 완화시킬 직업적 성장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살예방센터 및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지자체의 연계와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지역사회 연계율을 보면 광주에선 지난 2019년 46.5%에서 올해 53.9%로 소폭 상승했지만, 전남의 경우 40.3%를 기록했던 2019년과 비교해 올해 11.3%까지 수직 추락했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 및 의료 관련 서비스와 더불어 경제적 지원, 주거 지원, 돌봄 지원 등 사회복지적 지원이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며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찾아가는 통합사례관리 등 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 체계와 연계해 지속성과 안정성을 강화한 사후관리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명은 24시간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이다. 향후 8명까지 전문인력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며 “담당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