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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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 입력 : 2024. 10.16(수) 18:36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cdstone@jnilbo.com
‘성즉위왕 패즉역적(成則爲王 敗則爲寇)’. 승리하면 왕이요 패하면 역적이라는 뜻이다.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성계와 최영이 그러했다. 고려말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했다가 최영에게 패했다면 고려를 배신한 역적으로 기록됐을 터이지만 역사무대에서 이성계는 승자다. 위화도 회군으로 정권을 잡았고 마침내 조선왕조의 창업군주가 됐다. 이후 그는 온갖 찬사와 숭배 속에 무려 500년이나 떠받들어졌다. 반면 패자 최영은 조선의 입장에서는 역적이었다.

이기면 충신이요, 지면 만고의 역적이되는게 스포츠 세계에서도 다반사다. 2024 KBO 정규리그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두산 베어스는 지난 2~3일 5위 KT위즈를 상대로 2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두산은 정규리그 4위팀이 지난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시작 이후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이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정규리그 4위팀과 5위팀이 맞붙는데, 4위팀의 홈구장에서 1, 2차전이 모두 치러지고 4위팀은 1승의 어드밴티지까지 부여받는다.

4위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진행되는 만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지난 시즌까지 5위팀의 업셋(Upset)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10년 만에 두산이 희생양이 됐다.

때문에 이승엽 두산 감독은 3일 2차전 종료 후 잠실야구장 중앙출입구 인근에서 “이승엽 나가!”하는 일부 두산 팬들에의 야유를 받게 됐다.

앞서 이숭용 SSG랜더스 감독도 KBO 최초 5위 결정전에서 KT에 패하며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뒤 SSG 원정 팬들에게 퇴진을 요구받는 등 비판의 대상이 됐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KIA타이거즈는 올시즌 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IA는 이제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섰고, 14일부터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의 한 호텔을 통째로 빌려 합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선수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이범호 KIA 감독과 구단의 노력이다.

이범호 감독은 올시즌 초보감독 답지 않은 지도력으로 팀을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팬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의 결말에 따라 KIA 팬들의 이범호 감독에 대한 대우도 달라질까. 이승엽 감독과 이숭용 감독처럼 일부 팬들에게 비난받는 역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충신으로 추앙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