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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에 세워져 있는 안드레아의집-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두 입구에 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작은 텃밭을 가꾸며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김상용의 시 '남(南)으로 창을 내겠소'의 앞부분이다. 시의 제목에 빗대 '맷돌로 창을 내겠소'다. 유럽풍의 건물에 둥근 창이 하나 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래 전, 절구로 쓰던 맷돌이다. 맷돌의 아랫부분을 깎아 둥근 창틀로 만들었다. 기가 막힌 발상이다. 맷돌을 다듬어 거꾸로 지붕 위에 매달아두기도 했다.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종(鐘) 같다. 거친 파도와 함께 달려온 바닷바람이 종을 휘감으면, 둔탁한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직사각의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도 매혹적이다. 창밖으로 바다 건너편의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날 때 모습을 드러내는 ...
편집에디터2020.05.14 16:46유달산에서 본 고하도와 목포대교 주변 야경 코로나19 여파로 답답한 일상을 보내다가 맞은 5월이다. 사방이 탁 트인 섬으로 간다. 뭍에서 멀지 않은 섬이다. 오래 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갔다. 2012년부터는 자동차를 타고 대교를 건너서 갔다. 작년부터는 해상케이블카를 타고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목포 앞바다에 떠 있는 섬 고하도다. 목포시 달동에 속한다. 목포를 대표하는 높은 산이 유달산이다. 고하도(高下島)는 그 산 아래에 있다. 섬의 생김새가 바다로 나아가는 용을 닮았다고 '용섬'으로도 불린다. 길게 늘어선 용이 목포의 남쪽 해안을 감싸며 목포항의 방파제 역할도 하고 있다. 섬의 북쪽 비탈은 바다 건너 유달산이다. 동쪽으로는 영산강 하굿둑을 마주하고 있다. 옛날에는 뱃길로 서남해와 내륙의 영산포를 연결하는 영산강의 관문이었다. 군사 방어기지로도 요긴하게 쓰였다. 섬에는...
편집에디터2020.05.07 13:07모평마을 항공사진 "이게 토종 벚꽃이거든요. 꽃이 활짝 피어서 고택과 어우러져 있는데, 얼마나 이쁘던지. 황홀하더라고요. 가슴이 쿵당쿵당 뛰었어요. 한눈에 반했죠." 임선희(51) 씨의 말이다. 나비축제를 보러 함평에 왔던 그는 집으로 올라가자마자 짐을 꾸렸다. 인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2011년 가을이었다. 임 씨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모평마을이다. "이 마을이다 싶었죠. 귀촌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귀촌하면 고택에서 살고 싶었어요.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그해 가을에 내려왔어요. 지금도 이 벚꽃에 반해서 살고 있습니다. 이 풍경이 1년을 살게 해주는 힘입니다. 여유도 생겼고, 사는 재미도 쏠쏠해요." 임 씨의 얘기다. 그가 한눈에 반한 벚나무 옆 고택은 영양재(潁陽齋).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집이다...
편집에디터2020.04.24 07:51[{IMG01}] 벚꽃이 활짝 벙글어졌다. 이내 마음도 설렌다. 신안 임자도로 가는 길이다. 새봄을 깊이 호흡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도로 이정표에서 '임자도'를 찾을 수 없다. '점암'이 있고, '대광해수욕장'이 있을 뿐이다. 점암은 임자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곳, 대광해수욕장은 임자도에 있는 해변이다. 대광해수욕장으로 더 알려진 임자도다.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의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크다. 백사장의 길이가 무려 12㎞, 30리에 이른다. 광주시청에서 조선대학교까지의 거리에 해당된다. 폭도 넓다. 바닷물이 빠지면 300m에 달한다. 임자도에 가서 드넓은 백사장을 혼자서 차지할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무받고, 형형색색으로 일렁이는 튤립도 보고 싶어서다. 임자도를 '그림의 섬'으로 만든 우봉 조희룡도 만날 예정이다. 시와 글씨, 그림에 빼어난 재능을 보인...
편집에디터2020.04.09 13:11동백꽃 낙화 동백꽃이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진녹색 이파리 사이에서 빨갛게 피어난 꽃이 시선을 오래 붙든다. 후두둑- 소리를 내며 통째로 떨어지는 꽃봉오리도 매혹적이다. 어느새 동백꽃 무더기가 땅에 지천으로 깔렸다. 빨간 융단이라도 깔아놓은 것 같다. 꽃으로 깔아놓은 레드카펫이다. '꽃탄자'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연출한 풍경이다. 절로 발걸음이 오래 머문다. 이내 마음도 한없이 늘어진다. 데바쁜 건 동박새뿐이다. 연신 재잘거리며 포르릉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시 나뭇가지로 내려앉는다. 꽃이 달곰한 모양이다. 모름지기 꽃은 활짝 피었을 때 아름답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동백꽃은 떨어진 꽃으로도 우리를 황홀하게 해준다. 시나브로 내 가슴에도 빨간 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난다. 꽃으로, 낙화로, 내 마음의 꽃으로 세 번 만나는 동백꽃이다. 내 마음이 금세 금사정의 동백나무로...
편집에디터2020.03.26 13:26마을 풍경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거리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경제는 휘청거린 지 오래다. 일상도 매한가지다. 코로나19 탓이다. 새봄만이 예외다. 산하를 하얗게, 샛노랗게,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뭇가지에도 어느새 새싹이 나오고 있다. 초록의 물이 들기 시작했다. 원달재를 넘는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 지난 7일이다. 원달재는 승주에서 월등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하얀 구름이 스멀스멀 산등성이를 넘고 있다. 비구름은 화르르 피어난 매화를 어루만지고 있다. 수줍은 매화가 상그레 미소 짓는다. 풍경이 장관이다. 매향을 머금은 구름이 한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걱정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산의 중턱인데도 겉옷이 거추장스럽다. 산정을 넘던 봄바람과 구름이 불러왔을까.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산골로 매화를 보러 가는 길이다. 강물...
편집에디터2020.03.12 13:22마을 풍경-도강마을 앞 정자와 수령 200년 느티나무 코로나19 탓에 긴장감이 감도는 주말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드물다. 도로도 한산하다. 평소보다 다심해지는 요즘이다. 쉬는 날이지만, 어디로 나간다는 것도 편하지 않다. 그래서 선택했다. 청정한 여행지, 보성차밭이다. 산비탈의 능선을 유려하게 휘감은 차밭을 그려본다. 판소리의 높낮이처럼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풍경이다.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는 봄과 여름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멋진 곳이다. 사철 언제라도, 하루 어느 때라도 낭만을 선사하는 차밭이다.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서분해진다. 봇재에 서니, 사방이 차밭이다. 산등성이를 올려다봐도, 산자락을 내려다봐도 골골마다 차나무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차밭이 이엄이엄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녹차나무가 아니다. 차나무이고...
편집에디터2020.02.27 13:25강골마을 안내도 깨나른한 일요일이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분위기 탓일까. 평소보다도 몸이 더 처진다. 날씨도 퍽이나 누그럽다. 포실하게 내리는 눈을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촐촐한 배를 채우고,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보성 강골이다. 강골은 고아하면서도 단화한 마을이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복잡하면서도 부산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거리기에 좋은 곳이다. 신종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어 더 좋다. 강골마을은 보성군 득량면에 속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식량을 많이 얻었다는 '득량(得糧)'이다. 마을은 950여 년 전, 양천 허씨가 들어오면서 형성됐다. 이후 광주 이씨 집성촌이 됐다. 지금은 30여 가구 40여 명이 구순히 살고 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의 배경무대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마을...
편집에디터2020.02.13 16:23상사마을-풍경 설날을 보내고 깨나른한 오후, 자분참 상사마을로 간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상사마을은 구례읍에서 하동 방면으로, 화엄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도로에서 봤을 때 오른편이 하사(下沙), 왼편이 상사(上沙)마을이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 속한다. 지명이 모래 위에 그린 그림이다. 827년 신라 흥덕왕 때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을 전후해 해주 오씨가 들어와 터를 잡았다. 순천에서 영천 이씨가 들어오면서 두 성씨의 집성촌이 됐다. 지명 유래가 도선국사(827~898)와 엮인다. 사성암(四聖庵)에서 수행하던 도선이 이곳의 산수를 보며 풍수의 원리를 깨쳤다는 얘기다. 강변에 모래(沙)로 산천을 그렸다(圖)고 '사도'다. 삼국통일의 징조를 일찍 알아챈 도선은 훗날 왕건을 도와 고려 개국에 큰 공을 세웠다. 사도저수지 ...
편집에디터2020.01.30 12:45녹천기념관 '봄날' 같은 소한(小寒)이 지나고 바람결이 거칠어졌다. 다시 찾은 겨울이다. 겨울은 유난히 추억이 그리운 계절이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도 한번쯤 든다. 주전부리도 겨울에 많았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앉아서 도란도란 먹던 군고구마가 먼저 떠오른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엿과 인절미, 풀빵, 보리개떡도 잊을 수 없다. 가난해서 부족했고, 그래서 불편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독했던 가난과 불편마저도 그리움이다. 겨울 주전부리 가운데 하나가 엿이다. 엿은 헌책과 바꿔먹을 수 있었다. 어쩌다 공사장 언저리에서 쇳조각이라도 주우면 '횡재'한 느낌이었다. 빈 병이나 닳아진 고무신도 엿장수가 반겼다. 부러, 새 신발을 찢어서 엿하고 바꿔먹기도 했다. 엿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입에 달라붙어도 좋았다. 손이나 옷에 묻어 찐득거려도 괜찮았다. 많이...
편집에디터2020.01.09 12:45마을식당과 게스트하우스 겨울바다로 간다. 섬이 많은 바다, 다도해(多島海)다. 그 가운데서도 노둣길을 따라 여러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신안 기점·소악도다. 섬의 모양이 기묘한 점처럼 생겼다고 기점도, 섬 사이를 지나는 물소리가 크다고 소악도라 불리는 섬이다. 섬과 섬 사이가 노두로 이어져 있다. 오래 전 주민들이 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 만든 길이다. 기점·소악도에는 하루에 두 번 노둣길이 물 위로 드러난다.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차올라 사라지고, 서너 시간 뒤 썰물 때 다시 갯벌위로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다섯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만약 여행 중에 길이 사라져버리면…. 쉬어가라는 하늘의 뜻이다. 주변 둑방이나 노두 근처에서 멍을 때리며 물이 다시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느린 여행의 지혜이고, 섬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기점·소악도는 대...
편집에디터2019.12.26 12:16황룡강변에서 본 요월정원림과 원황룡마을 ( 계절이 겨울의 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절기상 대설도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껏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다. 한낮엔 햇볕 좋은 가을날 같기도 하다. 지난 가을 노란꽃잔치를 벌였던 '옐로시티' 장성으로 간다. 장성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브랜드에 색깔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역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하면서 색채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황룡강이 있고, 황룡에 얽힌 전설이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황룡마을. 겉보기에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부심은 여느 마을보다 크다. 마을이름이 장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황룡과 관련된 전설도 두 가지가 전해진다. 옛날 황룡마을의 요월정 앞 연못에 용 두 마리가 살았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려고 지성을 다해 100일 기도를 드렸다. 드디어 100일째 ...
편집에디터2019.12.12 11:04강진 남포마을 갈대밭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순천만이다. 인지상정이다. 순천만의 면적이 갯벌과 갈대밭을 합해 816만평이다. 국제적으로 보존협약이 맺어진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순천만과 자웅을 겨룰만한 곳이 강진만이다. 강진만은 갈대밭 20만평, 갯벌 793만평 모두 813만평(3282만㎡)에 이른다. 남쪽 바다를 향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물길과 갯벌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드넓은 강진만에 붙어있는 동네가 남포마을이다. 탐진강과 강진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 방면으로 가는 길목이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에 속한다. 남포는 오래 전 강진의 15개 포구 가운데 가장 큰 남당포구였다. 강진의 관문이었다. 제주도로 가는 뱃길의 출발지였다. 왜구들이 서남해안을 분탕질할 때도 죽음으로 지켰던 포구다. 도암만에서 나는 물목은 물론 완도,...
편집에디터2019.11.28 13:13무등산양떼목장 양들이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닐며 풀을 뜯고 있다. 쓱-쓱- 풀을 뜯어먹는 소리가 자별히 느껴진다. 양에게 건초를 주는 체험도 재밌다. 건초 바구니를 들고 있는 나에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양들을 보는 재미도 별나다. 풀을 뜯는 양떼를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멋진 작품이 된다. 양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오지다. 양떼목장은 어디라도 사진 촬영의 포인트가 된다. 목장의 풍광도 이국적이다. 목장의 유려한 길을 따라 하늘거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늦가을의 산골이 나에게로 들어온다.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목장길 따라…' 기억 저편에 있던 노래가 절로 홍알거려진다. '한국 속의 유럽, 전라도 속의 유럽'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화순 수만리에 있는 무등산 양떼목장 풍경이다. 수만리(水萬里)는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에 ...
편집에디터2019.11.14 13:23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에는 '숲정이'가 있다. 숲정이는 마을 숲, 마을 근처의 숲을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1550년께 마을이 형성되면서 동복천을 따라 1000여 m에 만들어졌다. 마을이야기 – 화순 둔동마을 불변(不變)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이치에 따라야 한다. 물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살 수도 없다. 샘물이든, 강물이든 물에 기대 살아야 한다. 물이 풍부한 마을은 먹고 살만 했다. 사람들의 인심도 상대적으로 넉넉했다. 옛사람들의 풍류도 물에서 시작됐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에 누정을 지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의지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살고 있다. 화순 둔동마을로 간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그 물이 숲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숲길과 물길이 이어지고, 조화를 이뤄 한 폭의 ...
편집에디터2019.10.31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