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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검은닭을 길렀는지는 알 수 없다. 동남아시아 계통이나 일본 계통의 오골계로 오해받던 시절도 있었다. 지양미가 보고한 '봉황과 긴꼬리닭의 역사성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고양시 긴꼬리닭 3계통, 축산연구소의 재래닭 3계통, 연산 오계, 제주도의 재래닭, 축산연구소 레그혼, 로드아일랜드 및 코니쉬 등 11개 집단 449수를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는데, 긴꼬리닭과 연산오계가 우리나라 토종닭과 93% 확률로 동일한 그룹임이 확인되었다. 긴꼬리닭을 포함하여 연산 화악리 오계가 우리나라 토종닭임을 알려주는 실험이었던 셈이다. 문헌상으로 보면, 고려 시대 이달충(1309~1385)의 시에 등장하기도 하고, 조선 시대 문헌에는 다수 등장한다.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아마 아주 오랜 시기부터 검은닭이 사육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1월에 논산에서 열리는 연산...
편집에디터2022.10.27 15:37판소리 창본집(김봉호)에 나오는 호남 지명 2018년 8월 10일 본 지면에 를 소개했다. 20세기 초 임방울이 불러 국민 유행가가 된 노래다. 1931년 유성기 음반으로 제작된 것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930년대 취입된 유성기 음반에는 임방울, 정정렬, 하농주, 김금암 등이 녹음하였고, 해방 후에는 박동진, 신평일 등이 취입하였다. 필사본이나 이본들이 많으므로 노랫말이 균일하지 않다. 의 노랫말은 중의법(重義法)으로 구성되었다. 해당 지명에 단어의 본뜻을 입힌 것이다. 김봉호가 쓴 '판소리창본집'을 참고한다. 고창(高敞)은 지세가 높고 탁 트인다는 뜻이고, 익산(益山)은 많은 산, 만경(萬頃)은 수면이 아주 너른 것을 뜻한다. 모든 단어나 어구가 그렇다. 중의는 두세 가지 의미를 담는 어구라는 뜻이다. 대부분 댓구 형식이다. 는 부단히 변해왔다. 신재효본 에 와서야 ...
편집에디터2022.10.20 16:02덕흥리 무녕왕릉 고분의 인면조 검은닭 오계(烏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烏)는 까마귀라는 뜻 외에 검은색이라는 뜻이 있다. 오(烏)에 단지 까마귀의 뜻만 있다면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도 '까마귀닭'이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부르지 않는다. 대신 삼족오는 세 발 달린 까마귀로 해석한다. 같은 오(烏)자를 쓰는데 왜 삼족오(三足烏)는 까마귀로만 인식할까?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하는 새다. 삼족(三足)은 다리가 셋이라는 뜻이고 오(烏)는 까마귀를 말한다. 다리가 셋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고대의 삼족기(三足器)가 단서의 일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솥(鼎)이다. 고대 중국, 양쪽에 귀를 달고 있는 세 발 솥 곧 삼족정(三足鼎)이 오늘날까지 솥으로 통칭된다. 남중국이나 베트남 권역에서 동고(銅鼓, 동으로 만든 북)를 왕실의 상징으로 사용하였듯이, 고대 중국에서...
편집에디터2022.10.13 17:07판소리 문법은 올려잡아 300여 년 전 생성되었다. 판소리라는 이름은 100여 년 전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판소리의 총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확정되었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판소리 내력이다. 이제 판소리를 '소리'답게 만드는 두 가지 기술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이 두 가지 기술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탁월하다. 판소리를 이면(裏面)의 소리로 만들어낸 원천기술이다. 하나는 리듬을 일정한 패턴으로 범주화한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선율을 일정한 방식으로 구조화한 기술이다. 전자의 기술을 장단(長短)이라 한다. 후자...
편집에디터2022.10.06 14:15문화관광부 등 정부에서는 K-Food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우리말 '한식'을 영역한 것이 'K-Food'이다. 하지만 한글과 영문의 결이 좀 달라 보인다. 남도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한식(韓食)'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나 식사를 말하는 것인데, 지금 논의되는 K-Food를 딱히 그렇게 정의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음식문화가 식료에 한정되거나 시대에 묶여있지 않고 시절 따라 기호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서구화된 우리의 식단이 그렇고 세계인의 기호 음식이 된 커피 사례가 그렇다. 주지하듯이 K-Food가 부상...
편집에디터2022.09.29 16:312010. 추자도 조기축제에서 풍어제 주관하는 송순단 무녀 판소리란 작명은 언제 어디서 누가 한 것일까? 판소리의 생성은 영조 30년(1754) 유진한이 지은 춘향가를 기점으로 잡는다. 250여 년, 당시 이 노래가 존재했었으니 더 올려잡아 300년 남짓 된 셈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지금의 호명인 '판소리'가 있었던 게 아니다. 타령, 창(唱), 잡가(雜歌), 소리, 광대소리, 창악(唱樂), 극가(劇歌), 가곡(歌曲), 창극조(唱劇調) 등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 중에서 어떤 이름이 대표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판소리라는 명칭이 나타난 것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1940년 조선일보 출판)이다. 올려잡아도 100여 년 밖에 안된다. 더구나 판소리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다. 정노식이 왜 '조선판소리사'라고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판소리 만정(김...
편집에디터2022.09.22 16:31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무안학 심포지움을 열었다. 무안군 후원 무안문화원 주최 프로그램이다. 우후죽순 지방학이 생겨나는 와중에 아마도 꼴찌로 이름을 올린 게 아닌가 싶다. 내가 2년여 두 번의 기획과 섭외 등을 맡아 진행해서가 아니라, 향후 지역학을 고민하고 구성해나갈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페이스북에 간략한 성과를 공유하였고, 오프라인의 독자들을 위해 다시 풀어쓰는 셈이다. 그동안 몇 차례 무안학이라는 이름으로 발표와 토론이 있었지만 등 지역연구의 맥락을 넘어서는 지역학 화두를 내걸었다. 무안문화원 이...
편집에디터2022.09.15 17:10영화 왕의 남자 광대들의 연희장면. 맥스무비에서 캡쳐 "근데 그때는 뭐, 광대 뭐, 딴따라 뭐, 이럴 때지(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4)." "그러니까 떠돌이들은, 유랑극을 하는 사람들은 조심을 해야된다. 이래가 부모들이 말렸어요(한국영화사연구소, 2010)." "영화 한다고 그러께네 뭐 뭐 기생 사람 된다카고 뭐. 그때 영화라는 게 인정도 안 했지, 그래께 내가 몰래 나왔지(한국영화사연구소, 2007)." "어어, 그리니까 완고하지요. 그니까 풍각쟁이한테 누가 딸을 주겠느냐(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5)." "아, 보나 마나 그런 딴따라니까, 이혼했지(한국영화사연구소, 2009)." 이승연의 '서사를 통해서 본 1950~60년대 대중문화 예술인의 정체성-예술관과 직업관을 중심으로(인문사회 21)'라는 글의 인용문들이다. 광대, 딴따라, 떠돌이, 풍각쟁이는 물론이요, 각설이, ...
편집에디터2022.09.01 16:242001년 진도 소포마을 상가에서 열린, 고 정숙자의 씻김굿 중 손님굿. 이윤선 "경상도는 대풀이요/ 전라도는 중천의 풀이란다/ 잔도 잔도 새로 속잎이 났네/에라 만수야 에라 대신이야/ 많이 흠향하고 평안히 돌아가소서" 진도를 중심으로 하는 남도 씻김굿의 대표적인 마무리곡이다. 시나위나 굿거리 연주를 하다가 당골 혹은 음악의 리더격인 누군가가 이 노래를 꺼내면 모두 합창하며 해당 거리를 끝내게 된다. 이 곡을 꼭 집어 이름을 붙인 예는 없다. 어떤 굿거리를 마무리하는 곡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나는 '갈무리조'란 이름을 쓴다. '갈무리'는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한다는 뜻의 순우리말이고 '조(調)'는 시가나 노래의 음수에 의한 리듬 단위라는 의미로 차용한 것이다. 부언하자면 하나의 굿판을 이루는 십수 개의 하위 굿거리들이 있다. 대개 열두 개 정도로 구성된다. 그 중 중요한 하위 굿...
편집에디터2022.08.25 16:15"해모수와 사통한 뒤 버림받은 유화를 이상하게 여긴 동부여의 왕 금와가 그녀를 방에 가두었는데 햇빛(日光)이 비추니 몸을 이끌어 이를 피하고 해그늘(日影)이 좇아와 비추니 받아들여 이로 인해 잉태했고 하나의 알을 낳았다." '삼국유사' 「고구려조」 주몽 탄생 기사를 김지하가 인용한 대목이다. 흰그늘이란 작명의 출처를 엿보게 해준다. 이렇게 설명한다. "햇빛(日光)과 해그늘(日影)이 분명히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병도는 각각 '햇빛'으로 번역했으니 '해그늘' 곧 흰 '그늘'의 깊고 무궁한 신화적, 신비적, 미학적 의미, 그 창조적 ...
편집에디터2022.08.18 16:56임실필봉농악-블로그 후니의 감성기행에서 인용 "수컷 굴뚝새는 영토를 얻게 되면 흔히 있기 마련인 침입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음악상자 리토르넬로'를 만들어 낸다. 그러고 나서 영토 안에 직접 집을 짓는다. 심지어 12개씩이나 지을 때도 있다. 암컷이 다가오면 한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집 속을 들여다보는 암컷에게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꼬리를 낮추고 노랫소리를 점차 약하게 한다.(중략) '구애'의 기능 역시 영토화되어 있다. 하지만 영토의 리토르넬로를 매혹적으로 만들기 위해 강도를 바꾸기 때문에 그 정도는 집짓기보다 덜하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이하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에 나오는 설명이다. 오래전 소리의 영토와 재영토화에 대해 소개하면서 인용해둔 대목이다. 리토르넬로에서 공명(共鳴)까지란 부제를 붙였던 이유는 지난 칼럼에서 다룬 'ᄆᆞᆷ톨로지'와 수렴 및 확장...
편집에디터2022.08.11 15:182003년 덴마크 스톡홀룸 광장, 진도강강술래. 이윤선 "너를 어쩜 좋니/ 촉촉한 코를 내 얼굴에 대고/ 폭폭폭 숨을 쉬며 자는 너를(중략)/ 내가 뭐라고/ 나 같은 게 뭐라고/ 자그마한 생 전체를 맡겨두고/ 온몸으로 말을 걸어오는 너" 이토록 다정한 연인이라니. 대체 누구이길래 몸을 던져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 맘을 던져 사랑하는 것일까? 그것도 오로지 화자 한 사람만을 말이다. 이런 사랑이라면 사람의 삶이 어떤 한순간인들 무슨 상관있으랴. 그 순간을 영원처럼 살면 되는 것을. 하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 얘기가 아니다. 한건희의 '고양이는 서른 살, 개는 세 살'(부크크)에 나오는 시다. 사람이었으면 더욱 좋을 뻔했으려나? 반려동물과의 이런 관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깊고 넓다. 식용이 일반적이었던 복날 풍습의 정서와는 격세지감이다. 급류에 휩쓸린 차 안에서, 개를 먼저 구...
편집에디터2022.08.04 15:16씻김굿(이슬털이). 진도군 제공 몇주 전 조선일보 조용헌살롱에서 '씻김굿의 이슬털이는 술 만들기''는 내 이론을 다루어 주었다. 씻김굿의 핵심거리인 '이슬털이'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 시대가 장차 씻김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상재(上梓)한 글이다. 내 오랜 주장이기도 하지만, 비로소 내 생각들이 인용되는 듯하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감사드린다. 이 언급을 기회로 다가오는 명절 백중을 빌미 삼아, 기왕의 설을 보충해 둔다. 진도뿐 아니라 남도 전역의 씻김굿 중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기도 하고 또 이 시대가 더불어 어깨 겯고 나가야 할 덕목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누룩과 솥뚜껑을 솔가지(근래는 빗자루)로 씻는 의례 이슬털이. 이윤선 남도씻김굿 이슬털이 방법과 유교적 맥락 진도를 중심으로 하는 남도의 씻김굿은 우리나라 남도 무속의례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 사안마다 다른 이름을 붙...
편집에디터2022.07.28 14:42석양 깊은 골짜기, 헛간의 오래된 부삭(아궁이), 쇠여물 솥에 불을 '달멘다'. 덜 마른 '등걸'은 송진을 피식피식 토해내면서도 불을 품는 성정이 그윽하다. 웬만한 바람 따위로는 이 진득한 화염을 방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빼짝(바싹) 마른 '뜽컬'은 그리 진득하지 못하다. 그저 제 몸 하나 태울 화력이라고 할까. '등걸'을 켜켜이 쌓아 불을 지피는 것을 '달멘다'고 한다. 오래된 우리 고향 말이니 이 정도 설명은 해두어야겠다. 고사한 나무뿌리 땔감을 '뜽컬'이라 하고 일반적인 장작을 '등걸'이라 한다. 솔잎 땔감을 '소사리'라 한다...
편집에디터2022.07.21 15:12남원몽심재 안채. 이윤선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의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신파극단 취성좌(聚星座)가 서울 단성사에서 공연할 때다. 여배우 이애리수(1910~2009)가 막간 무대로 나와 이 노래를 불렀다. 갑자기 객석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삽시간에 장안의 화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훗날 남인수가 불러 국민가요가 되었던 , 본래의 노래 제목은 이다. 전수린이 작곡하고 왕평이 작사하였다. '황폐한 도성의 흔적', 개성 만월대를 보고 지은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망해버린 왕조 고려에 투사했으리라. 허물어진 성터가 주는 영감은 벼랑에 폭포수 쏟아지듯 망국의 조선사람들에게 번졌으니, 일제가 서둘러 금지곡으로 지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잡초 우거진 도성 터, 이것이 어디 개성의 만월대에 그치겠는가. 흥망성쇠의 왕조에 그치겠는가....
편집에디터2022.07.14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