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경남 거창 수승대 발효마을에서 열린 제2회 장문화축제 포럼에서 나는 남도의 장광을 음악에 비유해 발효의 아우라를 발표한 바 있다. 살림집이 하나의 음악이라면, 그래서 우리의 삶이 하나의 연주라고 한다면, 몸채와 사랑채와 안뜰과 뒤뜰과 외양간과 곳간과 그리고 장광이 연주하는 리듬과 장단과 혹은 색깔들을 상상해봤다고나 할까. 축하 공연을 했던 임동창과 그 그룹들이 펼친 팔도 아리랑을 겨냥한 대목이었는데 실제 그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장독대 아리랑 등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풀어보기로 한다. 그저 오...
2024.11.14 18:07율촌산업단지가 발아래 있다. 여수국가산단과 광양항, 광양컨테이너부두도 저만치 보인다. 산단과 부두로 개발되기 전엔 모두 바다였다.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짱뚱어 뛰놀고 바지락도 지천이었다. 아직도 갯골이 남아 있다. 갯내음도 짙다. 갯골에서 두눈 부릅뜨고 먹잇감을 찾는 왜가리도 가끔 만난다. 신성포다. 이 바다에 이순신과 진린이 이끈 조·;명 연합군이 주둔했다. 1598년 이맘때다. 조명연합군은 일본군을 순천왜성에 가두고 대치했다. 왜교성전투다. 사면초가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명나라...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1.14 18:07내몽골의 서부 깊숙한 곳이다. 칭기즈칸의 몽골군에 패망한 서하(西夏) 왕국의 변방. 사막 속의 흑성(黑城)을 찾아가다가 그 언저리에서 노란 단풍으로 물든 호양나무 숲을 만났다. 사막에서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어디선가 본듯하다 했더니 중국 무술영화 ‘영웅’의 무대였단다. 성벽과 불과 몇 개의 불탑만이 사막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흑성. 접근을 불허해 애간장을 태우며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다가 이런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 것이 위안이 되었다. 사막에도 열악한 환경...
2024.11.14 17:392025년 1월 20일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그는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거듭 언급했고, 우크라이나 갈등이 시작된 뒤 백악관으로 돌아와 이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그는 선거 캠페인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다고 발언했지만, 정확히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트럼프 자신도 명확히 알지 못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지금까지는 ‘트럼프 계획’은 없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의 지팡...
2024.11.14 15:31필자에게 매년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를 관람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 10월 28일부터 일주일간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작품 준비를 위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찾아 심도 있게 이번 축제와 축제가 열리는 오페라하우스를 세밀히 분석하며 광주 ‘전문공연장 건립(오페라하우스)’과 광주 오페라의 미래를 생각 할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 유일의 제작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제작과 공연은 물론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프로그램과 성악가를 위한 ...
2024.11.07 18:172024년 8월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점령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쿠르스크 지역을 계속해서 해방시키고 있다. 10월 24일 현재 푸틴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방향에서 침략 행위가 시작된 이래로 26,000명 이상의 군인을 잃었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 인근 약 6×15㎞ 규모의 지역에서 약 2천명의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됐다고 했다. 압티 알라우디노프 러시아 체첸공화국 아흐마트 부대 사령관은 “적군이 점령한 영토 중 절반가량이 이미 해방됐다”라고 했다.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11.07 17:51일군의 아이들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에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거문고 소리 같기도 하고 가야금 소리 같기도 하였다. 혹은 이 둘을 합쳐놓은 듯한 음색이랄까. 아직 숙달되지 않은 솜씨지만 한 줄 한 줄 뜯고 튕기는 소리를 따라가노라니 2천 년 전 마한의 어느 도읍에 도달한 듯하였다. 눈을 지그시 감으니 작은북과 토용들을 매단 대형 솟대가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역죄인들이 도망을 와도 잡아가지 못한다는 신성한 공간, 바로 소도(蘇塗)였다. 지금의 광주 신창동, 당시 영산 바다 갯가에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
2024.11.07 17:41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 치부, 사생활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어떤 예술가들은 때로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예술로 다양하게 표현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유도하기도, 스스로 치유하기도 한다. 그것은 보편적인 미술사에서도 이야기되는데, 인간의 상처와 연약함을 드러내 예술적 감각으로 유일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인간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난 칼럼들의 주인공이었던 예술가로 프리다 칼로, 쿠사마 야요이, 니키드 생 팔, 루이스 브루주아 등도 이에 속한다. 영국 현대미술 작가 트레이...
2024.11.03 18:212024년 10월 10일 우크라이나의 언론에서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는 주장을 하며 전례 없는 규모의 정보 캠페인이 폭발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러시아 편에 서서 전쟁에 참전했다. 러시아 공장에 노동자를, 러시아군에 인력을 파견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1,500명의 북한 특수부대원이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을 타고 10월 8일부터 북한의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10월 29일 ...
2024.10.31 16:54“이 서사시 장르의 레퍼토리는 슬픈·평화로운·장난스러운·극적인 장면들이 교차하는 우회적인 이야기로 구성되며, 때때로 소리꾼이 몸짓 연기를 하며 공연한다. 소리꾼의 옆에서는 온몸으로 세계를 맞이하는 ‘고수’와 그의 소리북이 전 우주의 리듬을 바꾸어 놓는다. 줄거리가 펼쳐지는 이동식 무대 ‘마당’이라는 물리적 한계 안에서 공연되는 ‘판소리’는 그 자체로 특정한 표현 ‘공간’을 구성한다. 기후 변화 시대의 예술가들이 공간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한 전시를 만들고자 하던 중 예기치 못하게 맞닥뜨린 ‘판소리’, 이 한국 민속의 한 분야는 오늘날...
2024.10.31 16:46우연히 만난 소녀다. 양림동 선교사들 흔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비어있는 한 낡은 건물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곳에 홀로 서 있던 그녀를 보는 순간 사실 좀 놀랐다. 낯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소녀 또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더니 다소 상기되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이 소녀는 지금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차림인지라 여기가 뭐 분장실이라도 되는가 하고 두리번거려 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은연중 문화적 잠식을 느끼게 하지만, 상상의 나래는...
죄를 면하고자 했다.2024.10.31 16:35‘나는 피가 머리로 역류하는 분노를 느꼈다. 가뜩이나 그놈들과 한 차에 통학하면서도 민족 감정으로 서로 멸시하고 혐오하여 지내온 터인데, 그들이 우리 여학생을 희롱하였으니 나로서는 당연한 감정적인 충격이었다. 더구나 박기옥은 나의 사촌 누님이었으니, 나의 분노는 더하였다. 나는 박기옥의 댕기를 잡고 장난을 친 후쿠다를 개찰구 밖 역전 광장에서 불러 세우고, 우선 점잖게 따졌다.’ 박준채(1914~2001) 선생의 회고집 ‘독립시위로 번진 한·일 학생 충돌’의 일부분이다. 박준채는 당시 광주고등보통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1929...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0.31 16:29“낱낱의 기어감이 양적으로 쌓이고 쌓일 필요가 없다. 그것들이 기계적 운동의 차원에서 연속적으로 나열됨으로써 비로소 지나감과 넘어감이 생성하는 게 아닐 터이다. 포월을 통해 종래의 운동 개념이 바뀜으로써 역시 바뀌고 부서지는 것이 시간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포월의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시간이 생성한다. 이 새로운 시간 속에서는 하나하나의 기어감이 이미 지나감이며 동시에 넘어감이다. 나름대로 이미 일종의 지나감과 넘어감을 견딘다. 하나의 개별성은 매우 느리고도 동시에 빠르다. 거의 제자리에서 머무는 듯하지만, 매우 멀리 간 것과 같고...
2024.10.30 15:55“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헤이히/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만나니 반가워라 이별을 어이 해/ 이별이 되랴거든 왜 만났든고/문경새재는 웬 고갠고/ 구부야 구부구부 눈물 난다.” 몇 소절의 진도아리랑이 흐른다. 고음반이라 지직거리기는 하지만 비교적 노랫말과 반주악기 소리가 선명하다. 정창관이 제공한 1939년 진도아리랑 SP 음반이다. 음반 표지에는 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그런데 후렴의 끝 소절이 지금과는 다르게 뚝 잘라 하향 종지한다. 처음으로 김소희, 박종기 등에 의해 재구성될 때의 음반이니 이 형태를 진도아리...
2024.10.24 18:16우리는 타이머신과 같은 과학의 힘이라던지 신비한 현상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 또한, 마법의 힘을 통해 젊음이나 많은 재화를 얻는 기적을 한 번쯤 상상해 본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기 있는 소재로 자주 소설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예술, 근래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 무료한 노년을 보내는 성공한 이들이 묘약이나 마법을 통해 청춘으로 회귀하는 이야기나 사랑과 관련한 악마의 유혹은 매력적인 소재로 각광을 받았다. 악마는 인간의 나약함을 파...
2024.10.24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