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작은 연못을 두고 붓꽃이며 창포며 산나리꽃이며 원추리 따위를 심었다. 사월의 철쭉을 지나 오월엔 창포와 붓꽃, 유월엔 원추리, 칠월엔 산나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작은 연못의 물비늘을 벗한다. 붓꽃과 창포는 너무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힘들다. 꽃이 피기 전 봉오리를 맺은 모습이 마치 붓과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 붓꽃이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꽃들이 모두 수려하니 으뜸이 따로 있겠는가만 붓꽃에 눈길이 머무는 것은 아마도 연한 자주색을 탐하는 심미안의 발현이리라. 붓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도구라는 점을 인유(...
2024.07.18 17:52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파가 입지를 강화했다. 이는 우익과 극우 정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는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유럽의회(EP)는 유럽연합의 3대 주요 기관 중 하나로 직접 선출되는 유일한 기관이다. 나머지는 장관과 정부 수반이 만나는 유럽 평의회(CoE)와 블록의 가장 강력한 기관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이다. 이번 선거에는 EU 회원국 27개국 유권자 약 3억7,300만 명이 투표권을 갖고 720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였다. 첫째, 이번 유럽의회 주요 국가의 선거 결과 현황은 어떠한가?...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7.18 16:41세익스피어는 “뚱뚱한 사람을 가까이 두라!”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이유는 몸매가 호리호리한 사람은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야심이 강하지만 이와 반대로 뚱뚱한 사람들은 마음이 넓어 이해심이 깊으며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이러한 뚱보 예찬은 마치 베르디의 부파 오페라 의 주인공 팔스타프를 가리키는 듯하다. 베르디 의 이전 50여 년간 자신의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은 항상 비련과 한탄의 죽음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까지 74년 평생 비극에만 익숙했던 베르디는 지인들에게 평소 이제는 극장이나 관객을 위한 작품이 아...
2024.07.18 16:38‘날이 저물어 구례현에 이르니, 일대가 온통 쓸쓸했다. 구례읍성 북문 밖으로 가서 잠을 잤다. 주인은 이미 산골로 피난 갔다고 한다. 곧바로 손인필이 곡식을 갖고 찾아왔다. 손응남은 올감(早枾)을 바쳤다.’ 1597년 8월 3일 자 이순신의 〈난중일기〉다.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돼 조선수군 재건에 나선 첫날 구례에서의 이야기다. 때는 여름 무더위가 끝나고, 초가을 내음이 묻어나기 시작한 양력 9월 13일이었다. 이순신은 손응남이 갖고 온 올감을 한입 베어 물며 원기를 되찾았다. 올감은 이른 감, 갓 수...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7.11 18:13때는 1974년 7월 13일, 서대문형무소 747호 감방 앞이었다. 때마침 긴급조치 4호에 의거, 구형을 받고 우르르 몰려가던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조작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의 주역들이었다. 한목! 한목! 그들이 감방 안쪽에 대고 임진택을 불렀다. 당시부터 김지하를 두목이라 부르고, 임진택을 한목이라 불렀다. 거 누구요 누구? 까치발을 딛고 밖을 내다보던 한목에게 무리들이 껄껄거리며 대답했다. 나 김지하! 나 유인태! 한목이 다시 물었다. 구형은 어찌 되었소? 무리들이 함께 답하였다. 사형이다 사형! 껄껄껄! ...
2024.07.11 18:132024년 7월 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미국 워싱턴 DC에 모여 군사 동맹의 75주년을 기념하였다. 7월 10-11일 한국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하였다.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는 NATO와 IP4(인태4개국·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 중국에 맞서기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된다. NATO는 1949년 프랑스를 포함한 12개 국가에 의해 창설되어 이제 32개 회원국이 되었다. NATO는 유럽-대서양 공간의 안보...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7.11 17:03남국의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물결 소리를 들으며 야자수 어우러진 백사장을 걷노라니 내가 먼 곳에 와 있음이다. 그 백사장 산책길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이 있었다. 거대한 코끼리다. 나처럼 산책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으로 떠도는 것은 아닌 듯. 수영하거나 산책하는 자들 사이에 끼어든 이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로 평범한 풍경이 달라졌다. 낯선 풍경으로 보이지만 낯익은 풍경으로 여겨진다면 세상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음에 당신의 시간이 다...
2024.07.11 10:14우크라이나가 제창한 평화안과 관련해 스위스 뷔르겐스톡에 모여 논의하는 평화정상회의가 6월 15일에 개막해 16일 ‘원전의 안전 확보’, ‘식량 안보’와 ‘전쟁 포로 교환’ 등 3가지 공통 항목 아래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한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영어 버전에서는 스위스 외교관들은 이를 ‘우크라이나 평화정상회의’이라고 부르고, 독일어 버전에서는 ‘고위급 회의’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세계 평화정상회의’로 언급하고 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평화정상회의 목표는 러시아의 고립을 보여주고 서방...
2024.07.04 16:14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신데렐라 스토리’는 가장 사랑을 받는 이야기이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고귀하고도 너무 순수한 사랑, 그리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역경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열매를 맺는 이야기로 영화나, 드라마, 소설, 무대공연예술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의 부파 오페라 역시 널리 알려진 동화의 내용에 좀 더 사실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각색한 작품이다. 는 정의가 무너지고 진정한 사랑이 홀대받는 세상에 재화로 살 수...
2024.07.04 16:15‘기행가사(紀行歌辭)’ 하면 송강 정철이 떠오른다. 실학의 상징 인물은 다산 정약용이 먼저 생각난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선입견이다. 기봉 백광홍과 존재 위백규가 있다. 백광홍(1522∼1556)은 정철보다 앞서 〈관서별곡(關西別曲)〉을 지었다. 가사문학의 첫 작품이다. 〈관서별곡〉은 왕명을 받은 백광홍이 관서지방으로 떠나는 순간부터, 도착해서 부임지를 순시하기까지의 여정과 심정을 그렸다. 25년 뒤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 큰 영향을 줬다. 백광홍은 열 손가락에 꼽히는 조선시대 문장가다. 위백규(1727∼17...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6.27 15:25수천 마리가 넘어 보이는 백로와 왜가리 떼들이 새하얗게 내려앉은 들녘으로 신명 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일하면서 부르는 노랫소리다. “에~라~먼~들/ 잘도 무네 잘도 무네/ 에~라~먼~들/ 우리네 농군들 다 잘 무네/ 에~라~먼~들~” 지난 주초 무안군 무안읍 용월리 상동마을 모내기 풍경이다. 바로 옆이 천연기념물 211호로 지정된 백로·왜가리 번식지이니 일부러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같다고나 할까(지금은 국가유산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본래 남성 중심의 일꾼들이 모내기를 하는 곳이라 장중한 선율이 울려 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
2024.06.27 15:22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동안 자세하게 공개되지 않았던 북한 제재의 재조정에 대한 배경이 베트남 방문 일정이 끝난 후 이루어진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밝혀졌다. 핵심 내용은 국제 제재나 개별 제재가 비인도주의적이기에 북한 이주노동자를 러시아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는 북한인의 노동 이주가 생계를 위한 생존 이주이며 인간의 권리인 확장된 인권 문제로 접근하면서 제재 도구로서의 무용하다는 것을 문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푸틴 대통령의 국제 제재 재조정의 배경과 내용은 무엇인가? 푸틴...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6.27 15:22배고프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돼지꿈을 꾸면 떡을 얻어먹게 된다고 좋아했었다. 또 생긴 것이 그런 것인지 복 받으려면 돼지를 닮아야 한다고 했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그렇게 생겼다고 말하면 좀 곤란해지기 일쑤다. 어쩜 듣는 돼지 선생도 기분 나빠할지 모르니까. 여행 중에 보니까 돼지도 꼭 우리 속에서만 키우는 게 아니었다. 요즘 시류가 개나 고양이를 가족이라 하면서 같은 침대까지 쓰면서 애정으로 돌보는 것을 보면 돼지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이 성토할 일이다. 하물...
2024.06.27 14:25고 박병천 명인의 북춤사위 중 ‘갈까 말까’ 하는 동작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는 듯한데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가는 듯한데 오른쪽으로 가는 동작을 거듭 반복하며 좌우로 움직이는 춤사위다. 이를 ‘갈뚱말뚱 사위’라고 한다. 남도의 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귄’의 문화를 설명할 때 나는 곧잘 이 춤사위를 인용해왔다. 비정형의 정형, 흩뜨려야 비로소 균형에 이르는 비대칭의 미학이다. 남도인문학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400회를 연재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세월이다. 남도문화의 정체와 아름다움(美學)에 대한 천착이었다. 동안에 정리해...
2024.06.20 18:022024년 6월 19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였다. 중요한 것으로 하나는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 수준의 조약 체결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국의 다양한 협력 재개를 위한 유엔 제재의 재조정에 관한 것이었다. 첫째는 러시아와 북한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문서가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북한 관계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군사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상호 동등하게 호혜적으로 수행함을 뜻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를 강...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6.20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