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심청’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이다. 사진은 1999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심청’. 예술의전당 제공 |
현대에는 한국을 소개하는 오페라도 등장하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서울 시립 오페라단이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2007)에게 의뢰한 <시집 가는 날>과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총감독 귄터 레너르트가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 오페라 <심청-SimTjong, 1972>이 대표적 작품이다.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심청>은 특히 문화 대국 독일의 요청으로 독일어로 제작되어 세계에 선보인 작품으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의 1972년 독일 뮌헨에서 초연 당시 공연 장면. 출처 윤이상평화재단 |
![]() 2022년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브랜드 오페라로 제작된 윤이상의 ‘심청’ 공연 장면. 출처 대구오페라하우스 |
당시 서독의 뮌헨 올림픽을 기념하여 오페라를 윤이상에게 위촉한 것은, 독일이 추구하는 문화 정책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 사료된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결합을 추구하였던 독일 정부와 문화계의 시각은 올림픽 경기의 이념의 상징적 시도라 할 수 있으며 동아시아인에 의해 작곡된 아시아적 소재가 서구의 오케스트라와 결합 된다는 취지도 있었다고 본다.
윤이상은 대본 작가인 하랄트 쿤츠(Harald Kunz)를 만나서 한국의 전래동화 ‘심청’을 제의하며 아버지의 개안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심청의 효성에 관한 동아시아가 가지는 특별한 철학적 이상을 이야기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쿤츠는 한국 방문을 통해 이전에 만들어진 드라마나 영화, 가면극과 판소리 등을 접하고 여행과 철저한 사전작업을 통해 얻은 인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최대한 묘사하였다고 한다.
![]() 2022년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브랜드 오페라로 제작된 윤이상의 ‘심청’ 공연 장면. 출처 대구오페라하우스 |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은 대부분 우리가 아는 설화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지만, 동서양의 이질성으로 작품에 관한 이해의 간극을 좁히거나 특징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각색이 이루어졌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도교에서 볼 수 있는 천상의 개념이 등장한다. 심청은 천상의 선녀로서 인간으로 환생하여 황제의 배필이 되고 지상의 인간 세계를 관장하는 어머니로 태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심청>에서 주인공 심청을 사모하는 박씨라는 인물의 등장이며, 이는 단조로우며 극의 전개상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요소를 메우기 위한 대본가의 기지라 할 수 있다. 심청은 자신을 열렬히 사모하는 박씨와 결혼하면 현세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그보다 아버지 심봉사의 평안을 바라는 고귀한 마음씨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심청과 함께 관객이 가질 수 있는 극적 갈등 요소로 극 전체를 더욱 밀도감 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래 ‘심청’보다 더 밀도화 된 스토리로 용궁 속 5명의 용왕과 5명의 신부가 존재하는 이야기나, 심청이 다시 환원할 때 이미 죽은 심청의 어머니가 나타나 연꽃으로 씌우고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든지. 심청이 환생하여 황후가 된 후 연회에 심봉사를 황제의 신하들이 직접 데리고 오는 부분이 원전에서는 역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심봉사가 참회를 하고 이어 개안을 한 후 심청과 황제를 위해 축복을 내리고 심봉사는 하늘 제상의 아내인 ‘옥진’의 뒤를 따르며 축복의 합창과 함께 이 극이 마무리되는데, ‘옥진’을 따르는 부분 역시 전래 되는 설화 내용에는 없는 사실이다. 전래 설화에서는 심봉사의 개안을 위한 효성과 희생이 작품에서 표출하는 주제라 할 수 있으나 오페라 <심청> 에서는 심봉사의 개안을 구원으로 인식하며 구원이 중요한 주제로서 표방되고 있다 할 수 있다. 전래 심청에서 표방하는 유교·불교·도교 즉 동아시아의 모든 종교적 이상인 한 여인으로서의 희생과 자녀로서의 효성이 아닌 오페라 <심청>은 심봉사를 구원의 대상으로 이는 나아가 구원의 대상이 ‘민중’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올림픽의 염원인 민중의 화합과 이상적 세계를 위한 염원이기도 하며, 윤이상이 음악적인 언어로 이 모든 것을 <심청>에 담아 세상에 고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1999년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이후 20여 년 후인 2022년 대구 오페라 하우스의 브랜드 오페라로 제작되어 주요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공연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자체 제작한 한국의 <심청> 프로덕션은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극장 등 해외극장 진출의 선봉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우리 오페라의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2025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 공식 초청 2026년에는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광주시립오페라단도 지역의 현실과 맞고 대중 친화적인 광주의 대표 브랜드 오페라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만이 만들 수 있는 광주의 명품 오페라가 윤이상의 <심청>처럼 광주를 비롯한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 무대에 진출해 보길 소원한다. 광주가 만들고 세계가 감동하는 광주의 오페라, 윤이상의 <심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오페라의 비상을 꿈꿔 본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 작곡가 윤이상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