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세상의 삼라만상 어우러진 지상 최대 예술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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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세상의 삼라만상 어우러진 지상 최대 예술 콘텐츠”
<오페라 제작과정 들여다보기…①소재와 대본>
분업화·고도화 과정 통해 작품 창조
문학작품·전설·신화 등 소재로 선택
대본 작업과정서 주요부분 축약·발췌
가수 성격·극 분위기 표출 ‘음악 창작’
  • 입력 : 2025. 03.13(목) 17:37
오페라는 소재 발굴과 대본, 작곡 작업 등 전문화된 시스템 아래에서 분업화와 고도화를 통해 창조된다. 사진은 가극의 왕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와 대본가 아리고 보이토로, 이들은 베르디의 후기 걸작 오텔로와 팔스타프를 함께 제작했다.
종합예술 오페라는 세상의 삼라만상의 다양한 소재와 예술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지상 최대의 예술 콘텐츠 중 하나이다. 그러하기에 이 또한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전문화된 시스템 아래에서 분업화와 고도화를 통해 창조된다. 창작 오페라뿐만 아니라 오페라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이 세계 곳곳의 오페라극장에서 지역의 여건과 환경에 맞추어 제작된다. 특히 오페라는 사회의 지대한 관심과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고 유럽과 북미, 남미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 문화도시에서는 오페라를 그 도시의 대표 문화 킬러콘텐츠로 내세우며,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막강한 문화 권력을 형성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오페라 공연 입장권은 왜 이리 비쌀까요?” 유럽 유수의 극장과 뉴욕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을 자주 방문했던 필자에게 주변 지인들이 이러한 질문을 한다. 먼저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세계 어디서나 오페라 입장권 가격은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영화나 연극보다 높게 책정되는데 이는 관객이 생생한 현장 음향과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 종합예술 장르로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푸치니의 라보엠 공연 장면으로, 이 작품은 제작 과정에서 원작이 변환됐다.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1969년 공연실황
오페라 전용 극장을 보유한 세계의 문화 도시들은 한 시즌 동안 한 오페라극장에서 몇 작품을 번갈아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고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장기 보존했다가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제작극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제작된 작품을 다른 도시의 극장에 함께 순환 유통하며 상생과 원가 절감을 이루고 더불어 여기에서 남는 예산을 작품의 고도화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예술을 공공재로 보고 제작과 유통을 하고 있어 지역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관객들은 착한 가격으로 양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극장의 모든 좌석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일부 좌석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훨씬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좌석의 카테고리가 세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작 전용 극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며, 우리나라도 이미 제작극장을 표방하며 선두에 나선 대구나 서울을 비롯 오페라 전용 극장 건립에 들어갔거나 추진 중인 부산, 울산, 원주, 인천, 대전 등지에서 건립이 완료되면 공공재로서의 종합예술 오페라를 통한 새로운 공연예술 시장이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 수도 광주 역시 호남권을 대표하는 오페라 전용 극장 설립을 통해 미래의 공연예술 제작 유통 사업을 선점하고 보다 고도화된 오페라와 발레 등의 공연예술 창작물을 시민이 향유 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한 편의 오페라가 공연장에 올려지기까지의 과정은 세분되어 복잡하다. 먼저 첫 번째로 작품 선정을 위한 소재 발굴이다. 우리가 요즘 오페라극장에서 볼 수 있는 다수의 오페라는 작곡가 모차르트와 베르디 바그너와 함께했던 18~19세기의 작품으로 이미 대본과 악보가 확보되어 있다. 그리고 새롭게 제작되는 현대의 창작 오페라들 역시 과거 걸작 오페라들의 제작 형태와 비슷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오페라 제작자와 작곡가가 지녀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문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빅토르 위고나 셰익스피어, 괴테, 푸시킨과 같은 여러 문호의 작품이나 불분명하지만 구설이나 야사로 전래 되어 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 등의 소재를 선별해 작품을 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작품이 소설이나 이미 연극으로 공연된 성공적인 작품 등이 선택되어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문학작품은 재미와 구조적 측면에서 탄탄해서, 보다 관객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텔로>, <팔스타프>, 푸치니의 <토스카>, <나비부인> 등이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윤이상의 <심청>, 현재명의 <춘향> 등도 인기 있는 대중적인 고전 설화로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황금의 시대를 이끈 두 대본가 일리카(우측)와 자코사(가운데)가 푸치니와 함께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작품이 선정된 이후 오페라 대본 작업이 시작된다. 좋은 대본은 오페라의 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직접 쓰거나 음악극을 아는 전문 대본가에 의해 제작된다. 대본 작업은 문학 전체 작품을 극 안에 넣을 수 없을 때가 많아서 축약한다든지, 작품 중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작곡가나 제작자의 의도에 의해 작품의 주인공 성격이 바뀌거나 분위기 환기를 위한 등장인물의 첨삭과 다양한 변환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예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경우 여주인공 미미가 원작에선 드센 성격에 바람기 많은 여인이지만 오페라에서는 순수 청순가련형 여인으로 바뀐다든지, 무제타 역시 원작과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묘사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한 <라 보엠>에서 4명의 예술가의 삶이 세밀하게 묘사된 것은 작곡가 푸치니 자신의 밀라노에서의 삶의 경험이 더해진 것으로 원작과 달리 작곡가의 개입이 오페라에 있는 하나의 예이다(푸치니는 대본에 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작품마다 대본 제작에 많은 개입을 하였다. 그래서 대본가를 가장 힘들게 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모든 작품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제작과정에서 당시의 시대 조류를 표방하고 주류를 이루는 시대정신에 맞춘 변환도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첨가되는 새로운 에피소드 때문에 가끔 원작 훼손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언급은 오페라의 특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이들의 의견으로 공연예술계나 오페라계에서는 창작자와 제작자의 의견을 지지한다. 이러한 변화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오페라라는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있는 공연예술이 관객의 큰 공감을 얻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이러한 점에 역점을 두고 대대적인 변환을 이루다 보니 대본가와 작곡가가 원작의 내용과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우리의 문학작품이나 지역의 사건 등을 작품화할 때 의뢰자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작품 창작에 관한 독립성이 침해를 받고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창작된 작품의 예술성에 관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비단 오페라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작 작품에 관한 작금의 시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인 대구 오페라 하우스 전경.
오페라 의뢰가 들어오면 작품 선정 이후 대본을 완성한 뒤 작곡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초연 날짜가 촉박한 경우 대본가와 작곡가가 함께 작업을 하며, 롯시니의 <신데렐라>와 같이 거의 동시에 대본과 악보가 완성되는 예도 있다. 대본가는 특히 가사가 음악 안에 효율적으로 녹아들어 극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오페라 작곡가는 계속해서 이러한 음악적 가사를 대본가에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수들의 성격과 극 전체의 분위기를 잘 표출할 수 있는 음악을 창작하여야 한다. 작곡자는 이와 같은 생각으로 아리아, 중창, 합창, 성악 파트와 오케스트라가 극의 분위기를 미리 알려주는 서곡이라든지 간주곡 등을 만든다. 또한, 각 악기의 연주를 담은 오케스트라의 총보와 극의 분위기를 지시하는 여러 지문과 지시어 역시 작곡가의 몫이다. 이러한 작곡가의 작업은 대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초기 제작과정에서 작품의 성공을 위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대본가는 어찌 보면 독립적인 창작자라 보기보다는 극음악 아래 제약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시간에는 작품 선정이나 대본 작업 이후 이루어지는 연출, 지휘자, 주역 가수를 비롯한 캐스팅, 무대와 분장, 의상 등의 선정 제작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