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와 함께 그의 3대 오페라 추앙을 받는 작품이다. 사진은 20세기 스타일로 각색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코지 판 투테’.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가장 이탈리아적인 선율을 성악가들이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후기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1790>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와 함께 그의 3대 오페라 추앙을 받는 작품이다. 이 세 작품 모두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의 대본으로 제작되었는데 당시 유부녀와의 불륜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당해 빈으로 거처를 옮긴 다 폰테의 치욕적인 개인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 극장의 주요 레퍼토리로 각광을 받는 이 세 작품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해학과 풍자로 오페라 부파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열렬히 사랑해 결혼까지 약속한 두 커플의 약혼녀들의 변심을 다루고 당대에 실제로 벌어진 유사한 사건을 다 폰테의 각색으로 탄생하였는데 그의 기지가 발현된 <코지 판 투테>는 비슷한 사건을 다룬 고전문학을 참조해서 완성했다. 오페라 제목이자 등장인물 중 철학자 알폰소의 대사인 ‘코지 판 투테’는 이탈리아어로 ‘여자는 다 그래’라는 말로 해석되며 ‘다 그래’는 여성의 정조는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20세기 스타일의 ‘코지 판 투테’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코지 판 투테> 스토리는 남자들이 자기 약혼녀들의 정조 관념을 시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여성 비하적인 내용으로 인해 여성의 인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 페미즘 논란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여성에 대한 이런저런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수많은 비난 때문에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제대로 상연되지 못했던 흑역사도 있었다. 이러한 여성관은 호색한에 문란한 생활로 악명이 높았던 대본가 다 폰테의 의도가 다분히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여성의 정조를 희화화한 그의 대본으로 이 작품이 상연 금기시되는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이 작품에 담긴 모차르트의 뛰어난 음악은 이러한 악재를 덮고도 남을 훌륭한 작품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20세기 스타일의 ‘코지 판 투테’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코지 판 투테>는 18세기 후반, 이탈리아 나폴리 한 카페가 배경이다. 젊은 장교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자매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와 약혼한 사이로 자신들의 약혼녀가 정숙함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다고 친구인 철학자 돈 알폰소에게 자랑하고 있다. 이에 돈 알폰소는 ‘여자들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며 그녀들의 정조 관념에 관하여 언급하며 내기를 제안한다. 내기는 하루 동안에 약혼녀들이 다른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면 페란도와 굴리엘모가 알폰소에게 돈을 주고, 그녀들이 유혹을 이겨내면 반대로 알폰소가 두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것이다. 이어서 두 여인을 상대로 연극을 계획한 돈 알폰소는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찾아가 당신들의 애인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두 청년은 전쟁터에 나가는 척을 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알폰소의 계획에 따라 두 청년은 알바니아의 돈 많은 귀족으로 변장하고 실의에 빠진 약혼녀들에게 찾아간다. 변장한 약혼자들은 피오를딜리지와 도라벨라에게 계속 구혼하고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약을 먹고 죽어가는 시늉까지 하며 여성들을 시험한다. 이때 돈 알폰소에게 매수된 의사로 변장한 두 여인의 하녀 데스피나가 등장하고 그녀는 황당하기에 그지없는 자석요법으로 남자들을 살아나게 하는 장면을 만든다. 이런 공세적 구애에 자매는 차츰 마음이 흔들리고 두 남자가 키스를 원하자 자매는 화를 내며 나가버린다. 데스피나는 계속하여 두 자매를 유혹에 빠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녀들을 설득하고 이윽고 도라벨라가 먼저 알바니아 귀족으로 변장한 피오르딜리지의 애인인 굴리엘모의 유혹에 넘어간다. 피오르딜리지는 페란도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유혹을 이겨낸다. 페란도는 연인인 도라벨라의 변심을 굴리엘모에게 듣고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고 분노한다. 피오르딜리지는 도라벨라를 비난하고 용기를 내어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약혼자를 만나러 가려고 하는데 도라벨라의 배신에 극도로 화가 난 페란도가 나타나 더 적극적으로 구애하자 결국 피오르딜리지도 격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만다.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본 굴리엘모 역시 분노를 폭발시키고, 알폰소는 이 오페라 제목인 ‘C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라면서 두 남자를 위로한다. 두 여인을 골탕 먹이기 위한 돈 알폰소의 계획된 연극은 계속된다. 발랄하고 기지 넘치는 데스피나가 이번에는 공증인으로 변장을 하고 나타나 두 커플에게 결혼 서약을 하게 만든다. 이때 갑자기 군대의 합창이 들려오고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다시 그녀들의 약혼자 차림으로 나와 방금 전쟁터에서 돌아온 시늉을 한다. 그리고 결혼 서약서 때문에 궁지에 몰린 두 여인은 약혼자들에게 변명하기에 바쁘고 이때 알폰소는 ‘이 일을 통해 더 현명해졌을 테니 이제 모두 잊고 결혼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쭈뼛거리는 네 사람을 각각 돈 알폰소가 원래의 파트너에게 이어주며 피날레 합창과 함께 막을 내린다.
1790년 1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된 ‘코지 판 투테’ 초연 포스터. |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극작가 다 폰테와 함께 만든 마지막 오페라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완성하고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는 이 황당한 이야기를 자신을 무척 아꼈던 중병으로 힘든 요제프 황제의 기분 전환을 위해 만들었다는 후문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정절에 관하여 세 남자가 누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보 같은 장난 연극을 꾸미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모차르트가 단지 기분 전환을 위한 웃음거리 음악극으로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모차르트는 남녀 간의 신뢰를 놓고 벌어지는 얼토당토아니한 이 장난 속에서도 내재하여 있는 인간의 심상을 교묘히 음악으로 승화시켜, 웃음으로 도배된 희극 오페라 안에서 인간의 슬픔이 담긴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표출하고 있다. 이전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와 같은 오페라 부파와는 다른 결이라 할 수 있으나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던 모차르트의 음악적 창조력이 듬뿍 들어 있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창조를 도모해온 모차르트가 더 살았더라면, 아니 현대에 모차르트가 생존해 있다면 상황이 반대인 <코지 판 투테>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을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야기에는 반대로 남성이 실험대상으로 등장하며, 남성의 정절에 관하여 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코지 판 투테>는 그 시대 권력자인 남성들의 일그러진 생각을 담았다 할 수 있으나, 여성 권익이 신장한 작금의 시대나, 여성이 사회의 주류로 구성을 이루는 사회에서는 반대의 모습으로 제작된 오페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페라는 제작될 때 당시 시대가 표방하는 다양한 세상만사 담론을 끌어내는 예술 도구로 작품 스타일에 따라 시선의 방향을 조율하며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오페라가 있기에 우리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활자가 아닌 음악극으로 심각하지 않게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여성의 바람기를 훈화하는 <코지 판 투테>를 지금까지 생각했다면 이제는 여성의 바람기보다는 이를 걱정하고 분노하고 실망하는 쪼잔한 소심남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바라보는 다른 시각은 어떠할까?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추천 음반 : 모차르트 오페라 전문 지휘자였던 칼 뵘의의 지휘로 제작된 1974년 잘츠부르크 음악 페스티발 실황 음반. 이 음반은 모차르트 명반으로도 추앙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