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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세종대왕과 문종 다음으로 거론할 사람은 한창기다.” 지난주 순천 낙안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 진행된 에서 홍가이(전 MIT교수)가 선언한 첫마디였다. ‘한창기 민예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발표였다. ‘뿌리깊은나무 학예제-학(學)으로 예(藝)를 짓다(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진행한 한창기, 천경자 관련 프로그램 일환이다. 남도 사람이라면 어떤 누구라도 한창기에 대해서 모를 바는 아닌데, 세종대왕과 문종 다음으로 한창기를 거론해서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임진택의 판소리 ‘소리 내력’ 공연에 고수로...
2024.10.03 17:34한낮 마을이 고요하다. 길에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마을 앞 들판에선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마을길을 따라 해찰하는데, 관광버스가 보인다. 고택 앞이다. 고택 안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려온다. 사람이 많이 모인 것 같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왁시글덕시글하다. “마침 잘 왔소. 기러기 아범이 없었는데, 잠깐 도와주쇼.” “예?” “잠깐이면 돼요.” 고택체험 프로그램으로 전통혼례식을 하는데, 기럭아범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잠깐이면 된다는 말에 거절 못하고, 이끄는 데로 따라 들어갔다. 한쪽에서...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0.03 17:33살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일하고 상관없을지라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무엇을 얻겠다 가 아니라 그냥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요즘 세상에 탐험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고, 오지(奧地)라고 말하는 곳도 없다 하겠지만, 그래도 찾아가 볼 만한 곳은 있다. 티베트고원 동서 횡단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피어난다. 먼 옛날에 구법승들이 천축국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악했다. 도를 구하면서 죽고...
2024.10.03 16:51대중들에게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사진과 이미지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이제 대중들은 스마트 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피사체를 두고 사진을 쉽게 찍어 이를 인화하지 않고 개별적 이미지로만 보관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물리적인 형태가 없어도 완전한 사진이자, 이미지의 결과물로 인정된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디지털 이미지와 3D 렌더링이 가능해져 이런 기술들은 예술, 엔터테인먼트,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각적 이미...
2024.09.29 17:48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이다. 다음은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이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 연간 글로벌 부패 인식지수(CPI) 에서 현재 180개국 중 104위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부패방지청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부패 수준은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1.2%가 증가했다고 믿었다. 특히 응답자의 86%는 정부 고위층의 부패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의 부패한 공무원 중 10명 중 1명만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나머지는 벌금이...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9.26 17:44학창 시절 음반과 악보를 모으는 것이 기쁨 중 하나였던 필자에게 이탈리아 유학 시절 로마의 서점 ‘리코르디(Ricordi)’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최고의 장소였다. 아날로그 시대 이탈리아 통화가 유로화가 아닌 리라였던 당시는 생활비와 레슨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돈을 이곳에서 사용할 정도로 한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수많은 악보와 음반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리코르디(카사 리코르디-Casa Ricordi/리코르디 가문/대부분 ‘리코르디’로 통용)는 주로 오페라 악보와 더불어 고전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악보를 펴내는 출판사...
2024.09.26 17:44한국의 농악을 흔히 광역 지역 이름으로 나눈다. 경기농악, 경상농악, 충청농악, 호남농악 따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유독 호남농악은 좌도농악과 우도농악으로 나눈다. 왜 전라도만 두 개로 나누어 의미를 부여했을까?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하고 넓기 때문이다. 두 개로 구분해야 할 만큼 세력이 컸다는 뜻이다. 오늘날 전승되는 농악의 형태가 근대기에 재구성된 것임은 여러 차례 소개하였다. 지난번 언급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속편(경인문화사, 2013)을 다시 본다. “세조가 농사를 열심히 장려할 때 일부러 농가(農...
2024.09.19 18:28‘드넓은 나주평야 호남의 명촌/ 노령산맥 서기 받은 식산 자락에/ 세 갈래길 물줄기로 내천(川) 자를 그려서/ 아름답게 펼쳐진 도래마을/ 선비정신 얼을 살려 유교문화 지켜가는/ 선조들의 숨결 가득한 유서 깊은 도래마을….’ 홍건석이 지은 ‘도래마을 노래’ 앞부분이다. 도래마을은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에 속한다. 마을을 식산(食山)이 품고 있다. 식산 감투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내 천(川) 자를 이룬다고 ‘도천(道川)마을’이었다. 우리말로 바뀌면서 ‘도내’에서 ‘도래’가 됐다. 배산임수 지형 그대로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9.19 18:28우크라이나에서 군대 동원 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최전선을 지킬 수 있는 군 연령의 남성을 우크라이나 군대에 강제로 보충하는 것은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당국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다. 1991년 우크라이나 인구는 5,300만 명이었고, 2020년에는 3,700만 명이었고, 이제 2,000만 명이 남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2022년 2월 24일 이후 약 65만 명의 군 연령의 남성이 해외로 나갔다. 유럽연합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 국가에는 18세에서 60세 사이의 우크라이나 남성이 8...
2024.09.19 17:531937년이니까 우리 한민족 고난의 시절이다. 지도층의 무능과 앞다투어 나서는 매국노들로 인해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어디에 있든 그 삶이 고단했다. 민심을 내팽개친 관리들과 일제의 폭압을 피해 스스로 새 삶을 찾아 떠난 곳이 바로 조상의 얼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간도 지방과 대륙의 곳곳이었다. 연해주의 원동 일대에서 살아가던 그들을 ‘고려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스탈린의 갑작스러운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멀고도 먼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내팽개쳐...
2024.09.19 10:43한 무리의 젊은 여성들이 모인다. 영암 삼호 시민문화체육관 강당, 더위가 꺾이지 않은 이른 저녁 시간, 고된 업무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강당을 뛰기 시작한다. 손에 손을 잡고 원 모양으로 앞 사람을 따른다. 잡은 손을 놓고 몸을 비틀어 춤을 추기도 하고 끼리끼리 놀이를 하기도 한다. 손에 손을 잡으니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가가 떠 오른다.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조 모로더가 작곡하고 그룹 코리아나가 불러 유행했던 곡이다. 반복되는 가사가 바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이다. 올림픽에서만 이...
2024.09.12 18:20가장 이탈리아적인 오페라를 뽑자면 저자는 두말하지 않고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의 단편 오페라 라고 말하고 한다. 피의 복수극으로 점철된 이 작품은 마스까니의 첫 오페라이자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의 생애를 대표하는 작품임과 동시에 ‘사실주의 오페라’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기도 하다. 음악출판업자 에도아르도 손조뇨(Edoardo Sonzogno)는 이탈리아의 차세대 작곡가를 발굴하기 위한 콩쿠르를 188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하였다. 지원 조건은 1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만이 출품...
2024.09.12 18:072024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는 드루즈바(Дружба, 우호) 남부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 가스 운송을 차단하는 제재를 가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는 2024년 12월 31일에 만료되는 남부 가스 운송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1월부터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남부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운송이 중단된다. 이러한 결정은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내려졌으며, 사전에 해당 국가와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9.12 15:27여수에서 돈 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 했다. ‘장흥에 가선 문장(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전라남도 장흥은 백광홍과 백광훈 등 많은 문장가를 배출했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내로라하는 현대문학 작가도 즐비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흥군을 문화관광기행특구로 지정했다. 장흥은 문림고을로 통한다. 장흥에서도 문장을 대표하는 마을이 사자산 아래 기산(岐山)마을이다. 중국 주(周)나라 도읍 기산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이름 붙었다. 기산마을은 ‘팔문장마을’로 통한다. 문장가 8명이 난 데서 비롯됐다. 8...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9.05 17:41“백초(百草)를 다 심어도 대(竹)는 아니 심으리라/ 살대 가고 젓대 우니 그리나니 붓대로구나 어이타 가고 울고 그리는 그 대를/ 심어 무삼할거나 헤~” 판소리 창자들 혹은 남도민요 전문가들이 즐겨 부르는 육자배기 한 토막이다. 이 노래는 시조(時調)로도 불리는데, 에도 비슷한 가사가 실려 있다. 조선 영조 8년(1732)에 이형상이 펴낸 고려·조선 시대의 시조집으로 1,109편이 수록된 책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즐겨 부르던 노래라는 뜻이다. 살대는 날아가는 화살이니 가는 것에 비유하였고, 젓대는 대금 혹은 피리이니 소리 내어 우...
2024.09.05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