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이전까지 여전히 오페라는 영웅을 찬미하거나 신화의 내용을 중심으로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곤 했다. 오페라의 제작은 당시 사회 규모에 비해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고 이러한 이유로 왕족과 귀족 등 지배계급의 전유물로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공연이 제작되었다. 결혼식 등 기념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본 일반 민중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공연 무대예술에 환호하였으며, 이 광경을 지켜본 일부 재력가들은 극장을 건립하고 오페라를 상업화하기 시작했다. 17세기 중반에 베네치아에 ...
2024.05.09 13:07김성우 관장이 내게 묻는다. 무슨 글자인지 맞춰 보세요. 일종의 문자 찾기 수수께끼이다. 직선과 곡선이 서로 엉키며 독특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겹치고 나눠진 원들이 떼굴떼굴 굴러 네모진 칸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이내 직사각형의 긴 상자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어떤 도형 안에는 새들이 앉아있기도 하고 넓은 면으로 초승달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로 그은듯한 직선들이 교직되는가 하면 붓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 삐뚤삐뚤 흐트러지기도 한다. 점과 선과 면들이 마치 씨실 날실의 베틀처럼 직조되는 공간마다 빨갛고 파랗고 혹은 희고 검은...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4.05.06 16:12첫째, 사람이나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不殺人 不殺物). 둘째, 충과 효를 함께하여 세상을 건지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忠孝雙全 濟世安民). 셋째, 왜와 서양 오랑캐를 물리쳐 우리 도를 밝힌다(逐滅倭夷 澄淸聖道). 넷째, 군대를 몰고 서울로 진격하여 권신과 귀족을 모두 없앤다(驅兵入京 盡滅權貴). 동학이 내세운 4대 강령이다. 봉건과 외세 반대를 내세우며 떨쳐 일어난 동학혁명이 올해 13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엔 동학혁명 관련 주요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백성이 주인 되어 외친 자유와 평등, 인권이 세계에서 ...
2024.05.02 18:31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으로 두 정교회 간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분열은 크림반도 합병과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 창설되는 과정과 이후에도 성직자의 국가 충성심이 러시아 쪽인지 우크라이나 쪽인지를 두고 많은 의문을 제기되면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두 개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1991년 독립한 후부터 우크라이나에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Moscow Patriarchate, UOC-MP), 우크라이나 독립 정교회(Ukrainian Autocephalous Orth...
2024.05.02 14:04지리산 비운의 역사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에 반야봉 인근을 누비고 다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찾아가니 해발 1,500m쯤 되는 꼼꼼한 곳에 노란 지붕의 집 한 채가 숨어있었다 우리나라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전설의 암자 묘향암이다. 묘향암의 역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전부터 토굴이 있었다고 전해지면서 이곳 묘향대는 참선 수행의 반야 성지로 통한다. 이곳에서는 산 이외에는 보이는 건 하늘뿐이고 앞이 적당히 트여있는 명당자리로 일찍이 고승들이 수도를...
2024.05.02 11:26수많은 오페라 여주인공 중 요부로 주목을 받은 대표적 인물로 비제 오페라 의 여주인공 카르멘과 함께 푸치니의 오페라 의 마농을 빼놓고 이야기 할수 없다. 이러한 오페라 마농의 이야기는 1731년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Abbe Prevost, 1697~1763)가 쓴 연애 소설 ‘마농 레스코와 기사 데 그리외 이야기, 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가 원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프레보가 쓴 파격적인 스토리는 제...
2024.04.25 17:30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2022년 9월 21일 러시아에서 발표한 부분 동원령 이후 이주 물결에서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카프카스 지역에 위치해 있는 조지아다. 조지아 인구는 2021년 추계로 약 400만 명 정도지만 러시아인의 이주가 쏟아진 국가 중의 하나다. 2022년에는 869,874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에 입국했고 809,873명이 떠났다. 2023년에는 1,856,237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에 입국했고, 1,887,223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를 떠났다. 이러한 인구 이동...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2024.04.25 16:03불일암 오르는 길/ 우두커니 서 있다/ 비자(榧子) 고목 한그루/ 겉껍질은 세월에 벗겨주고/ 속껍질은 가슴애피로 벗겨주었나/ 작은 바람에도 위태롭게/ 지팡이 짚으신/ 부르튼 피부 비집고 몇 개/ 위태롭게 난 잎들/ 백토 진토 비집고 나온/ 나의 배내옷/ 바람인가 오음(五音)의 노래인가/ 숭숭 뚫린 껍질 새/ 채 다 못 부르신/ 아, 그대로만 서 있어도 좋으실/ 어머니 『그윽이 내 몸에 이르신 이여』(다할미디어 시선 08)에 실린 졸작 ‘불일암 오르는 길’이다. 이 시를 인용한 서평이 올라왔다는 것을 늦게야 알았다. 누구인지는 ...
2024.04.25 13:49많은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은 민스크 협정이 잘 이행되었더라면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민스크 협정은 돈바스에 평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할 때까지 그중 단 하나도 완전히 이행되지 않았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민스크 협정 실패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러한 협정을 방해했다고 서로 비난해 왔다. 따라서 민스크 협정이 어떻게 채택되었고, 왜 협정 조항들이 이행되지 않았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은 앞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간...
2024.04.18 15:01꽃잎 진다 설워 마라 한 번 가면 그만인 것이 우리지만 너는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한다. 봄바람에 휘날리면 그것 또한 꽃이지만 그 꽃바람조차 춘몽이던가 날이면 날마다 가시는 걸음마다 꽃길이면 좋으련만 세상일이 천 근이요, 꿈길에서도 만 근이라. 봄바람에 눈물짓는 꽃잎들아 그 많던 벌 나비, 산새들은 어딜 갔나 화사하던 네 모습도 화석이 되어가고 장자의 나비도 나른한 오후에 봄날은 간다
2024.04.18 14:03동해의 하늘은 바다를 사모해 쪽빛이 되었고 바다는 하늘을 사모해 쪽빛이 되었다. 성경 창세기의 천지창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매 그대로 되니라.” 이런저런 창조 후에 이윽고 사람을 짓는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의 생령이 된지라.” 동양에서는 천지창조와 인류의 기원 신화로 여와(女媧)와 복희(伏羲)를 등장시킨다. 마치 머리 둘 달린 하나의 뱀처럼 두 개의 가닥이 비비 꼬인 형상을 하고 있다. 후한 시대의 응소라는...
2024.04.18 11:16시간 참 빠르다. 매화 흐드러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매실이 달렸다. 휑-하던 들녘도 마늘, 양파와 유채꽃으로 생기를 띠고 있다. 산자락과 과원엔 배꽃, 사과꽃,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다. 봄까치풀, 광대나물, 별꽃, 꽃마리 등 들꽃도 지천이다. 앙상하던 나뭇가지도 어느새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파리 한 줌 쥐어짜면 손바닥에 연녹색 물이 들 것 같다. 도로변 마을 앞에 나무가 길게 줄지어 있다. 팽나무가 많다. 느티나무도 보인다. 도로변 가로수이고,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이고, 마을숲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수령 수백 ...
2024.04.18 10:4420세기, 최대 걸작으로 뽑히는 푸치니의 완성된 마지막 오페라 은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적 요소, 그리고 파토스적 요소를 모두 보여준 작품이다. 이처럼 최고의 평가를 받는 은 완성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푸치니는 가 작곡될 무렵 세 편의 단막 오페라를 묶어 이라 명명하고 이 세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기를 희망하였다. 은 이탈리아에서 세 폭짜리 그림 혹은 ‘병풍’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푸치니는 이 단어를 이용하여 자신의 3개 오페라를 나열하는 식의 독립적 작품으로 제작하길 원했다. 은 줄거리나 대본의 시간적 배경,...
2024.04.11 17:552014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이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조로 거의 8년 동안 지속 되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지역 일대를 가리킨다. 돈바스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는 2014~2015년에 벌어졌고, 이후 분쟁은 심한 단계에서 진지전으로 옮겨갔다. 그동안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성인과 어린이 등 많은 사람이 죽었다. 타스통신에 의하면, 이 기간에 14,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난민과 국내 실향민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4.11 14:57“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 버렸어/ 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여기 넘어져 있는 나/ 혼자 가네 시간이/ 미안해 말도 없이/ 오늘도 비가 내릴 것 같아/ 흠뻑 젖어버렸네/ 아직도 멈추질 않아/ 저 먹구름보다 빨리 달려가/ 그럼 될 줄 알았는데/ 나 겨우 사람인가 봐/ 몹시 아프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BTS(방탄소년단)의 “라이프 고즈 온” 선율이 온통 머리를 휘젓고 다녔다. 반복되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엇박자의 발디딤을 유도했던 것일까. 유장한 ...
2024.04.11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