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사실주의 오페라의 진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사실주의 오페라의 진수
<푸치니의 토스카>
푸치니 작품 중 대본·완성도 가장 뛰어나
주옥같은 아리아·강렬한 사운드 등 압권
9월 6~7일 광주시립오페라단 공연 주목
소프라노 김라희 등 정상급 성악가 출연
  • 입력 : 2024. 08.15(목) 17:28
광주시립오페라단의 ‘토스카’에서 악의 화신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고성현.
테너들의 애창곡 푸치니 오페라 중 3막의 남자주인공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은 세계인들의 심장을 울리는 명곡이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시간에 익힌 몇 마디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드라마나 TV 광고 음악으로 테너의 애절한 음성이 들려오면 더욱 귀 기울였던 ‘별은 빛나건만’은 클래식 레퍼토리의 레전드라 할 수 있다. 또한, 모 자동차 회사의 럭셔리카를 광고할 때 등장하는 ‘Vissi d’arte, Vissi d’amore-예술의 살고, 사랑의 살고’ 역시 <토스카> 중 여주인공인 토스카의 아리아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곡이다. 이외에도 카바라도시의 1막의 아리아 ‘Recondita armonia-오묘한 조화’ 역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리아이기도 하다. 주옥같은 아리아가 즐비하고, 대본이나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푸치니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토스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이하여 전 세계 오페라 프로덕션에 가장 각광을 받는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의 ‘토스카’에서 토스카 역의 김라희와 스카르피아 역의 박정민(노블 오페라단 실황)
가장 극적이고 강렬한 드라마 푸치니의 <토스카>는 매번 스타를 탄생시키는 작품으로 유일한 여성 출연자인 토스카 역으로 누가 무대에 오르는가는 오페라계의 핫이슈 중 하나이다.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오페라 전체가 강렬한 사운드로 채워졌는데 이를 이겨내야 하는 소프라노 역의 토스카는 아주 강렬한 소리와 더불어 감미로움 역시 지녀야 하므로 이에 도전하는 가수는 소리뿐만 아니라 최고의 기량과 연기 능력을 지녀야 한다. 토스카 역의 성공은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이는 출연하는 소프라노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는 최고의 영예와 같은 왕관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안토니에타 스텔라, 레나타 테발디, 안젤라 게오르규 등의 대표적인 레퍼토리에 <토스카>를 빼놓을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의 토스카에서 토스카 역을 맡은 김라희와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박정민(노블 오페라단 실황)
이 오페라에서 강렬함을 내뿜는 또 하나의 역할은 토스카와 대첩 점을 이루는 악의 축 바리톤 역의 스카르피아이다. 바리톤 티토 곱비, 잉그바르 빅쉘, 실바노 까롤리, 우리나라의 고성현 등이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스카르피아로 인정받은 역할로 대중을 압도할 큰 소리뿐만 아니라 악의 화신이 부활한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와 소리를 지녀야만 하기 때문이다. 성격배우로서 내뿜는 강렬함과 토스카를 차지하려는 강렬한 눈빛 거기에 섞인 조소를 접하는 관객은 악랄함에 끝판왕을 무대에서 직접 만날 수 있게 한다.

가끔 필자에게 “당신은 왜 오페라 <토스카>를 사랑합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너무나도 푸치니를 사랑하며 그러하기에 가장 푸치니다운 오페라인 <토스카>를 사랑합니다. 오페라에는 강렬한 중독이 있습니다. <토스카>는 보면 볼수록, 더 강렬한 토스카와 스카르피아를 찾게 되며 이는 음악학자 이용숙 선생님이 쓰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곤 한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의 토스카에서 악의 화신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고성현. 출처 국립오페라단
강렬함을 찾는 나에게 어떠한 사실주의 오페라보다 푸치니의 <토스카>는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오페라를 향한 강렬한 욕구를 해결해주는 통로이다. 특히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는 너무 매력적인 역할이다. 인간의 목소리의 한계를 시험하듯 그가 합창단과 함께 하는 ‘Te Deum-테 데움’은 특히 매력적이다. 토스카를 쟁취하려는 그는 그녀의 약점인 질투를 이용하는데 악랄한 그의 자아를 드리우는 합창과 함께하는 아리아이다. “성스러운 토스카여, 내 손은 그대 손을 잡고 있소. 그대의 조그만 손을, 사랑의 불장난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수를 올리기 위해서”라 이야기하고 이후 집회를 알리는 종소리에 군중들이 등장하고 스카르피아는 질투의 매개체인 부채를 흔들며 토스카를 자극한다. 토스카는 그의 연인 카바라도시가 별장에서 다른 여인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달려간다. 스카르피아는 그의 부하들에게 그녀의 뒤를 쫓게 하고 그는“가라 토스카! 네 마음속에는 스카르피아가 자리 잡았지”라며 미소 짓고 추기경과 사제가 등장하자 성가대는 ‘테 데움’을 노래하고 “내가 노리는 것은 두 가지….”라며 노래를 부른다. 합창과 함께 스카르피아 역시 ‘테 데움’을 함께 노래하고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대포 소리와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막을 내린다. 스카르피아는 합창과 전쟁을 하듯이 노래를 부르며 이는 이제 토스카를 정복할 날만이 남았다는 스카르피아의 외침을 본듯하다.

<토스카>의 강렬함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무얼까? 이는 스카르피아의 악랄함을 상쇄하는 카바라도시와 토스카의 수려하고도 애절한 아리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3막 죽음을 앞둔 테너 카바라도시는 간수에게 반지를 뇌물로 주고 그 대가로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면서 옛 추억에 잠긴 카바라도시는 너무나도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다. “별은 빛나고 대지는 향기로운데. 그녀와 들어와 향기롭게 내 팔에 안기네….” 오열하며 쓰러지는 카바라도시의 모습에 관객들은 잠시 박수를 보내지 못한다. 그리고 잠시 후 터져 나오는 환호와 박수…! 너무 아름답고 애절한 이 곡은 지금까지 강렬함과 긴장감의 연속을 지켜봐야 했던 관객에게 환기의 요소로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오페라가 끝나고 돌아가는 관객들은 콧노래로 ‘별은 빛나건만’을 읊는다. 강렬함보다는 음악으로 승화된 사랑의 감정을 가슴에 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깊은 여운을 주는 곡이 하나 더 있다. 토스카의 아리아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이다. 사형에 처하게 된 토스카가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 카바라도시의 사형집행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며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 몸을 요구하며 협박한다. 토스카는 이 상황을 너무 괴로워하며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 살아서 존재하는 것에 전 아무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성실하게 신앙을 가지고 재단에 항상 기도를 올렸건만….”이라고 노래한다.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에게는 최고의 레퍼토리로 뽑히며 애창되는 곡이다. 아름다운 푸치니의 수려한 선율이 돋보이는 이 노래 역시 관객들이 ‘별은 빛나건만’과 함께 뽑는 <토스카> 최고의 노래이며, 스카르피아의 악랄함과 강렬함을 상쇠 하는 명곡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요소를 함께 담은 명작 오페라 <토스카>를 가을을 여는 문턱에 광주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푸치니 음악 해석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지휘자 마르첼로 모타델리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토스카 역의 김라희, 민숙연, 카바라도시 역의 윤병길, 이사야, 스카르피아 역에 고성현, 박정민 등이 함께해서 더욱 기대되는 공연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연출기법으로 오페라 <토스카>의 내면의 깊은 심상을 무대로 멋지게 표출한 연출가 김지영의 웅장한 무대 역시 우리의 감동을 배가시킬 것이다. 감동으로 가을밤을 수놓을 오페라 <토스카>와의 만남을 독자들께 권유해본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광주시립오페라단 제16회 정기연주회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토스카 포스터
광주시립오페라단 제16회 정기공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토스카>

2024년 9월 6일 오후 7시 30분, 9월 7일 오후 5시 / 광주 예술의전당 대극장 / 관람연령: 7세 이상 / 광주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예매 수수료 없음), 티켓링크 / 문의 062-412-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