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
작년에 여행했던 스위스는 기후위기로 멋진 경관들이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다. 폭염으로 녹아내린 만년설은 낙석, 산사태 위험을 불러와 등산로가 폐쇄된 곳들이 많았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융프라우는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과 알레치 빙하가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크고 긴 것으로 유명하다. 수천년 동안 쌓인 빙하는 태양 빛을 반사함으로써 얼음이 녹지 않게 하는 보냉 효과를 줬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녹지가 되면서 탄소격리를 증가시키는 영구 동토층이 해빙되고 고산식물이 낮은 고도의 번식력 강한 식물들에 밀려나 생물다양성에 압박을 받는 등 부정적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한여름에도 냉방장치가 필요 없었던 스위스 도심 곳곳의 식당이나 카페의 에어컨 설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 성과지수(CCPI.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서 세계 67개국 중 63위를 기록했고, 기후 협상을 막은 나라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했다.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불릴만한 결과이다. 기후변화 성과지수는 독일 비영리연구소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 네트워크가 함께 매년 각국 기후 대응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맞춰 발간하는 보고서다. 64위부터 67위는 모두 산유국이므로 화석연료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 중 한국은 사실상 기후대응 정도가 최하위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광주의 기후도 지구온난화로 급격한 위기를 맞고 있다. 1940년 12도였던 평균 기온은 2022년 14.8도로 2.8도 상승하였고, 1991~2020년 연간 열대야 일수 16.1일, 폭염일수 15.6일이었던 것이 2022년에는 열대야가 27일이나 지속되고, 19일 동안 폭염을 겪었다. 평균 기온 1도가 상승하면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다 수면이 상승하고, 가뭄과 홍수 같은 극단적 날씨 현상 발생, 생태계 변화와 자원 고갈 등의 변화가 생긴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로 야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광주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였다. 이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인 2030년 40%보다 더욱 강화된 지표이다. 최근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 만들기에 돌입하였다. 도심 전역을 30분대로 이동하는 도시철도 2호선과 촘촘한 연결을 위한 시내버스 노선개편, 자전거 타기 좋고 보행이 편리한 푸른길 조성, 공공자전거 ‘타랑께’ 재개, 보행 친화적 도로 환경 확대로 도심 곳곳에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22년 광주전자공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23년 마지초등학교, 2024년 일곡중학교와 월봉중학교에 ‘시민 참여형 햇빛발전소’를 준공하였다. 시민 참여형 햇빛발전소는 시민들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이다. 학교는 유휴공간인 옥상 등을 제공하고 협동조합은 발전소를 설치해 사용료를 내며 운영한다. 햇빛발전소는 연간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낸다. 학생들은 신재생에너지의 가치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과 사업은 시민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갈 환경의 변화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행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TV·휴대전화·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과 채식 식단 늘리기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당장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