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서 타결한 상생안이 이달 시행될 예정이지만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상생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의 한 카페 앞으로 배달 라이더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 |
매출 규모 상위 35% 이내 매장의 경우 지난해 7월 상생협의체 출범 전보다 배달 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상생안의 의미가 퇴색됐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라 이중가격제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은 오는 26일부터 3년간 중개 수수료를 9.8%에서 2.0∼7.8%로 내린다. ‘배민1플러스’ 요금제 가입 업주를 대상으로 배민 내 매출 규모에 따라 4개 구간으로 나눠 중개수수료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차등 적용하며, 차등수수료 구간은 이전 3개월 내 배민1플러스를 1일 이상 이용한 업주의 일평균 배달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매출 상위 35% 이내는 7.8%(부가세 별도), 상위 35% 초과∼80%는 6.8%, 80% 초과∼100%는 2.0%를 각각 적용한다. 배달비는 현행 1900~2900원에서 1900∼3400원으로 적용된다. 매출 상위 35% 이내는 배달비가 현재보다 높은 2400∼3400원이다. 상위 35% 초과∼50%는 2100∼3100원, 상위 50% 초과∼100%는 1900∼2900원이다. 매출 규모별로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현재보다 감소하게 되지만, 매출 상위 35% 업주는 주문 금액이 2만5000원을 넘어야 수수료와 배달비를 합친 배달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줄게 된다.
쿠팡이츠는 시행 세부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3월 중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처럼 상생안이 26일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광주지역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해당 상생안이 ‘반쪽짜리’ 방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점 업체 단체들이 상생협의체 논의 당시 수수료 상한 5%를 요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상위 35% 이내인 업주는 지난해 8월 ‘배민1플러스’의 중개수수료가 인상되기 전(6.8%)보다 수수료 부담이 오히려 증가(7.8%)했을 뿐만 아니라, 업주 부담 배달비 역시 상위 구간의 경우 최대 500원 추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전체 매출과 상관없이 배달 매출이 높은 매장에 높은 수수료율이 매겨지면서 ‘배달전문점’ 등 배달 비중이 큰 업주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배달의 민족 제공 |
윤상현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 부장은 “상생안은 발표 당시부터 실효성이 부족하고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협의 시작 전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한(배민 기준) 후 7.8%로 낮춘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차등수수료 통해 배달 매출이 높은 중개이용료를 부과하는 것 역시 자영업자들의 총매출과 순이익을 감안하지 않은 방안이다”며 “상생협의체 입점 업체 측은 꾸준히 수수료율 5% 상한제를 주장해 왔다. 수수료율을 최대 5%로 두고 연 매출 기준 매출 범위에 따라 2~5%의 차등수수료를 부과하는 등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생안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중가격제 확산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중가격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먹는 음식 가격과 배달 주문 시 음식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 방식으로, 상생안이 시행되면 이전보다 배달비 부담이 줄어든 업주들이 이중가격제를 철회해야 하는데, 상생안이 프랜차이즈 업계를 포함한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오히려 이중가격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 비중이 큰 치킨 프랜차이즈 등을 대상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매장 제품과 배달 주문의 가격이 다르다면 주문이나 결제 과정에서 이를 표기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없어 일부 가맹점주나 자영업자들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실정이다.
평소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는 직장인 이상빈(30)씨는 “과도한 중개수수료 및 배달비 부담으로 인해 이중가격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가 되지만, 소비자들이 배달 주문 가격이 인상됐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은 큰 문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의 배달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소비자들이 이중가격제를 인지하고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명확히 표기하는 등의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