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4일 광주 북구 용봉IC 인근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전조등을 켜고 서행운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광주 동구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A(34)씨는 폭설로 인한 출근길 정체를 예상하고 평소보다 부지런히 출근길에 나섰음에도 제 시각에 도착하지 못했다. 화순에서 출근하는 A씨는 평소 출근하는데 채 30분이 소요되지 않지만, 이날은 오전부터 이어진 도로 정체로 한시간이 넘도록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광주 동구 지산동 일대에도 출근길 차량 정체가 곳곳에 이어졌다. 전날 늦은 오후부터 멈추지 않는 눈발로 도로에 눈이 쌓였고 거의 정지에 가까운 속도로 서행하는 ‘거북이 주행’이 목격됐다. 광주지방법원 앞 일부 이면도로의 경우 이미 빙판길로 변해 가파른 경사에서 바퀴가 헛도는 모습도 보였다.
왕복 4차선의 평지인 금남로 출근길도 정체가 빚어지긴 마찬가지였다. 제설되는 눈보다 쌓이는 눈이 더 많아 도로의 차선들은 보이지 않았고 운전자들은 앞차들이 지나간 바퀴자국을 따라가며 서행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도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자가용을 운전하는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하기도 했다. 광주 서구 화정역 인근에서 동구 대인동으로 출근하는 B(30)씨는 “아침에 뉴스를 통해 일기예보를 확인했는데, 금방 그칠 눈으로 보이지 않아 지하철을 선택했다”며 “지하철을 자주 타진 않지만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던 걸로 봤을 때 대중교통을 선택한 시민들이 꽤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광주시를 비롯한 함평·영광·무안·신안·해남·영암·진도·강진·담양·완도·나주·화순·목포·장흥·장성에 대설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적설량으로 보면 광주 광산에 12.2㎝ 장성 상무대 15.9㎝, 함평 11.5㎝, 영암 10.8㎝, 영광 10.6㎝, 목포 10.5㎝, 해남 7.6㎝, 나주 7.5㎝, 무안 7.3㎝ 등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기상 악하로 인한 뱃길과 하늘길, 국립공원 등 곳곳이 통제됐다.
광주 동구 산수무등파크나 서구 명화마을 등 경사진 도로가 노선에 포함됐거나 도로가 얼어붙은 광주지역의 12개 노선과 47대가 우회 운행했다. 진도 두목재와 목포 유달산, 무안 청수길 등 도로 7개소도 통행이 통제됐으며 무등산을 비롯한 지리산 전남, 다도해 해상, 월출산 등 국립공원 입산도 제한됐다.
광주공항에서 출발하는 제주와 김포 등 항공기 대다수도 결항됐으며 전남지역 섬을 오가는 여객선 47항로 59척도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많은 눈에 의한 교통 안전을 주의해야 하며 축사와 비닐하우스 붕괴 등 시설물 피해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