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노관규 순천시장, 정기명 여수시장, 정인화 광양시장이 지난 4월30일 광양시청 시민홀에서 ‘광양만권 경제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순천시 제공 |
전북 전주와 완주가 찬반 논란 속에서도 통합특례시 추진을 공식화하며 공론화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남에서는 통합 논의가 눈에 띄게 주춤한 모습이다.
●여순광 “경제동맹 한계”
여수·순천·광양은 2000년대 초반부터 행정통합 논의가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다. 광양만권 경제권을 중심으로 각 도시 간 생활권이 겹치는 점, 선거구 조정 필요성, 산업 연계성 등을 기반으로 세 차례 이상 통합 논의가 부상했지만, 매번 실현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흐름은 2023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동맹’ 논의다. 순천시는 여수·광양과 함께 산업위기 대응, 광역교통망 확충, 관광·의료 인프라 연계 등 공동 이슈 해결을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지난 4월에는 ‘광양만권 공동선언’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특히 노관규 순천시장은 “3개 도시가 30만~50만 인구의 지방거점 특례시 기준에 부합한다”며 “경제동맹을 넘어서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수와 광양은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3여 통합 이후 겪은 혼란이 아직 남아 있다”며 “시내버스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동일 조건으로 누리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정인화 광양시장도 “현실적 공동 과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메가시티는 개념은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 로드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 도시 간 ‘경제동맹’에는 합의했지만, 행정통합이라는 제도적 통합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순천이 적극적으로 통합의 명분과 기대효과를 설파하고 있음에도, 여수·광양은 주민 공감대 부족과 내부 정치 부담 등을 이유로 거리를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만큼, 민선 9기 이전까지 가시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지난해 7월 박홍률 전 목포시장(왼쪽)과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통합 효과분석 공동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 참석해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목포시 제공 |
목포·신안의 통합은 여수·순천·광양보다 오히려 구체적인 계획과 수치가 마련됐던 사례다.
양 시·군은 2023년 ‘민간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통합 효과 분석 용역을 실시했고, 지난 2024년 7월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고용 창출 3676명, 신규 취업 5251명, 연간 관광객 2200만 명 증가, 행정편익 9735억 원, 총 경제적 파급효과 1조9565억 원이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목포·신안은 지난 3월 19일 관광·경제·복지·민간교류 등 4대 분야 24개 협력사업을 담은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2026년 7월 통합시 출범을 목표로 전라남도와 행안부에 공식 건의를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뒤인 3월 27일, 양 단체장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통합 추진은 사실상 멈췄고, 공식 절차는 전무한 상태다.
최근까지도 민간 주도로 토론회나 농산물 교류운동 등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제도적 통합 논의는 발이 묶였다. 더욱이 목포와 신안 간 입장 차도 뚜렷하다.
고석규 목포신안통합추진위원장은 “협력은 최고의 생존 전략”이라며 통합의 국정과제화를 강조했지만, 주장배 신안군통합대책위원장은 “용역 당시에도 신안 주민 65%가 반대했다”며 “실질적 이익과 신뢰가 먼저”라고 반박했다.
선관위가 내년 6월까지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을 예정인 만큼, 새 시장·군수가 들어서기 전까지 공식적인 통합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통합 통해 인구·경제규모 쑥
통합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린 성공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충북 청주다.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 이후, 청주의 예산은 2조3353억원(2019년 기준)으로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4위를 기록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통합 전인 2013년 16조2322억원에서 2016년 28조2058억원으로 42.4% 급증했다. 오송과 오창은 생명과학·과학산업단지로 변모하며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마산·진해와의 통합으로 인구 110만의 ‘메머드 지자체’로 재편됐다. 지역내총생산 33조원, 산업도시로서의 입지, 대규모 투자유치 등 외형적 성장세가 뚜렷하다. 일부 지역 갈등과 정치적 이견은 존재하지만, 통합으로 인한 도시 위상 제고와 경제 효과는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완주군과 전주시는 여전히 통합 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통합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주·완주의 통합이 성사되면 특례시 지정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이에 따라 특례시 내에서 공공시설 이전, 완주와 전주를 잇는 SOC사업, 관광·산업단지 조성, 택지개발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전주시와 완주군이 통합되면 특례시 지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고 도지사의 권한을 대폭 특례시로 이양해 더 많은 자율성과 다양한 발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22일 밝혔다. 도지사의 권한이 과감하게 통합시에 이양됨에 따라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곽지혜·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