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가격 역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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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가격 역설계
최권범 취재1부 선임부장
  • 입력 : 2025. 02.05(수) 17:50
최권범 부장
최근 유통업계의 상품 판매가격 산정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식품 가격은 먼저 시장 조사를 벌여 원가를 파악한 뒤 마진율을 설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 유통업체들은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판매가격에 재료비와 인건비 등 원가를 반영하고 마진을 더한다.

그런데 요즘 이같은 과정을 거꾸로 한 ‘가격 역(逆)설계’가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먼저 최저가로 판매가격을 정해놓고, 이를 넘지 않도록 원가와 이윤을 맞추는 방식이다. 소비침체가 극심해지자 단돈 100원이라도 판매가를 낮추려는 유통업계의 고육지책이다. ‘가격 역설계’는 주로 생활용품 같은 공산품에 적용되는 방식인데 소비자들이 먹을거리에도 지갑을 열지 않자 식품 판매 비중이 높은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이같은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역설계’가 등장할 정도로 우리 경제는 최악의 소비 절벽을 맞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대비 2.2% 줄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 한 해 내내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12월에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덮치면서 연말 특수와 연초 설 명절 특수까지 사라졌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내 소비 위축은 더욱 심해 영세 자영업자 등 소매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더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사회가 ‘원팀’으로 뭉쳐 위기에 처한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 주목된다. 광주시는 지역 경제단체, 산업계 등 76개 기관·단체와 함께 ‘광주경제 다함께 착착착(착한소비·착한금융·착한일자리)’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광주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소비는 늘리고, 부담은 줄이고, 투자는 키우자는 다짐이다. 전남도도 일선 시·군, 공공기관, 민간기업, 금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선결제 방식을 통해 지역 상점의 매출을 지원하자는 ‘선선(善先) 결제’ 캠페인 전개에 나섰다. 부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노력들이 빛을 발해 복합적 경제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