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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풍경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거리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경제는 휘청거린 지 오래다. 일상도 매한가지다. 코로나19 탓이다. 새봄만이 예외다. 산하를 하얗게, 샛노랗게,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뭇가지에도 어느새 새싹이 나오고 있다. 초록의 물이 들기 시작했다. 원달재를 넘는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 지난 7일이다. 원달재는 승주에서 월등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하얀 구름이 스멀스멀 산등성이를 넘고 있다. 비구름은 화르르 피어난 매화를 어루만지고 있다. 수줍은 매화가 상그레 미소 짓는다. 풍경이 장관이다. 매향을 머금은 구름이 한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걱정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산의 중턱인데도 겉옷이 거추장스럽다. 산정을 넘던 봄바람과 구름이 불러왔을까.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산골로 매화를 보러 가는 길이다. 강물...
편집에디터2020.03.12 13:22마을 풍경-도강마을 앞 정자와 수령 200년 느티나무 코로나19 탓에 긴장감이 감도는 주말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드물다. 도로도 한산하다. 평소보다 다심해지는 요즘이다. 쉬는 날이지만, 어디로 나간다는 것도 편하지 않다. 그래서 선택했다. 청정한 여행지, 보성차밭이다. 산비탈의 능선을 유려하게 휘감은 차밭을 그려본다. 판소리의 높낮이처럼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풍경이다.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는 봄과 여름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멋진 곳이다. 사철 언제라도, 하루 어느 때라도 낭만을 선사하는 차밭이다.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서분해진다. 봇재에 서니, 사방이 차밭이다. 산등성이를 올려다봐도, 산자락을 내려다봐도 골골마다 차나무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차밭이 이엄이엄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녹차나무가 아니다. 차나무이고...
편집에디터2020.02.27 13:25강골마을 안내도 깨나른한 일요일이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분위기 탓일까. 평소보다도 몸이 더 처진다. 날씨도 퍽이나 누그럽다. 포실하게 내리는 눈을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촐촐한 배를 채우고,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보성 강골이다. 강골은 고아하면서도 단화한 마을이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복잡하면서도 부산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거리기에 좋은 곳이다. 신종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어 더 좋다. 강골마을은 보성군 득량면에 속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식량을 많이 얻었다는 '득량(得糧)'이다. 마을은 950여 년 전, 양천 허씨가 들어오면서 형성됐다. 이후 광주 이씨 집성촌이 됐다. 지금은 30여 가구 40여 명이 구순히 살고 있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의 배경무대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마을...
편집에디터2020.02.13 16:23상사마을-풍경 설날을 보내고 깨나른한 오후, 자분참 상사마을로 간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상사마을은 구례읍에서 하동 방면으로, 화엄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도로에서 봤을 때 오른편이 하사(下沙), 왼편이 상사(上沙)마을이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 속한다. 지명이 모래 위에 그린 그림이다. 827년 신라 흥덕왕 때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을 전후해 해주 오씨가 들어와 터를 잡았다. 순천에서 영천 이씨가 들어오면서 두 성씨의 집성촌이 됐다. 지명 유래가 도선국사(827~898)와 엮인다. 사성암(四聖庵)에서 수행하던 도선이 이곳의 산수를 보며 풍수의 원리를 깨쳤다는 얘기다. 강변에 모래(沙)로 산천을 그렸다(圖)고 '사도'다. 삼국통일의 징조를 일찍 알아챈 도선은 훗날 왕건을 도와 고려 개국에 큰 공을 세웠다. 사도저수지 ...
편집에디터2020.01.30 12:45녹천기념관 '봄날' 같은 소한(小寒)이 지나고 바람결이 거칠어졌다. 다시 찾은 겨울이다. 겨울은 유난히 추억이 그리운 계절이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도 한번쯤 든다. 주전부리도 겨울에 많았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앉아서 도란도란 먹던 군고구마가 먼저 떠오른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엿과 인절미, 풀빵, 보리개떡도 잊을 수 없다. 가난해서 부족했고, 그래서 불편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독했던 가난과 불편마저도 그리움이다. 겨울 주전부리 가운데 하나가 엿이다. 엿은 헌책과 바꿔먹을 수 있었다. 어쩌다 공사장 언저리에서 쇳조각이라도 주우면 '횡재'한 느낌이었다. 빈 병이나 닳아진 고무신도 엿장수가 반겼다. 부러, 새 신발을 찢어서 엿하고 바꿔먹기도 했다. 엿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입에 달라붙어도 좋았다. 손이나 옷에 묻어 찐득거려도 괜찮았다. 많이...
편집에디터2020.01.09 12:45마을식당과 게스트하우스 겨울바다로 간다. 섬이 많은 바다, 다도해(多島海)다. 그 가운데서도 노둣길을 따라 여러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신안 기점·소악도다. 섬의 모양이 기묘한 점처럼 생겼다고 기점도, 섬 사이를 지나는 물소리가 크다고 소악도라 불리는 섬이다. 섬과 섬 사이가 노두로 이어져 있다. 오래 전 주민들이 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 만든 길이다. 기점·소악도에는 하루에 두 번 노둣길이 물 위로 드러난다. 밀물이 되면 바닷물이 차올라 사라지고, 서너 시간 뒤 썰물 때 다시 갯벌위로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다섯 개의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만약 여행 중에 길이 사라져버리면…. 쉬어가라는 하늘의 뜻이다. 주변 둑방이나 노두 근처에서 멍을 때리며 물이 다시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느린 여행의 지혜이고, 섬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기점·소악도는 대...
편집에디터2019.12.26 12:16황룡강변에서 본 요월정원림과 원황룡마을 ( 계절이 겨울의 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절기상 대설도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껏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다. 한낮엔 햇볕 좋은 가을날 같기도 하다. 지난 가을 노란꽃잔치를 벌였던 '옐로시티' 장성으로 간다. 장성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브랜드에 색깔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역을 노란색으로 디자인하면서 색채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심에 황룡강이 있고, 황룡에 얽힌 전설이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 황룡마을. 겉보기에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부심은 여느 마을보다 크다. 마을이름이 장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황룡과 관련된 전설도 두 가지가 전해진다. 옛날 황룡마을의 요월정 앞 연못에 용 두 마리가 살았다. 용은 하늘로 올라가려고 지성을 다해 100일 기도를 드렸다. 드디어 100일째 ...
편집에디터2019.12.12 11:04강진 남포마을 갈대밭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순천만이다. 인지상정이다. 순천만의 면적이 갯벌과 갈대밭을 합해 816만평이다. 국제적으로 보존협약이 맺어진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순천만과 자웅을 겨룰만한 곳이 강진만이다. 강진만은 갈대밭 20만평, 갯벌 793만평 모두 813만평(3282만㎡)에 이른다. 남쪽 바다를 향하는 부드러운 곡선의 물길과 갯벌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드넓은 강진만에 붙어있는 동네가 남포마을이다. 탐진강과 강진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 방면으로 가는 길목이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에 속한다. 남포는 오래 전 강진의 15개 포구 가운데 가장 큰 남당포구였다. 강진의 관문이었다. 제주도로 가는 뱃길의 출발지였다. 왜구들이 서남해안을 분탕질할 때도 죽음으로 지켰던 포구다. 도암만에서 나는 물목은 물론 완도,...
편집에디터2019.11.28 13:13무등산양떼목장 양들이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닐며 풀을 뜯고 있다. 쓱-쓱- 풀을 뜯어먹는 소리가 자별히 느껴진다. 양에게 건초를 주는 체험도 재밌다. 건초 바구니를 들고 있는 나에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양들을 보는 재미도 별나다. 풀을 뜯는 양떼를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멋진 작품이 된다. 양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오지다. 양떼목장은 어디라도 사진 촬영의 포인트가 된다. 목장의 풍광도 이국적이다. 목장의 유려한 길을 따라 하늘거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늦가을의 산골이 나에게로 들어온다.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목장길 따라…' 기억 저편에 있던 노래가 절로 홍알거려진다. '한국 속의 유럽, 전라도 속의 유럽'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화순 수만리에 있는 무등산 양떼목장 풍경이다. 수만리(水萬里)는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에 ...
편집에디터2019.11.14 13:23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에는 '숲정이'가 있다. 숲정이는 마을 숲, 마을 근처의 숲을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1550년께 마을이 형성되면서 동복천을 따라 1000여 m에 만들어졌다. 마을이야기 – 화순 둔동마을 불변(不變)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이치에 따라야 한다. 물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살 수도 없다. 샘물이든, 강물이든 물에 기대 살아야 한다. 물이 풍부한 마을은 먹고 살만 했다. 사람들의 인심도 상대적으로 넉넉했다. 옛사람들의 풍류도 물에서 시작됐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에 누정을 지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의지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살고 있다. 화순 둔동마을로 간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그 물이 숲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숲길과 물길이 이어지고, 조화를 이뤄 한 폭의 ...
편집에디터2019.10.31 13:37소록도에서 본 녹동항 천사를 만나러 간다. 피부색과 종교를 떠나 버림받은 땅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돌봤던 천사다. 그것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소록도다. 일제강점기에 한센인들이 사회에서 격리돼 살았던 곳이다. 한센인은 뭉개진 손과 주저앉은 코, 피부가 두꺼비등처럼 갈라지는 나병(癩病)에 걸린 사람을 일컫는다. 나병은 피부와 말초 신경에 병변을 일으키는 만성감염성 질환이었다. 당시엔 유전병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천벌처럼 여겼다. 지금은 전염성이 거의 없고, 감염이 되더라도 완치되는 병이다. 소록도는 섬의 형상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작을 소(小), 사슴 록(鹿) 자를 쓴다.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섬이지만, 지금은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여행객들에게 쉼까지 주는 섬이다.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에 속한다. 소록도에 중앙공원이 있다. 사철 푸른 종...
편집에디터2019.10.17 12:47무안 상동마을 풍경 태풍을 견뎌낸 들녘이 누렇게 채색되고 있다. 나뭇잎도 서서히 색깔이 변하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어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 있다. 천변을 걷고 있는데, 하얀 백로 한 마리가 눈앞에서 날아간다. 저만치 왜가리도 보인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백로들이다. 문득, 무안 상동마을이 떠오른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때 아닌 눈이라도 내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백로와 왜가리 떼로 인해 산자락이 온통 하얗게 변하는 '학마을'이다.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용월리에 속한다. 서해안고속국도 무안나들목에서 무안읍 방면으로 옛 국도의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백로․왜가리 집단 서식지' 입간판을 보고, 논과 논 사이 농로를 따라가서 만난다. 상동마을에 있는 용연저수지와 청용산이 백로와 왜가리의 집단 서식지다. 사람이...
편집에디터2019.10.03 14:13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바람결이 달콤하다. 쪽빛 하늘의 뭉게구름도 멋스럽다. 고샅 돌담에 살며시 기댄 감나무에선 주렁주렁 열린 감이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호박덩이도 담장 위에서 가을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까치발을 하고 내다본 담장 너머 기와집이 단아하다.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다. 물 흐르듯 유연한 곡선을 그린 처마가 아름답다.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도 애틋하다. 빈터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붉은 맨드라미꽃도 산들바람에 하늘거린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예스럽다.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이다. 골목마다 옛 정취가 넘실대는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흔한 전봇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선이 모두 땅으로 들어가 있다. 요란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어릴 적 뛰놀던 옛 기억 속의 마을 그대로다....
편집에디터2019.09.19 15:02진도군 내동마을 풍경 일본 교토(京都)에 '코무덤'이 있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이 조선에서 얼마나 야만적이고 잔인하게 굴었는지 보여주는 증표다. 일본군은 당시 조선사람들을 죽이고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본국으로 가져갔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여겼다. 코무덤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무덤이 있다. 진도에 있는 왜덕산이다. 명량대첩 이후 바닷가로 밀려온 일본군의 시신을 거둬 양지바른 곳에 묻어준 공동묘지다. 왜군들한테 덕을 베풀었다고 왜덕산(倭德山)이다. 하나의 전쟁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무덤이 탄생한 것이다. 극과 극이다. 총칼을 겨누고, 가족과 이웃을 죽인 적군의 시신을 거둬 묻어준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서 두 발로 짓이기고, 다시 한 번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말이다. 일본의 수입규제 조치로 엇나가기 시작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편집에디터2019.08.29 12:28음달산 구릉에서 본 거문대교 섬을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소외, 고립, 불편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올라서다. 한편으로는 늘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일수록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바다에 눈을 돌렸다. 바다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다. 장보고는 바다와 섬을 기반으로 해상무역을 하며 '해상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들어 섬이 푸대접을 받았다.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이 추진되면서다. 뭍에서 숨어든 하층민이나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양반들이 유배돼 살면서 '죄인의 땅'으로 취급을 받았다. 최근 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휴식과 힐링, 해양관광, 미래식량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다. 섬은 해양영토의 전초기지이고, 잘 보존된 전통문화·자원의 거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
편집에디터2019.08.15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