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사망 140명, 부상 182명이 발생했다. 이는 현대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잔혹한 테러 공격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1991년 이래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발생한 큰 테러 공격으로 40명 이상이 희생자가 된 사건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 무려 총 15건이나 된다. 이들 대부분은 체첸공화국이나 다게스탄 공화국, 북오세티야-알라니야 공화국의 극단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한 병원 건물 인질 테러, 주거용 건물 폭파, 시장 폭발, 자살 폭탄 테러,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3.28 10:23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다수의 서방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는 러시아로의 상품 수출과 러시아로부터의 원자재 수입을 금지하게 했다. 기업 철수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순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의 기업 또는 상장된 기업의 경우 철수하는 경향이 크며,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의 기업 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남기로 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3년 12월 7일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운영되...
2024.03.21 14:28“귀신들의 땅은 황량했다. 그렇다면, 귀신은 정말로 있는 걸까. 시골 들판에는 도깨비들이 무수하고, 그들 대부분은 사람들의 입속에 살고 있었다. 한 줄로 늘어선 이 타운 하우스 앞에는 무성한 대나무 숲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여자 귀신이 날아다니니까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나무 숲 여자 귀신은 일제 강점기에 강간당한 여자로, 정절을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쫓겨나 대나무 숲에서 목을 맸다고 한다. 이때부터 귀신이 되어 오직 젊은 남자들만 유혹한다고 했다.”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에 피가 흐르는 이미...
2024.03.21 10:58매화, 산수유꽃 흐드러지면서 남도의 꽃봄이 무르익고 있다. 꽃바람은 강을 따라 북상한다. 영산강변에도 꽃바람이 넘실댄다. 강변 따라 도로가 개설된 뒤 강변도로를 타는 기회가 늘었다.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강변도로를 타고 가다가 차를 멈췄다. 강변에서 봄기운 완연한 누정이 눈길을 끈다. 장춘정(藏春亭)이다. 봄을 감추고 있다니, 사철 겨울이란 말인가? 안내판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입견과 달리, 정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봉 기대승의 〈장춘정기(藏春亭記)〉에 유래가 적혀 있단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숲...
2024.03.21 10:36봄비가 내리더니 여기저기서 꽃이 핀다.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더니 어김없는 꽃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리던 화엄사 홍매가 피었다. 봄바람 따라 마실 나갈 때로다. 절집 사이에 감추어진 듯 고목 통째로 붉게 붉게 피어나는 그 모습 화사함인가 우아함인가 아니면 또 뭐랄까 해마다 피는 것이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더욱 값진 것인가? 이 홍매가 피면 찾아온다는 벗들이 있어 어서 빨리 남녘의 봄바람을 띄워야겠다. 이번에는...
2024.03.21 10:20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처음 70만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70만 9233명으로 5년 전보다 43.3%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수면은 우리 몸의 수많은 생체리듬 중 하나이고, 좋은 수면은 삶의 질을 높이며 각종 신체,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루의 끝, 작고 큰 스트레스와 고된 노동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무의식 세계 너머로 우리는 언제든지 떠 날 수 있다. 방의 불...
2024.03.17 15:49괴팍하기 그지없고 한없이 이기적이라고 알려진 작곡가 푸치니는 죽기 전 음악 관련 에 기고한 글에 “나의 생애에서 예술가로서 가장 즐겁고 가장 빛나는 추억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와의 우애와 관련된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푸치니는 유일하게 토스카니니가 제언한 내용을 음악 안에 담았을 정도로 그를 신뢰했으며, 자신의 작품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토스카니니의 탁월한 음악해석과 그것을 음악에 충실히 담아내는 그의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하곤 했다. 토스카니니와 ...
2024.03.14 17:052024년 3월 러시아 대선은 진정한 정치적 대안 간의 경쟁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헤게모니를 보여주는 선거가 될 것이다. 이는 서방과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되고 러시아 내에서 야당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실질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선거의 민주적 신뢰성보다는 형식적 절차로서 의미가 더 있어 보인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대선 시기까지를 살펴보면 크렘린은 선거운동규칙, 야당 탄압 등으로 공공 정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2024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투표가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2024.03.14 13:54“사람의 혼을 이루고 있다는 푸른 빛,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크기는 작은 밥그릇만 하다. 전라지방의 방언.” 국어사전의 혼불에 대한 설명이다. 남자의 혼은 대빗자루 모양의 길고 큰 불덩이고 여자의 혼은 접시 모양의 둥글고 작은 불덩이라고 한다. 이즈음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 에 등장하는 도깨비불이 그것이다. 커다란 횃불이 공중을 휘젓고 날아다닌다. 푸른빛의 밥그릇 크기 도깨비불로는 품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을까? 전반적인 정서는 풍수 관념과 무당굿이다. 일제의 잔재와 강제점유를 풍수 관...
2024.03.14 13:382023년 8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평가와 경제 규모 측면에서 세계 5위, 유럽에서 1위 경제가 되었다. 이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이며 서방의 제재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는 국가에 대한 경제적 폭력의 도구이며, 이는 약자에게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제재는 또한 정치적 폭력 도구이기도 하며, 그 목적은 제재를 받은 국가가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항상 특정 지역,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패권을 차지...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3.07 14:57“윈디는 경복궁 정문 앞 한 쌍의 해태 석상을 보며 마치 광화문을 지키기 위한 경계 근무자 같다고 생각했다. 밤에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호랑이랑 코뿔소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해태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얼굴은 호랑이나 사자를 닮았고 머리는 코뿔소처럼 보였다. 비늘로 덮인 근육질의 다부진 몸은 그림 속의 용처럼 보였는데, 얼핏 보면 괴물 같아도 은근하고 귀여운 미소의 소유자였다. 윈디의 눈에는 웃고 있는 해태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처럼 보였다. 체셔 고양이의 미소를 지닌 해태가...
2024.03.07 14:09장독대의 정화수 장독대는 된장이나 간장 등을 야외에서 옹기에 보관하는 우리네 특유의 문화다. 요즘에 와서는 많은 것이 변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바람과 햇볕과 불과 물이 어우러져 숙성되면서 발효를 거치며 장으로 완성되는 것이어서 우리에게 장독대는 부엌만큼이나 모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사람의 역할은 시간과 더불어 가며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것뿐이기에 만사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주변의 ...
2024.03.07 13:52우리 사이 좋은 사이(김의경, 이영순), 매일매일 행복한 집(김기수, 김왕진), 마음이 먼저 꽃을 피우는 집(강춘자, 최상원), 기적이 일어나는 행복한 집(양행식, 김미선), 슬픔은 없이 오직 기쁨만 있는 곳(최남수, 고영심), 눈꽃처럼 맑고 깨끗하게(김현옥, 이명례)…. 주소와 함께 대문 옆에 걸린 문패(門牌)의 문구다. 얼굴에 옅은 웃음을 짓게 한다. 자연스레 발걸음도 멈춘다. 문패가 집집마다 걸린 곳은 곡성 능파마을이다.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면 능파리에 속한다. “3∼4년 됐을 거요. 마을사업 할 때 한꺼번에 달았응...
2024.03.07 13:46예술가의 작품은 제작된 시대를 들여다보는 돋보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푸치니는 외세의 지배를 받던 시대를 넘어서 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왕국 시대, 그리고 전후 경제 사회의 혼란을 틈타 등장한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과 함께했다. 푸치니가 그의 마지막 완성된 단막 작품 가 완성될 무렵, 유럽은 세계 1차 대전의 소용돌이 끝 무렵이었다. 이때 승전국이었지만 이탈리아 왕국은 경제적, 사회적 혼란에 휩싸였으며, 이러한 시기를 틈타 등장한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8~1945)의 전체주의 파시즘은 이탈리아를 삼키게...
2024.02.22 18:19부모는 죽은 아이를 안고 커다란 슬픔으로 울부짖는다. 무슨 악귀가 달라붙어서 어린 목숨을 앗아갔느냐고 소리친다.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은 똑같으며 오늘 아침 숨을 거둔 첫아이 시체 위의 하얀 이불이 눈물로 젖어 있다. 모든 식구들은 아직 시체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보이지 않는 악귀를 두려워하면서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악귀가 또다시 태어나는 아기를 잡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솜씨 있는 이웃에게 오쟁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이쁘게 엮어와서 뜰 위에 놓아두었다. 아기 어머니는 깨끗한 보자기로 시체를 싸서 오쟁이를 잡고 있는 ...
2024.02.22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