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란도는 신안 압해도에 딸린, 섬 속의 섬이다. 갯골을 사이에 두고 압해읍 분매리와 마주하고 있다. 거리는 불과 200여m 남짓. 조붓한 바닷길 위로 분매리와 가란도를 잇는 나무다리가 2013년 개통됐다. 길이 275m, 폭 2.5m의 가란목교다. 햇볕을 피할 파고라와 전망 공간도 중간에 만들어져 있다. 섬인데도 배를 타지 않고,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목교는 사람과 함께 이륜차의 통행만 허용된다. 섬주민이 마실 수돗물도 이 다리를 통해 들어간다. 장흥댐 물을 공급할 상수도관이 해상보행교 밑에 설치됐다. 댐물은 길이 ...
2024.04.04 10:32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난다. 발길을 어디로 돌려도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4월이다 하지만 눈앞에 다가온 총선의 열기로 세상이 시끄러워서인지 제주에 다녀온 후로 꽃향기 속에서도 악몽을 꾼다. 꽃놀이에 취해가도 설움과 잔인함이 감추어진 4월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가 제주4.3사건의 흔적을 더듬어 가다 찾아간 곳은 한림 갯거리오름길에 있는 만벵듸 공동장지. 경작지 근처에 수십 기의 무덤이 몰려있는 곳 48년 4.3사건과 뒤이은 한국전쟁의 대혼란기에 예비검속 자들이 모슬포 인근 섯알...
2024.04.04 10:2120세기 초반 세계 영화계를 휩쓸었던 서부극,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를 패러디한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역시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등 한국 최고의 배우가 출연해 절찬리에 상영하였다. 또한 스타워즈, 매드맥스 등의 영화가 서부극의 범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를 보면 권선징악을 다루는 서부극은 현대인에게도 인기 있는 장르임이 분명하다. 서부극의 기원은 19세기 중엽에 출현한 미국의 싸구려 소설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미국에서 문명사회를 열며...
2024.03.28 17:47고려 시기 서해안 뱃길이 매우 중요한 대외교역로였다. 신라, 백제, 마한으로 거슬러 오를수록 그랬을 것이다. 뱃길의 여정에 흑산정(黑山亭), 벽파정(碧波亭), 군산정(群山亭), 안흥정(安興亭), 경원정(慶源亭), 벽란정(碧瀾亭) 등 기항지들이 보인다. 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처럼 중국 남경과 주산군도에서 뱃길 따라 개성에 이르는 길목들이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항, 고속도로 터미널, 철도의 중요한 역(驛)이었던 셈이다. 정요근의 (지방사와 지방문화)에 의하면,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전남지역 역로망 구성은 총 34곳이다. 전남...
2024.03.28 11:382024년 3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사망 140명, 부상 182명이 발생했다. 이는 현대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잔혹한 테러 공격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1991년 이래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발생한 큰 테러 공격으로 40명 이상이 희생자가 된 사건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 무려 총 15건이나 된다. 이들 대부분은 체첸공화국이나 다게스탄 공화국, 북오세티야-알라니야 공화국의 극단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한 병원 건물 인질 테러, 주거용 건물 폭파, 시장 폭발, 자살 폭탄 테러,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3.28 10:23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다수의 서방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는 러시아로의 상품 수출과 러시아로부터의 원자재 수입을 금지하게 했다. 기업 철수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순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의 기업 또는 상장된 기업의 경우 철수하는 경향이 크며,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의 기업 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남기로 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3년 12월 7일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운영되...
2024.03.21 14:28“귀신들의 땅은 황량했다. 그렇다면, 귀신은 정말로 있는 걸까. 시골 들판에는 도깨비들이 무수하고, 그들 대부분은 사람들의 입속에 살고 있었다. 한 줄로 늘어선 이 타운 하우스 앞에는 무성한 대나무 숲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여자 귀신이 날아다니니까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나무 숲 여자 귀신은 일제 강점기에 강간당한 여자로, 정절을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쫓겨나 대나무 숲에서 목을 맸다고 한다. 이때부터 귀신이 되어 오직 젊은 남자들만 유혹한다고 했다.”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입에 피가 흐르는 이미...
2024.03.21 10:58매화, 산수유꽃 흐드러지면서 남도의 꽃봄이 무르익고 있다. 꽃바람은 강을 따라 북상한다. 영산강변에도 꽃바람이 넘실댄다. 강변 따라 도로가 개설된 뒤 강변도로를 타는 기회가 늘었다.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강변도로를 타고 가다가 차를 멈췄다. 강변에서 봄기운 완연한 누정이 눈길을 끈다. 장춘정(藏春亭)이다. 봄을 감추고 있다니, 사철 겨울이란 말인가? 안내판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입견과 달리, 정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봉 기대승의 〈장춘정기(藏春亭記)〉에 유래가 적혀 있단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숲...
2024.03.21 10:36봄비가 내리더니 여기저기서 꽃이 핀다.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더니 어김없는 꽃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리던 화엄사 홍매가 피었다. 봄바람 따라 마실 나갈 때로다. 절집 사이에 감추어진 듯 고목 통째로 붉게 붉게 피어나는 그 모습 화사함인가 우아함인가 아니면 또 뭐랄까 해마다 피는 것이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더욱 값진 것인가? 이 홍매가 피면 찾아온다는 벗들이 있어 어서 빨리 남녘의 봄바람을 띄워야겠다. 이번에는...
2024.03.21 10:20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처음 70만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70만 9233명으로 5년 전보다 43.3%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한다. 수면은 우리 몸의 수많은 생체리듬 중 하나이고, 좋은 수면은 삶의 질을 높이며 각종 신체,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루의 끝, 작고 큰 스트레스와 고된 노동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무의식 세계 너머로 우리는 언제든지 떠 날 수 있다. 방의 불...
2024.03.17 15:49괴팍하기 그지없고 한없이 이기적이라고 알려진 작곡가 푸치니는 죽기 전 음악 관련 에 기고한 글에 “나의 생애에서 예술가로서 가장 즐겁고 가장 빛나는 추억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와의 우애와 관련된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푸치니는 유일하게 토스카니니가 제언한 내용을 음악 안에 담았을 정도로 그를 신뢰했으며, 자신의 작품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토스카니니의 탁월한 음악해석과 그것을 음악에 충실히 담아내는 그의 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하곤 했다. 토스카니니와 ...
2024.03.14 17:052024년 3월 러시아 대선은 진정한 정치적 대안 간의 경쟁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헤게모니를 보여주는 선거가 될 것이다. 이는 서방과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되고 러시아 내에서 야당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실질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선거의 민주적 신뢰성보다는 형식적 절차로서 의미가 더 있어 보인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대선 시기까지를 살펴보면 크렘린은 선거운동규칙, 야당 탄압 등으로 공공 정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2024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 투표가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2024.03.14 13:54“사람의 혼을 이루고 있다는 푸른 빛,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크기는 작은 밥그릇만 하다. 전라지방의 방언.” 국어사전의 혼불에 대한 설명이다. 남자의 혼은 대빗자루 모양의 길고 큰 불덩이고 여자의 혼은 접시 모양의 둥글고 작은 불덩이라고 한다. 이즈음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 에 등장하는 도깨비불이 그것이다. 커다란 횃불이 공중을 휘젓고 날아다닌다. 푸른빛의 밥그릇 크기 도깨비불로는 품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을까? 전반적인 정서는 풍수 관념과 무당굿이다. 일제의 잔재와 강제점유를 풍수 관...
2024.03.14 13:382023년 8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평가와 경제 규모 측면에서 세계 5위, 유럽에서 1위 경제가 되었다. 이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이며 서방의 제재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재는 국가에 대한 경제적 폭력의 도구이며, 이는 약자에게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제재는 또한 정치적 폭력 도구이기도 하며, 그 목적은 제재를 받은 국가가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항상 특정 지역,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패권을 차지...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3.07 14:57“윈디는 경복궁 정문 앞 한 쌍의 해태 석상을 보며 마치 광화문을 지키기 위한 경계 근무자 같다고 생각했다. 밤에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호랑이랑 코뿔소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해태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얼굴은 호랑이나 사자를 닮았고 머리는 코뿔소처럼 보였다. 비늘로 덮인 근육질의 다부진 몸은 그림 속의 용처럼 보였는데, 얼핏 보면 괴물 같아도 은근하고 귀여운 미소의 소유자였다. 윈디의 눈에는 웃고 있는 해태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처럼 보였다. 체셔 고양이의 미소를 지닌 해태가...
2024.03.07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