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119>한 잔 술에 만 리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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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119>한 잔 술에 만 리를 바라보다
  • 입력 : 2024. 08.08(목) 13:54
불볕 아래 광활한 사막이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고요가 흐르는 듯하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갑자기 내달렸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함성과 함께.

꽉 막힌 반도에 갇혀 지내다 보니

이 낯선 광경 앞에서 나오는 본능적 발로인가.



연암 박지원이 요동 벌판을 첫 대면 하면서 읊었던

“호곡장(好哭場)이니 가이곡이(可以哭矣)로다!”가 생각나고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시구절도 떠오른다.

“한 잔 술에 만 리가 보이도다.

저 사막 너머에도 내 술친구가 있으려나.”



아득한 옛날을 불러보지만

모두가 바람이 되고 모래 알갱이가 되었나.

한 무제가 하서회랑의 흉노를 몰아내고 세웠다는

양관(陽關)이 있었다는 그 자리.

‘서역남로’로 통하는 관문인 이 길에 오가는 이 없고,

우리들의 작은 울림 또한 메아리도 없이 사라진다.

오늘도 저 광야를 향하여 내달리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