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으로 시작해 종교, 신화, 우주로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예술가, 키키 스미스(KikiSmith, 독일 태생, 1954~)는 미국 페미니즘 대표 미술가이자 1960년대 미니멀 조각가였던 토니 스미스의 딸이기도 하다. 작가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터부(taboo: 금기)시 되었던 여성 신체의 사실성과 보이지 않는 체액의 분비나 배설의 측면을 집요하게 탐색의 대상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최근 종료 된 서울시립미술관 ‘키키 스미스’의 대규모 아시아 첫 개인전 ‘자유낙하 Free Fall’는 생명의 취약함...
2023.03.12 14:39발산(鉢山)마을, 지금의 무안군 해제면에 있다. 에 보면 무안군은 백제의 ‘물아혜군(勿阿兮郡, 물아래)’이었던 것을 경덕왕이 개칭하였다 했고, 이 군에 속한 현(縣)이 넷이라 했다. 이 중 하나가 해제현이다. 지금의 목포를 포함한 함평, 무안, 신안, 진도 일대를 포함한 서남해 지역을 무안군이 총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발산마을의 역사가 해제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알 수 없다. 전 무안문화원장 백창석에 의하면 17세기 중엽에 입향조가 들어왔을 것이라 한다. 밀양박씨 입향조 박만기가 이 마을에 들어온 연대를 추정하여 말한 것...
2023.03.09 13:49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이야기할 때 역사는 혁명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문화혁명, 4차 산업혁명 등 긍정이든 부정적 변화든 급격한 변화에 혁명이라는 단어는 항상 단골로 등장한다. 이러한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가늠하는 경계에 놓인 사회는 폭발을 앞두고 억눌린 다양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어 불안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보이는 전조 현상과 같이, 변화를 앞둔 사회 안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안에 태동되는 담론과 시대정신이 혁명의 전조를 이야기하고 있다.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fgang ...
2023.03.09 13:37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을 문화라고 할 때 문화라는 용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문화는 그것이 속한 담론의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문화는 도구의 사용과 더불어 인류의 고유한 특성으로 간주된다.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언어·관념·신앙·관습·규범·제도·기술·예술·의례 등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또한 시간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용의 과정을 거친다. 문화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면서 그 시대의 정신과 성향에 따라 몸집을 달...
2023.03.09 13:08일반적으로 사장구(沙器로 만든 장구), 와고(瓦鼓, 기와장구), 청자장구 등으로 부른다. 활방구, 물방구, 못방구 등이 북(鼓)의 불교적 차용인 법고(法鼓)에서 왔다는 점 지난 칼럼을 통해 밝혀두었다. 장구 또한 맥락이 비슷하다. 긴북이라는 뜻에서 장고(長鼓)라 한다. 장구의 원말이다. 장고(杖鼓)와 장고(長鼓)를 병행해 쓰다가 어느 시기 장고(長鼓)와 우리말 ‘장구’로 정착되었다. 그렇다고 노루(獐)와 개(狗)가죽으로 장구를 설명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따로 시간을 내 설명하겠다. 도자기장구는 울림통을 흙으로 구워 만든 장구다. 진...
2023.03.02 15:59말이 많은 세상이다. 내뱉는 말도 거칠고 격하다. 행동은 따르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지적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요즘 정치인과 일부 지식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천 황현(1855∼1910)이 떠오르는 이유다. 황현은 매사에 진지하고 엄격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풍자한 문장가로, 시대를 생생하고 정확하게 기록한 역사가로 살았다.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의 선비로 살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졌다.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자, 선비의 자존심을 지키며 목숨을 ...
2023.03.02 15:12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되어 벌써 1년이 넘었다.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 오늘날이 더 위험해 보인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국가들은 군대와 전투기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켰다. 미국, 독일, 프랑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폭격하여 인프라 대부분이 파괴되고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했다. 전쟁으로 발생하는 인적?물적 손실은 재앙적 수준이다. 현재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만 적어도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
2023.03.02 14:36‘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양사언의 시조다.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온 것이라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지만 그 많은 산들 중에서 태산을 들고 나온 것이 항상 궁금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해서 결국 중국 산동성에 있는 그 태산에 올랐다. 정상인 옥황정이 1,545m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이곳을 오악의 으뜸이라 했다. 산의 높이와 멋스러움 보다는...
2023.03.02 13:45여행을 하다보면 성탄절과 새해를 타국에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공식적인 행사가 있는 곳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보려고 노력했다. 오키나와에서는 공식적인 카운트다운 행사 같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키나와라서가 아니라 코로나로 모든 나라가 침묵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조촐하게 2022년 마지막 날은 나하 시에서 술 한 잔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화려하고 복잡한 것이 싫어서 뒷골목으로 빠졌던 것이 의외로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어둠 속, 불 밝힌 홍등 ...
2023.02.23 17:07“두리둥퉁 두리둥퉁 쾌갱매 쾌갱매 쾡매 캥, 어럴럴럴 상사뒤여, 어여허 여여루 상사뒤여, 선리건곤(仙李乾坤) 태평시으 도덕 높은 우리 성군, 강구(康衢) 미복(微服) 동요(童謠) 듣던 요님군의 성군일래, 여여어 여여루 상사뒤여 어럴럴럴 상사뒤여~~” 때는 오뉴월 농번(農繁)시절이라, 각댁 머음(머슴)들이 보리밥(麥飯)에 보리술(麥酒)을 마시면서 부잣집 모를 심고 있다. 중 이도령이 과거 급제하여 남원으로 내려오다가 모내기를 하는 일군의 농부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조선 후기 중인층과 양반층의 기호에 맞춰 한자 일색의 풍미로 사설이...
2023.02.23 14:06이탈리아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청순가련형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세리아 여주인공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상대방을 위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희생을 기꺼이 하면서 죽음을 향해 불나방처럼 쇄도한다. 너무나 숭고한 나머지 이러한 내용만 찾아 제작자나 작곡가가 작품을 고른 것인가 살펴보면 웬걸? 원작이 팜므파탈 여성일지라도, 극 중에서는 남성을 위해 희생하는 새로운 여성으로 탈바꿈시킨다. ‘팜므파탈(famme fatale)’의 반대어는 ‘옴므파탈(homme fatale)’이다. 사전적 의미로 옴므파탈은...
2023.02.23 09:43“한국에서는 근래에 와서야 국가와 중앙에 종속된 지방사 연구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었다. 지리지와 읍지, 지방지 편찬의 오랜 역사가 강고한 지방사의 전통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는 중앙집권적 질서에 대해 의문을 가질 여지가 별로 없었고, 민족과 국가를 중심으로 결집하되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무시하도록 강요했던 시대적 분위기의 영향도 컸다.” 허영란의 「지방사를 넘어, 지역사로의 전환-한국 근대 지역사 연구의 현황과 새로운 모색」(지방사와 지방문화, 2017)이란 글의 시작 대목이다. 국어사전에는 지방(地方)을 ...
2023.02.16 16:00현대 역사에서 대량으로 무국적자를 초래한 사건 중 하나는 소련의 붕괴였다. 소련의 후계 국가들이 시민권을 획득하고 상실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들의 법률에 여러 격차와 갈등이 있었다.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특정 사람들과 전체 집단의 사람들이 제 시간에 소련 여권을 새로 형성된 국가의 여권으로 교환하지 못해 무국적자가 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구소련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는 유효한 신분증이 없으면 권리 행사에 대한 접근 권한을 박탈당하지만 무국적자의 합법화를 위한 효과적인 절차는...
2023.02.16 14:09나는 누구이고 당신은 또 누구인가 잘 알지도 못하는 철학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신들의 나라, 철학의 땅이라 불리다보니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말하는 인도여행 길에 나서면 여기저기의 힌두 사두들한테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무슨 말장난인가 하고 가볍게 웃고 넘기곤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 말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언 듯 나이를 먹었다는 것일까.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여기까지 왔음에도 아직도 진정 내가 ...
2023.02.16 13:48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의 흔적을 찾아간다.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지동마을이다. 지동마을은 만지산과 조봉산, 안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10여 가구 30여 명이 살고 있는 산골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다. 마을 주변에 지동제 등 큰 저수지가 있어 물 걱정도 없다. 아주 오랜 옛날, 마을 앞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전한다. 한자로 연못 지(池)를 써서 ‘지동(池洞)’이다. “괸돌바위 앞에 연못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연못에서 물놀이를 하고, 괸돌바위에 앉아 낚시질도 즐겼겠죠. 연못이 있는 마을이라고 ‘못골’로...
2023.02.16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