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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류의 미래마저 위협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다소 엉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지만 특정한 곤충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는 이례적이었다. 유엔이 주목한 것은 벌이 대규모로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였다. 2006년부터 시작된 벌집군 붕괴는 불과 2년여 만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유럽과 아시아까지 번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니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벌은 대략...
2023.04.04 18:14지난해 SBS에서 ‘천원짜리 변호사’란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괴짜 변호사가가 사회적 약자들의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줄거리다. 해당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는 단돈 1천원이다. 현실에서 이런 변호사는 찾아볼 수 없겠지만, 천원은 억울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사회 정의를 잇는 소통 창구 같이 느껴졌다. 지갑 속 1천원 한 장. 허기를 달래줄 김밥 한줄 사기 힘든 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고물가 시대, 천원의 가치는 깃털처럼 가볍다. 동네 마트를 가봐도 천원으로 살만한게 그리 ...
2023.04.03 12:42오월만 되면 광주는 저 가슴 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눈물로 젖어들어간다. 42년을 울었는데도, 멈출 기미가 없다. 올해도 속절없이 43번째의 봄이 왔다. 다만 이번엔 전령을 데려왔다. 전우원이라는. 지난 주말, 전두환씨(신문에서 전두환에 ‘씨’라고 붙이는 것은 ‘전씨’라는 줄임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의 손자가 광주에 왔다. 만 27살의 젊디 젊은 그는 굉장히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럴만도 하다. 그가 광주에 가진 두려움은 사뭇 엄청났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와 광주는 원수 사이가 아닌가. 그래서인 그가 광주 ...
2023.04.02 16:2650년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에 직면했던 광주ㆍ전남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초 오는 4~5월로 점쳐졌던 지역내 주요댐의 저수위 도달 시기가 올해말로 늦춰졌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수위는 정상적으로 댐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한계 수위를 말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남부지방 가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한 결과, 광주 전남 생활 용수 124일분인 총 1억1900만톤의 용수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이는 지난 27일 기준 동복댐 19...
2023.03.30 17:39지난 2016년 가을 무렵 해외취재 기회가 생겨 오스트리아 비엔나(빈)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모차르트와 하이든, 요한 스트라우스 등을 배출한 클래식 음악 성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행복감에 젖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비엔나커피’와 ‘비엔나소시지’를 현지에서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었는데, 그때 알게 됐다. 정작 현지인들은 비엔나커피와 비엔나소시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 만든 비엔나커피의 진짜 이름은 ‘아인슈페너’다. 우리가 통상 비엔나커피라고 칭하는...
2023.03.29 12:39“엄중하고 긴급한 상황이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 미셸 캉드쉬 총재가 급하게 한국을 찾아왔다. 아시아에 번지던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밀려 오면서 우리 정부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날 밤,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는 캉드쉬 총재와 IMF 구제금융안에 서명했다. 사실상 경제적 자주권을 상실한 것이다. “한국처럼 빨리 부자가 된 나라가 없었다. 또한 갑작스럽게 이런 굴욕을 경험한 나라도 흔치 않다.” 당시 과정을 지켜봤던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IMF는 우리 경제를 살린 희망이었다. 국가 ...
2023.03.28 17:44민족분단의 질곡에 날것으로 부딪치며 한 편의 영화같은 삶을 살다 간 이가 있다.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난 음악가 정추(1923~2013)가 그다. 정추는 자신의 태를 묻었던 광주에 육신도 잠들길 원했지만, 고국에서 내쳐져 머나먼 이국땅 카자흐스탄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굴곡진 현대사만큼이나 그의 삶도 지난했다. 아흔의 생애 동안 국적이 다섯번이나 바뀐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월북해 평양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하지만 김일성 독재와 개인 우상화를 반대하다 결국 구 소련으로 망명했다....
2023.03.27 18:21지난 주 내린 봄비가 잠들어 있던 꽃망울을 깨웠나 보다. 산기슭 진달래와 개나리가 꽃잎을 활짝 열어 제쳤다. 도로변 벚꽃도 이번주 피어날 태세다. 지난 주말 나들이 행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광주 인근은 물론 진도 의신면 유명 호텔 가는 길목에도 차량들이 넘쳐났다. 봄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선사한다. 장미, 수선화에도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없는 풀꽃을 보고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활짝 핀 꽃은 인간에게 따스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 이상 가지 않는다. 삼라만상 우주의 질서다. ...
2023.03.26 15:06윤석열 정부 들어 전국 유명산에 케이블카 설치 추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환경부가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다. 광주지역 일부 단체도 최근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데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20일 출입기자와의 차담회에서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추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을 박았다.강 시장은 “무등산 군부대 이전과 정상 복원을 우선 고민하고 있다”며 “이전·복원이 끝나면 기존 군용 도로에 대한 (활용·원상 복원 등)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것인데, 일단은 그런 문제를...
2023.03.23 17:57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첨단산업이 편중된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은 국토의 비효율적 활용과 자원 낭비를 초래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체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000대 기업의 86.9%가 집중돼 있다.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710만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원 많았고, 단위면적...
2023.03.22 12:31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앞에서 출렁인다. 물 속에서 굴절되는 빛과 오묘한 색감의 산호초, 미지의 생명체가 보여주는 화려한 몸짓도 신비하다. 지난 해 12월 개봉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물의 길’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달리 탐욕 때문에 무자비하게 바다를 파괴하는 인류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다. 네이티리에게 사랑을 느끼고 판도라 행성에 남은 설리. 지난 전쟁에서 패한 후 다시 돌아온 인류와 피할 수 없는 결전을 앞둔 그는 물의 부족 ‘멧케이나’와 인간의 야만적인 행동에 맞선다. 영화가 전편과 다른 점은 주 무대가 바다라는...
2023.03.21 16:47겨울 끝자락부터 물기 밴 바람이 불고 벚나무 가지에 붉은 색이 감돌더니, 경칩 지나자 이내 봄의 신열이 대지를 감쌌다. 마당에 조르라니 심은 수선화는 이미 노란 화관을 썼고, 작약은 불그레한 매니큐어를 칠한 아가씨 손톱같은 새순을 내밀었다. 순창에서 가져다 심은 자두나무, 살구나무 잔가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꽃망울이 벙글져 금세라도 폭죽을 터뜨릴 듯 수런거린다. 언덕배기 개나리도, 산허리에 실안개처럼 둘러진 매화도 벌, 나비 유혹하느라 교태를 부린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봄이 왔다. 볕이 좋은 봄날, 오일장...
2023.03.20 17:46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삼전도 굴욕은 우리나라의 치욕의 역사로 꼽힌다. 1636년 병자년에 터진 호란에서 인조 정권은 불과 50일도 버티지 못하고 청나라에 항복했다. 인조는 이듬해 1월 30일 삼전도로 나아가 청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후 힘없는 조선은 청나라에 조공(朝貢)을 바칠 수밖에 없었다. 조공은 때를 맞춰 속국이 주국에 예물을 바치던 것을 뜻한다. 병자호란이후 조선의 조공은 가혹했다. 청나라는 방물(方物·조선시대에 중국에 보낸 토산물)외에 세폐(歲幣·해마다 음력 10월에 청에 보내던 공물...
2023.03.19 17:27광양매화마을 등 남도(南道)는 지금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꽃 구경을 하는 이들의 얼굴도 웃음꽃이 피니 자연 발화 그 자체다.한데 언제부터인가 꽃을 대할때 뭔가를 찾는 버릇이 생겼다. 꿀벌이다. 꽃 있는 곳에 있어야 할 이 존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부터 일 것이다.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전남지역에서 50억마리로 추정되는 꿀벌들이 집단 실종 또는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간중 꿀벌 27만 봉군(통) 중 약 60%인 16만 통에서 꿀벌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 야생벌의 40...
2023.03.16 18:13황하의 신인 하백이 강물을 따라 처음으로 북해와 동해를 보게 됐다. 바다의 크기와 넓이가 강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백이 놀라워하며 북해의 신인 약에게 물으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요. 자기가 사는 곳에 구애받기 때문이 아니겠소? 마치 여름 벌레가 얼음에 대해 말 할 수 없으니 안다는 건 여름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오. 한쪽만 아는 사람은 도(道)를 알 수 없을 것이니 그건 자기가 배운 것에 속박되기 때문이오. 이제 그대는 좁은 지역을 나와 바다의 광대함을...
2023.03.15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