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약팀과 강팀이 붙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다. ‘언더독’은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언더독의 반란’은 우리에게 재미난 감동을 준다. 약자(언더독)가 강자(톱독·Topdog)를 꺾고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을 때 느끼는 희열때문이다. 지난 2000년 프랑스 축구연맹이 주최한 FA컵 대회에서 인구 8만명인 작은 항구도시 칼레(Calais)가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4부 리그 아마추어 축구팀 ‘칼레 RUFC’가 상위리그 강호들을 연거푸 ...
2023.10.25 16:40의사이자 수도자인 성 리카르두스 팜푸리(Richardus Pampuri, 또는 리카르도)는 1897년 이탈리아의 파비아(Pavia) 근처 트리볼지오(Trivolzio)에서 태어났다. 1921년 파비아 대학 약학과와 외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의사인 삼촌 밑에서 3년간 의료 실습을 마치고 밀라노의 한 병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전장에서 야전 의사로 일했고, 제대 후에는 의사가 되어 무료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다. 이후엔 수도자로서 삶도 살았는데, 그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눔의 모범’이 됐다. 그는...
2023.10.24 16:20어릴 적, 어머니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를 자주 다녔다. 백열전구는 항상 KS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오라고 하셨다. KS마크가 있는 제품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물건을 고를 때 KS마크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중·장년층 사이에선 매우 익숙한 상품 선택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KS는 지난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도입됐다. 정부가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산품을 대상으로 만들었다.1963년 첫 인증제품이 백열전구였다. 지금은 농수축산물 가공상품과 서비스까지 확대됐다. KS의 ‘K’는 대한민국이다. 그 알...
2023.10.23 12:44기아가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이어가게 됐다는 소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0%가 넘는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16차례나 본교섭을 벌인 결과다.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들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과는 달리 기아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강경 행보를 이어오다 지난 17일 잠정 합의안에 사인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고용세습’ 조항을 개선하기로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단협에는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
2023.10.22 15:03완도, 고흥 등 도서지역의 열악한 의료여건을 설명하면서 권순석 화순 전남대병원 교수는 착잡해했다. 전남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의사는 전남의 의료 현실을 보고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같다”는 자조섞인 말도 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오랫동안 이를 못본 척 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시스템이 가장 먼저 붕괴되는 곳이 전남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과 응급실 뺑뺑이에서 더 나아가 전남에 있는 응급실이 상당수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다. 응급의료 붕괴의 전조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2023.10.19 17:09“인류는 정복의 문명이 아닌 자연과 우주를 포함한 평화공존·상생하는 코스모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수님, 지구위기 등 미래비전을 해결하는 데 함께 합시다” “네. DJ선생님,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1993년 초 동양에서 온 노 정객과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나눈 대화다. 그 교수는 ‘제3의 길’을 주창한 앤서니 기든스, 노정객은 그 직전 1992년 12월18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서 연구활동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영국 사회학자로 자본주의와 사회주...
2023.10.18 10:17‘국정감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집행상황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잘못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다. 국정감사는 1948년 제헌헌법을 통해 도입됐으나 1972년 박정희 독재정권의 유신헌법에 의해 사라졌다. 이후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표출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과로 폐지된 지 15년 만에 국정감사가 헌법에 다시 명문화됐다. 지난 10일 시작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열린 국감에서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놓고 한 치...
2023.10.17 16:05‘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갈아치워야 한다’ 1585년 홍문관 수찬을 지낸 정여립이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대동계를 조직했다. 이 세상에 반상의 구별이나 남녀의 귀천이 없어야 하고 빈부의 격차 있는 사회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동계의 목표였다. 사농공상의 서열도 없애야 하고 양반과 천민이 서로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정여립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1589년 10월 황해도관찰사 한준 등이 정여립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며 임금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3년간 동인 선비 1000여 명이 사형이나 유...
2023.10.16 17:50날씨가 쌀쌀해졌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술 한잔 생각에 삼삼오오 술집에 들린다. 음주가무의 나라니만큼 한잔 뒤에는 노래가 한곡조 떠오르기 마련이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 기억도 안나던 노래가 요즘 들어 뜬금없이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제목하야 ‘희망가’다. 찬란한 이름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역사는 거의 민요급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가로질러온다. 젊은층에서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겠지만 우리 연배에서는 안치환이나 장사익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곡...
2023.10.15 14:18“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는 세간에서 많이 인용되는 문구 가운데 하나다. 이 말은 유대인들이 즐겨 읽는 성경해석서 ‘미드라시’에 기록돼 있다. 대강은 이렇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유명한 양치기 소년 다윗은 나중 사울왕에 이어 이스라엘의 2대 왕으로 등극한다. 그는 40년간 통치하면서 왕국을 통일시키고 오랜 시간 평화를 이룩해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왕위에 오른 다윗은 적국들과의 전쟁에서 연일 승전가를 울린다. 싸움에 나가면 늘 승리했지만 현명한 다윗왕은 언젠가는 패...
2023.10.12 15:44자본주의 초기, 영국의 농촌에서 강제로 추방돼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노동력을 자본과 교환해야 했다. ‘노동 노예’가 된 이들은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역별 노동자들끼리 모여 우애조합이나 독서클럽, 축구클럽 등 각종 모임을 만들어 다수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동자 공동체’를 만들었다. 박지성, 손흥민 등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등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클럽 뿌리도 바로 이 노동자들의 축구 클럽이라고 한다. 물론 해당 팀들의 경기는 수십만원을 ...
2023.10.11 16:35성화봉송은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신전에서 태양으로부터 채화해 올림픽경기가 개최되는 주경기장의 성화대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타오르게 하는 불이다. 성화대는 그리스 남쪽 펠로폰네소스 반도 엘리스지방의 피자티스에 있는 헤라신전이며, 채화된 횃불을 올림픽의 개최지로 옮긴 뒤 릴레이로 봉송해 주경기장에 점화하게 된다. 이러한 의식은 고대 올림픽 때부터 비롯된 것으로, 인간만이 이용할 줄 아는 불은 성스러운 상징으로 떠받들어졌으며 제우스신에 의해 4년마다 한 번씩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채화되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
2023.10.10 17:19‘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 했던 명언이다. 메츠는 1973년 7월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선두 시카고 컵스와 9.5게임 차로 꼴찌를 하고 있었는데, 기자가 “이번 시즌은 가망이 없다”는 반응을 하자 쏘아붙이듯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 해 메츠는 베라의 말처럼 기적적으로 동부 디비전 1위에 올라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는 끝날 때까지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의 이 말은 광주를 연고로 한 KIA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팬들의 현재 심정을 대변하는...
2023.10.09 18:02최근 일본 청년들 사이에 ‘오야가차(親ガチャ)’라는 은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부모를 뜻하는 ‘오야(親)’와 무작위로 장난감 캡슐을 뽑는 게임인 ‘가차 (ガチャ)’가 붙은 말로, 단순히 번역하면 ‘부모뽑기 게임’이다. 좋은 부모를 ‘잘 뽑은’ 소수는 유복한 인생을 살게 되지만, 그저그런 부모를 ‘뽑은’ 대다수는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에는 부나 빈곤을 대물림 받은 세대를 뜻하는 ‘푸얼따이(富二代)’,‘치웅얼따이(窮二代)’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에서도 ‘수저론’이 번지던 때가 있었다. 흙수저를 쥔 사람들은 제아무...
양가람 기자2023.10.05 16:18엿새간 이어진 추석 황금연휴가 끝났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은 올해 추석은 대체로 평온한 가운데 모처럼 포근한 고향의 정을 느낀 명절이었다. 올해 추석 연휴에도 가족과 친지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향후 정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특히 이번 추석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느 때보다 정치 이슈가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물론 연휴 직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비롯한 민주당 내 갈등,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
2023.10.03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