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아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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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아보하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5. 01.12(일) 16:17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십니까. 을사년, 푸른색 뱀의 해를 맞은 지 벌써 12일이 지났다. 새해가 왔는데도, 새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들뜬 기분으로 연말 연시를 보냈던 예년은 온데간데 없다. 대신 거대한 혼돈과 슬픔에 잠겨있다. 언제 어디에서 위협이 닥칠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감이 자리했다. 2024년을 떠나 보내며 너무 많은 우리의 일상이 무너졌다. 12·3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일상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알게 됐다. 역설적으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됐다.

미래 소비 트렌드 예측서인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올해 주요 트렌드 키워드로 ‘아보하’를 선정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이다. 너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보통의 무난한 일상을 말한다. 특별한 성취나 과시 없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온함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다. 해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의료대란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할 수 없는 일상의 부조리다. ‘응급실 뺑뺑이’는 다반사가 됐다. 45년만의 ‘계엄’ 선포는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민의의 전당’에 난입한 무장한 계엄군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빠졌다. 계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국민들은 ‘제주항공 참사’로 큰 슬픔에 잠겼다. 말로 위로할 수 조차 없는 슬픔과 불안으로 밤을 지새는 날들이었다. 어느 순간에 평온했던 하루가 무너졌다.

안부 인사조차 조심스러웠던 지난 연말, 가장 많이 주고받은 덕담은 ‘무탈한 한 해’였다. 무사한 한 해를 바라는 마음이 ‘아보하’에 녹아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 그 시간을 무탈하게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 ‘아보하’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일상은 위협받고 있다. 내란 선동과 법 무시, 쌓여가는 거짓말들.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평온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세상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란 노래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상이 ‘아보하’가 아닐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