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김종길 시인이 발표한 ‘설날 아침에’도 새해가 주는 희망과 다짐이 곳곳에 담겨있다. “세상은/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는 시인의 시어는 새해 한 살씩 더 먹는 모두에게 주는 행복한 덕담이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한 해가 지고/또 올지라도/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는 구절도 어린아이의 잇몸에서 새하얀 이가 올라오는 기적처럼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는 시인의 염원이 담겨있다.
2025년, 또 다시 한 해가 시작됐다. 지난 해 겪었던 궂은일과 낡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1년의 시작이다. 하지만 정작 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난 달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절망을 안겼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는 국가의 미래마저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침체의 골 또한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좁은 나라에서 횡행하는 세대와 계층, 종교와 이념, 빈부격차 등 온갖 갈등도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김종길 시인은 ‘설날 아침에’에서 “어름짱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파릇한 미나리 싹이/봄날을 꿈꾸듯/새해는 참고/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고 했다. 매서운 추위를 참고 견뎌낸 파릇한 미나리처럼 모두가 삶의 가풀막을 견디고 올라가야 한다는 스스로의 각오일 게다. 그 비탈진 고개 너머에 오르면 봄과 꿈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노래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우울하게 맞는 2025년의 새 아침. 주변의 묵은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을 좇아 새로운 1년을 시작해 보자. 세상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아무리 힘든 비탈도 언젠가는 넘을 수 있다는 희망만은 잃지 말자.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