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KIA타이거즈 제11대 감독이 지난 2월13일 정식 취임 후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1차 스프링 캠프 훈련에 앞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이범호 제11대 감독 전격 선임
올해 KIA타이거즈는 스프링 캠프 출발 직전 금품 수수 관련 검찰 수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국 제10대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최준영 대표이사는 보름 만에 이범호 타격 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내부 승격하는 결단을 내렸고, 초보 사령탑인 이 감독에게는 분위기 수습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이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빠르게 팀을 추슬렀다. 유연함과 결단력을 모두 갖춰 믿고 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고, 7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KIA는 KBO 리그 최고 대우를 안겼다. 이 감독의 임기는 2025시즌까지로 연봉은 3억원이었으나 이를 파기하고 계약금 5억원과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 등 총액 26억원에 2027시즌까지 동행한다.
KIA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상, 장타율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올해 KIA타이거즈는 공수 양면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냈다. 투타의 중심에는 애런 브룩스 이후 3년 만에 효자 외인으로 등극한 제임스 네일과 프로 3년 차에 슈퍼스타로 떠오른 김도영이 자리 잡았다.
네일은 정규시즌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5패와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턱관절 골절로 이탈했음에도 방어율왕에 등극했고, 엄청난 프로 정신과 회복력으로 조기 복귀해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승과 평균자책점 2.53의 성적으로 우승 공신이 됐다.
김도영은 141경기에서 타율 0.347과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득점상과 장타율상을 거머쥐며 올해 KBO 리그에서 유일한 멀티 타이틀 홀더가 됐다.
또 월간 10홈런-10도루를 시작으로 전반기 20홈런-20도루와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차례대로 기록), 퀀터플 트리플(3할 타율-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 등 대기록을 달성했고 올해 KBO 리그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KIA타이거즈 투수 정해영이 지난 10월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성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올해 KIA타이거즈는 유독 경쟁 상대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다.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며 고꾸라졌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뒷심이었다. 지난해 21회에 달했던 한 점 차 패배가 올해는 12회로 줄어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탄탄한 필승조를 바탕으로 역전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장현식과 전상현,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J-J-J 트리오’를 합쳐 194경기에서 191.3이닝을 3점대 방어율로 막아냈다.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KIA는 윌 크로우와 이의리, 윤영철, 제임스 네일이 차례로 부상을 입어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양현종이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하지만 캠 알드레드와 에릭 라우어, 에릭 스타우트 등의 영입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황동하와 김도현 등 새로운 자원들을 발굴하며 공백을 완벽히 메꿨다.
KIA타이거즈 선수단이 지난 10월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 승리를 거두며 4선승을 확보,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
올해 KIA타이거즈는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개막 전부터 최강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온 KIA는 87승 2무 55패(승률 0.613)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조기 우승 확정도 KIA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뒷받침한다. 2009년과 2017년 모두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던 KIA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일곱 경기를 남겨두고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흐름은 이어졌다. KIA는 4승 1패로 5차전에서 통합 우승을 결정지으며 V12를 완성했다. 다섯 경기에서 허용한 실점은 15실점, 평균 3실점으로 상대를 꽁꽁 묶었다.
최준영 대표이사는 왕조 재건을 천명했다. 이범호 감독과 심재학 단장은 연패 도전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디펜딩 챔피언인 KIA가 최강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상대를 위압하기에 충분하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조상우가 지난 2021년 8월7일 일본 가나가와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6회초 2사 만루에서 위기를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새 시즌 준비에 나선 KIA타이거즈는 연패 도전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가장 큰 과제로 꼽힌 자유 계약(FA) 시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올해 불펜에서 최다 경기와 이닝을 책임진 장현식이 계약금 16억원과 연봉 36억원 등 4년 총액 52억원에 LG트윈스로 떠났지만 보상 선수로 강효종을 지명하며 미래 선발 자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또 임기영과 계약금 3억원과 연봉 9억원, 옵션 3억원 등 3년 총액 15억원에 계약을 맺었고 서건창과는 장기전이 예상되기는 하나 최근 다시 눈높이를 맞춰가는 단계에 있다.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KIA가 승자가 됐다. KIA는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및 4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10억원을 양도하는 대신 키움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이자 팀 코리아의 필승조인 조상우를 품으며 더 강한 필승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